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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06. 2023

인간 존재의 모순

우리가 색다른 것을 추구하고, 멀리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심지어 다중우주나 평행우주를 상상하고, 외계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겼을지 또는 어떤 존재 방식을 가졌을지 궁금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 나아가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영생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간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공통적인 답변은 현재 자신의 존재 방식과는 다른 무언가를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누구나 눈앞에 보이는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된 현실 세계를 살아간다. 태어나서부터 배운 교육과 경험대로 살아간다. 소위 환경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인 현재 인간 유전자의 99.9%가 동일하고, 인류 집단적 행동과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세계에 80억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누구나 배가 고프면 먹고 싶고, 과로하면 쉬고 싶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누구나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고, 비난을 받으면 싫어한다. 뭔가 색다른 환경이나 지금과는 다른 존재방식을 찾는 이유는 현실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인간의 존재 방식은 모순 그 자체이다. 동물과 같은 살아있는 내가 있고, 동시에 가치관, 목표, 생각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내가 있다. 이 두 가지 내가 늘 싸우는 존재 방식이다. 보통 사람들은 동물 같은 여러 욕구를 가진 진짜 나를 잘 모른다. 그래서 간혹 동물처럼 울부짖고 싶지만 환경이 용납하지 않아서 여러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다. 칼 융이 지적한 대로 늘 사회적 가치에 어울리는 가면을 쓰고 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인 컴퓨터 게임에서는 게임의 환경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설정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실제 존재 모드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다른 환경을 맛보려고 여행을 하거나, 미지의 우주 속에서 다른 존재 방식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인류는 보이저 1,2호를 태양계 밖으로 보내고, 허블 망원경보다 성능이 개선된 제임스 앱 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제임스 앱이 찍어 지구로 전송한 사진에는 빅뱅 이후 130억 년 전부터의 별들이 보낸 빛이 거리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로 나타난다.

(제임스 앱 망원경이 찍은 우주 사진: 나사)

문제는 지금 지구의 인간이 다른 환경이나 다른 존재 방식을 알게 되어도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다른 차원에 접속하기가 불가능한 것과 같다. 만약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심신이 살아가는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방식일 것이다. 최소한 땅속에 묻혀있는 뼈는 함께 가지 못한다. 30만 년 전에 존재한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날레디의 뼈가 아직도 동굴 속에서 발견되는 사실은 육신이 지구에 남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지금 지구에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정신이나 영혼만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후 세계는 만약 존재한다고 해도 현재 내 삶의 모드나 환경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즉 사후 인간의 영혼에게 어떤 존재방식이 있다면, 이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고 만나지 못하는 외계인의 존재방식과 유사한 형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지구라는 3차원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사후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4차원 이상의 외계인 방식의 나를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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