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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17. 2023

소설을 못 읽는 남자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주를 차지한다. 소설의 대화는 주로 감정적인 대화이다. 시는 아예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소설이나 시를 못 읽는 사람이 있다. 소설이나 시가 담고 있는 감정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과는 다르다고 느끼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홀로 성장한 대가이다. 어떤 이유로 성장과정에서 가족이나 친척들 사이에서 감정 교감의 기회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매우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어 외부 세상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혀서 그렇다. 그런 사람은 애어른 행세를 하기도 하고, 논리적 사고가 강하고 이성적 태도가 강화된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보다 학업성적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의 사회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친구와 교제를 잘 못한다. 물론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와도 편한 관계를 가지기 어려워한다. 소위 사회화의 과정을 수료하지 못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많은 대화를 다루는 소설보다는 극적인 장면위주의 영화나 드라마는 시청한다. 세밀한 감정은 모르나, 영화와 드라마의 전체 스토리가 주는 전반적인 감정은 느낄 수 있다. 사람들과의 교감을 못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심리적 성곽을 쌓거나 자신이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나 시를 읽지 못해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다루는 종교, 철학, 문명, 자기 계발 분야를 선호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세밀한 인간적인 대화는 못 나누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비감정적인 연설도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소소한 일상사에 대한 대화에는 관심이 적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논리적이고 고매한 지식과 관련된 주제를 자주 언급한다. 물론 타인들은 그런 주제를 어렵게 받아들이고, 감정적 대화를 못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점점 매사에 비판적이고 불평하는 성향으로 변한다. 심지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믿기도 한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늘 사람들과 대화 시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관심을 안 보인다면, 자신이 혹시 소설이나 시를 읽지 못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크 맨슨은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어려서 사회화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자신을 특권화하고, 자신만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자신만의 이상한 가치관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그런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한다. 예의나 사회적인 룰을 배우는 것을 문화자산을 배운다고 한다. 그러나 지식의 자산이나 문화적 자산을 배우기 전에, 친구나 가족 간에 기본 감정을 소통하는 자산을 배워야 한다. 인간적인 기본 감정을 배운다는 것은 가정과 친구로부터 타협의 기술을 터득함을 말한다. 이런 기술을 못 배운 사람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발끈한다. 심지어 너무 답답하면, 자기 파괴적인 성향마저 보이고, 타인의 정당한 행위를 배반으로 받아들인다. 소설과 시를 읽고 교감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재미있게 잘 나누지만, 소설을 못 읽는 사람은  그런 대화를 어려워하고 늘 심각하게 생각한다. 대신 매사에 드라마틱 상황이나 기적을 기대하는 성향이 있다. 소설을 잘 읽는 사람은 사람을 신뢰하지만, 소설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타인을 늘 적인지 아니면 내편인지 구분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려운 문제를 들고오면 소설을 잘 읽는 사람은 천천히 이야기해보라고 말한다. 반대로 소설을 잘 못읽는 사람은 결론 또는 핵심부터 말하라고 한다.

사실 완전하게 교감 능력이 있거나 반대로 완전하게 사회화가 안된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온유한 성품과 늘 발끈하는 성향처럼 천칭의 양끝에 있지 않고,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필자도 소소한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고, 소설을 못 읽는 쪽에 가까웠다. 지금은 온유해지려고 노력하고, 소소한 일에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질적인 삶에 도움이 안 되고 사람들과의 교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생각을 줄이고 매사에 너무 애쓰지 않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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