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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11. 2023

보행자길 우측통행


필자는 어려서부터 수십 년간 인도(보행자길)를 걸을 때 좌측통행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13년 전에 인도를 걸을 때 우측통행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인도를 걸을 때마다 매우 불편한 상황을 경험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인도를 걸을 때 우측통행제도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보행 방향이 다르다. 특히 반대편 사람이 좌측으로 걸어오고(나의 진행방향에서 볼 때는 우측) 나는 규정대로 우측 방향으로 진행하면, 한쪽이 비켜주지 않는 한 서로 부딪히게 된다. 간혹 몇몇 사람들은 서로 기싸움이라도 하려는지 1m 이내로 서로의 거리가 좁혀져도 잘 비켜 주지 않는다. 또 내가 먼저 양보하려고 우측으로 가다가 규정을 어기며까지 좌측으로 진행방향을 바꾸는데, 상대도 양보하려는지 갑자기 자신의 진행방향을 바꾸어 역시 서로 부딪힐 것 같은 어색한 상황이 일어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규정상 보행자길에서 우측으로 통행해야 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보행자길에서의 통행규칙 역사를 알아보았다. 1921년 조선총독부가 차량과 사람의 통행방향을 일본식대로 모두 좌측통행으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 미국과 유럽의 영향으로 차도와 인도 모두에 우측통행이 도입되었. 그런데 차는 우측통행을 시작했지만, 인도에서는 그동안의 오랜 습관을 고칠 수가 없어서 사실상 그대로 좌측통행이 유지되어 왔다. 차도와 인도에서의 진행방향 불일치 때문에 교통사고율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도로 안전을 목적으로 2010년 7월 1일부터 인도에서도 차량통행 방향과 일치되도록 우측통행 제도가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에 지하철과 병원의 계단이나 일부 보행자도로에 우측통행 화살표가 표시되고 우측통행이 실시되었다.

변경내용을 교과서에도 소개하고 정부의 홍보도 있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도 인도에서의 우측통행 제도가 완전하게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필자처럼 매일 많은 시간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특히 좁은 인도를 걸어갈 때마다 보행자길에서 통행 방향의 일관성 부족 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는다.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기 때문에 인도에서도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가에서 도입한 인도에서의 우측통행 제도가 잘 지켜질 때의 일이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인도를 걸을 때 우측으로 걸어갈지 좌측으로 걸어갈 지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면 새로운 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반영한다. 어떻게든 사회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다시 한번 형성해서 인도에서도 사람들이 우측 동행을 해야 한다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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