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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09. 2023

차가운 사랑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뜨거운 감정이나 흥분된 기분이 연상된다. 사랑의 개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사랑이나 이타적인 사랑을 제외하고, 나와 주변 사람들 간에 형성되는 극히 인간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젊어서 연애를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 당시에는 그러한 흠모의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으로 태어난 결혼 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애당초 오래가지 못할 사랑의 감정을 영원할 거라고 착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두 번째 사랑부터는 모든 면에서 조심한다. 사랑의 대상을 혹시라도 깨질지 모를 비싼 도자기처럼 대우하기도 한다. 애지중지 사랑의 마음으로 키운 자녀도 성인이 되면 간혹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한때  뜨거운 사랑이 시간의 퇴적층 속에서 아주 식어버리기 전에 차가운 사랑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 차가운 사랑이란 자녀건 애인이건 배우자이건 상관없이 자신이 그동안 베푼 사랑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사랑을 말한다. 그 대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선의를 계속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이다. 차가운 사랑은 말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차가운 사랑은 어쩌면 뜨거운 개인적인 사랑과 아가페적인 이타적인 사랑 사이의 징검다리일 수 있다. 뜨거운 사랑은 감정에 의지하지만, 차가운 사랑은 의지와 인간애로부터 출발한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설화에 등장하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에서 평강공주의 사랑이 차가운 사랑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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