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유감

우리는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개인의 소유가 인정되고, 시장 경제 체제 속에서 투자와 생산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스템이다. 오늘날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초기 자본주의가 계속 발달하여 이제는 국제적 규모로 움직인다. 수많은 다국적 회사들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 약품, 의복, 자동차, 컴퓨터 등이 전 세계 구석 곳곳에 공급된다. 게다가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세계적 규모의 금융거래, 통신, 무역거래를 훨씬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미중 간 대립이나 세계적인 공급망을 둘러싸고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대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수백 년간 진행되어 온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류 문명에 크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지구적 차원에서 기본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배금주의, 물신주의, 심지어 금전 숭배 등으로 자본주의가 비난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돈이 지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노력도 결국은 금전적 보수가 많고 안정적인 곳을 직장으로 택하겠다는 뜻이다. 돈이 많으면 사람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친구도 많이 따른다. 사람들이 말로는 우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 주변에는 잘 가지 않는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금전적 조건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겉으로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내심 돈을 택하는 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권력이라는 것도 사실은 돈과의 네트워크 속에서 성장한다. 사회 전체가 부유하지 않았던 과거 시절에는 없는 것도 서로 나눠 먹고, 우정이나 사랑에 대한 감정도 매우 중요한 인생의 요소였다. 많은 시집이 발행되었고, 문학동호회나 문학청년이 많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지 않으면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일단 성공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번다. 모든 사람이 그런 현상을 부러워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골프를 시키고, 춤을 가르친다.

성실하게 일해서 저축을 하는 것은 힘겨운 전략이다. 단숨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주식, 가상화폐, 복권, 대출로 아파트 구입, 도박 등이 사회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애를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있으면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고, 돈이 없으면 대접을 별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지난 80여 년간 자본주의가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과거에는 영혼을 구하는 종교 시설은 늘 개방되어 있었다. 지금은 많은 종교 시설에 경비원이 있고,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현상을 목격한다. 신약 성경에서는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라는 말이 있다. 현재 자본주의 세상에서 금전이 추앙받고 있는 현실을 보면, 신이 존재할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돈이 되는 관계나 환경만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버려야 한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인간성이 점점 상실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예 돈을 초월하고 혼자 살든지, 아니면 솔직한 자세로 돈을 많이 벌어서 주변 사람을 돕고 사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