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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인 우주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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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n 18. 2023

고독과 외로움

우리는 흔히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영어로는 고독은 loneness 또는 solitariness이고 외로움은 loneliness로 구분되는 것 같다. 고독은 타인과 떨어져 살아도 괜찮고 스스로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해 외로움은 타인의 부재를 참지 못하는 상태이다. 고독을 못 견디면 외로움이 생긴다. <수상록>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미셀 드 몽테뉴는 관계에서 37세에 은퇴를 자청하고 시골에 칩거하며 살았다.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도 젊은 나이에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면서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였다. 몽테뉴나 소로우의 선택이 고독한 삶의 전형이다. 스스로 고독을 택한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외로움은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느끼는 혼자라는 감정이다. 외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원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계속 외로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현대 문명은 사람들이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1950년에 출간된 데이비드 리스먼의 책 <고독한 군중, The Lonely Crowd>은 <외로운 군중>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점점 대도시화가 진행되는 현대 문명은 이기적인 인간형을 양산하고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만 말을 건다. 낯선 사람을 기피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 심지어 돈이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다. 다행히 아직도 깊은 시골에 가면,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물도 권하고 말도 걸어준다. 인그룹 편견 또는 선호(in-group bias or preference)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끼리끼리만 어울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같은 직장, 종교, 경제적 수준, 학벌이 아닌 사람은 배척한다. 어떤 그룹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음과 문을 닫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유대인 출신이 월등하게 많다. 과거 유대인들이 거주지에서 배척을 당하면서 정치나 관계 진출이 어려웠다. 그래서 사회적 차별이 적은 과학분야에 진출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 결과 위대한 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설도 있다. 사회적으로 힘이 없거나 약하면, 외로움이 배가될 수 있다. 사람이 너무 외로우면 도시를 떠난다. 텔레비전에서 산속에 홀로 사는 <자연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왠지 마음이 아프다. 너무 힘들거나 외로우면, 스스로 고독한 길 외에는 택할 것이 없어 보인다.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어느 단계를 넘으면 세상과 사람이 싫게 되는 것 같다. 몽테뉴도 질병도 있었지만, 당시 세상의 권력 다툼에 환멸을 느낀 것이 몽테뉴 성으로 칩거하게 된 주요 이유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진 이야기는 유명하다. 정계에서 추방당한 굴원이 강가에서 몸을 던지려 하자, 어부가 "당신 같은 대인이 어찌 이곳에서 방랑하십니까?"라고 묻자, 굴원이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 맑으며, 뭇사람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있으니, 이로써 추방당했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서 어부가 "그런 탁한 세상을 당신 같은 대인이 헤쳐나가지 않으면, 우리 같은 어부는 어떻게 살겠는가?"라고 묻자, 굴원은 "탁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없다"라고 답하고 강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필자는 도시 속에 사는 고독한 사람이다. 늘 혼자 걷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외롭지는 않다. 고독한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세상을 등지면, 세상의 혼탁함이 더해질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만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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