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던 주제는 ‘중년 여성의 자기 계발’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 일상의 이야기, 평범한 내 주변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며 성찰하여 나를 가꾸는 것이 목적이었다.
20대 초반, 교직에 입문 후 나의 자기 계발 패턴은 ‘자극-반응/ 이해-적용’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자극을 받아 반응하여 이해의 노력을 거쳐 수업에 적용하는 것. 초년의 교직에서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고, 지금도 이 방법을 자주 쓴다. 각종 새로운 교육 정책과 이론들이 쏟아질 때 그중 나를 자극하는 것을 찾고 반응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으로 연결 지으며 25년 을 버틸 수 있었다고 본다.
현재 나의 자기 계발의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공(功)들임’이다. 어찌하다 보니 혁신학교에 근무하게 되었고 관련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공(功)’을 들이게 되었다. 마틴 부버의 ‘관계의 철학’이나 사토 마나부와 손우정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 등을 귀동냥하면서 인간에게 ‘공(功)’을 들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공들임은 앞의 방법보다 더 힘들고 오래 걸리며, 성공의 확률은 현저히 낫다. 긴 호흡을 가지고 임해야 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성장과 성숙의 깊이를 따진다면 만족도가 높다. 혁신 부장을 하며 학교 철학을 세워나갈 때, 공동육아 이사장을 하며 부모회와 교사회를 조율해 나갈 때, 10년 간 꾸준히 글쓰기와 인문학 공부를 할 때 등등 3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살고 있다. 마음을 쏟고 관심을 기울여 공(功)을 들이면 행복감을 얻는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과정이 힘들더라도 그 경험과 뿌듯함은 온몸에 기억으로 강렬하게 남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의 공들임 단계는 하수다. 시작 전에 망설이고 걱정이 많기 때문이다. 오랜 고통의 시간을 감수하고 오롯이 집중과 몰입해야 함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시작이 쉽지 않다. '고통 끝 강렬한 쾌락'은 알지만 당장 바쁜 일상적인 것만 처리해도 살아가는데 사실 문제 없음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들임의 단계는 분명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해 준다. 뭔가 열심히 산 듯한 보람을 안겨주고 잘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뭔가 의미 있으며 대단한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도태되는 듯 불안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하수의 단계다.
내가 생각하는 공들임 고수의 단계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이다. 그냥 공들이는 것이 좋아서 하고, 열심히 하되, 즐기는 단계 말이다.
좋은 결과와 성과를 내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결과와 성과를 내는 건 불가하고 그것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기보다 평온함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노화로 여기저기 몸이 아프면서 질문을 해 본다. 요즘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남발되고 있으므로 정확한 의미로 질문을 바꿔본다.
우물쭈물 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블리스로 가는 길’이란 책을 읽고 있다. 내가 바라는 최고의 자기 계발 단계라고 생각한다. 작가 조세프 캠벨이 말하는 ‘블리스(bliss)’란,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희열을 느낄까.
내 일상을 써 내려가는 것은 블리스를 찾는 자기 계발의 과정이다. 사실 업무를 잘하고 높은 성과를 보이며 내 상품 가치를 드높이는 방법은 분명 너무나 멋지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상당한 체력과 에너지를 요한다. 열정이 넘치는 마음과 달리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젊은 시절보다 조금 넓어진 내면의 시선과 깊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나의 자기 계발은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며 나의 블리스를 믿고 단단하게 버티는 힘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