우리가 하는 진짜 업무는 뭘까? - 2화
꽤나 오랜만에 파견직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반도체 엔지니어 생활을 하니까 정말 정신이 없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왜 사람들이 다른 부서와 비교해서 기피하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인데 요즘 가장 화두 중 하나인 워라벨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겠다. 업무가 쉬워 보여도 다른 이슈가 생기면 퇴근이 점점 미뤄지고 업무가 어려우면 당연히...... 못 가겠지? 아무튼 이래저래 현업 생활은 바쁘고 정신없다. 요즘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라인이나 바깥이나 다 똑같은 라인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장사가 잘 된다는 미명 아래 더 힘들게 설비를 돌리고 있으니 설비 친구들이 쉽게 넉 다운되어 버린다. 하아..... 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뭐 나름 글 쓰는 시간이 그렇게 벗어나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지난번에 이어서 보자면
https://brunch.co.kr/@k70321/16
4. SET-UP
나 솔직히 이거 할 말 많다. 설비 엔지니어의 가장 큰 비애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하던 시절에는 막 Grating(FAB 내 바닥에 까는 판, 이것이 있어야 내가 걸어 다니고 설비를 놓을 수 있다. 크기도 크고(60*60) 무게도 상당하다(개당 5kg 이상))도 내가 나르고 몸으로 때우는 일들이 꽤나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협력사나 유관부서에게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지시만 하니까 개꿀 아니냐고? 정말 아니다. 문제는 항상 '기한' 이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 정말 대부분 말도 안 되는 납기를 준다. 어떤 미친놈들이 대체 이런 납기를 목표로 삼는지 모르겠는데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래서 이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과연 유관부서나 협력사가 내 말을 그대로 할까? 안 한다...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음만 나오지만 당시에는 진짜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달래도 보고 엄청 여러 가지를 해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한 번에 10대 이상의 설비를 셋업을 하게 되면 하루 전화 200통 받는 것은 일도 아닌데 귀가 진짜 아파서 회사 밖으로 나와서는 아예 전화기를 받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익숙해지면 그래도 좀 할만한 편이긴 하지만 다른 업무에 비해서 스트레스가 커서 저 연차의 친구들은 면담을 해서 업무를 전환하는 경우(대부분 다시 교대근무로...)도 있다. 내가 이것을 오래 한 이유는 단지 오피스 근무를 빨리 나오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인데 이것만 전담으로 해서 하라고 하면 지금은 안 하겠다.
5. PM 업무
Preventive Maintenance의 약자로서 설비가 망가지기 전에 방지를 하자는 의미에서 한다. 각 공정 별로 이 PM 때문에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는 부서들이 많이 있긴 한데 어떤 파트의 경우 24시간 내내 PM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PM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스케쥴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신속하게 진행이 가능한데, 업무 자체의 난도는 높진 않지만 일단 '무조건' 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긴 하다. 대부분 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본부에서 내려오는 각종 숙제나 개선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업무에 반영을 해야 하니까) 최근에는 아예 조를 짜서 PM만 하는 조, 교대 근무만 하는 조를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해당 업무는 협력사가 먼저 CLEANING이나 주기품 교체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현업의 엔지니어들이 와서 부가적인 업무와 설비의 Back Up을 책임지게 된다(어떤 파트는 아예 이 부분까지 하는 파트도 있다고 하더라) 중요한 업무지만 난이도만 보면 그냥 평이한 수준이다.
6. CA 칼슘
사실 칼슘도 아니고 각 부서마다 있기보다는 하나의 큰 조직에 한 명 정도씩 존재하는 인원이다. Change Agent라고 하는데 그냥 별 의미 없는 것 같고 그냥 부서마다 있는 고충 상담원 겸 조직장 시다(?)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직이 워낙 크니 뭔가 나눠줄 때도 누군가가 항상 확인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보통 그런 업무를 많이 하고 과거에는 회식을 잡는 역할도 하였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회식을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무언가 업무량이 엄청나게 줄었다는 느낌도 든다. 부서 복귀해서 찬찬히 보았는데 딱히 뭐 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업무를 조금은 병행을 하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기엔 조직 장만 잘 만나면 꿀인데 제대로 못 만나면 정말 고달픈 직종이다.
7. ER(Employee Relationships)
이름 좀 거창해 보이는데 결론은 인사업무를 담당한다. 근데 인사업무인데 인사권 따위는 없다. 이 자리도 사실 CA가 조직장 시다고 생각하면 이 보직은 팀장 시다고 생각을 하면 된다. 내가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적어놨냐면 파견 갔다가 부서로 복귀하기 전에 진짜 면담이라도 한 번 할 줄 알았다. 마지막까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하고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우리 쪽 담당 ER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정말 대충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많고 조직이 크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모르면 땡인가? 모르면 좀 알아오던가...... 아니면 어떠한 이유 때문에 모른다고 말을 해야지 그냥 몰라요 아몰랑 이후로 아무 답이 없었다. 내가 직접 해 본 업무는 아니라서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본인에겐 좋은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딱히 뭐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 외에도 각 공정 별로 여러 조직이 있다. 본부라고 하는 혁신 쪽에는 다양한 파트가 있고 업무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 위에 나온 업무에서 파생된 업무가 많아서 관련 있는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느 회사던지 여러 조직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부서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 것이다. 위에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선 적어도 빠삭하게 이해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연차가 높은 사람들을 위주로 배치를 하게 되고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자란다(?) 각 조직장 들은 말 그대로 대부분 총괄 총괄 총괄이라서 배제를 했으니 이점 양해 바라며 내일도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 잠을 청해 본다. 아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