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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20. 2024

감추어진 실제 현실의 발견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니라". 우주에서 암흑물질은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중력을 이용하여 끌어당기는 힘이고,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과 반대로 우주의 시공간을 빠르게 팽창시키는 힘이다. 암흑물질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별들이 서로 흩어지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흑에너지로 인해서 전체 우주는 점점 팽창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체 우주에서 암흑에너지가 69%를 차지하고 있고, 암흑물질은 26%, 그리고 우리의 눈에 보이는 별들은 모두 합쳐도 5% 정도를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즉 우리의 눈으로는 전체 우주의 5%만이 관측 가능하다. 이런 논리나 주장을 인간 세상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다. 눈과 귀를 통해 사람은 실제 현실의 단지 5%만을 인식할 수 있고, 나머지 95%는 알 수 없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눈과 귀 등 우리의 감각기관이 입수한 정보를 다루는 뇌는 머릿속 깊은 어두운 곳에 갇혀 있어 5%의 현실 정보마저도 왜곡하고 편향적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인간은 구조적으로 실제 현실의 극히 일부만을 보게 되어 있고, 또한 입수된 제한된 정보마저 주관적으로 처리하며 산다.

인간의 정보 수집 제한성과 정보 처리 능력의 부정확성은 비록 지식은 늘어나더라도 객관적인 판단을 심하게 저해한다. 어디 다른 곳에서 증거를 찾을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살펴보면 충분하다. 언제든지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늘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도 수시로 변한다. 애당초 주변 실제 상황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렵게 입수한 5%의 현실 정보마저도 지하 마음감옥의 어둠 속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다루다 보니, 같은 상황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동일인의 의견이나 감정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의견이 주관적이며, 또한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럴 때는 즉각적으로 합리화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거짓말도 한다.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합리화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자신이 그때그때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하고 거짓말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존재 방식이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이나 감정을 수시로 바꾸고 합리화하고 거짓말한다는 사실 자체마저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약 80여 년을 지구라는 공 위에서 살다가 사라진다. 그렇게 합리화하고 거짓말하며 사는 문화의 결과가 지난 20세기에만 세계대전과 이념투쟁의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약 1.5억 명의 다른 인간을 죽게 만들었다. 비록 지역적인 전쟁은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지금은 국가들이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고, 곡물이건 석유건 금이건 상관없이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서로의 이익을 늘리려고 모든 국가들이 24시간 싸우고 있다. 원래 주식이라는 것은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식시장이건 채권시장이건 실물 경제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국제적으로 투기시장화 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암호화폐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은 돈세탁의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인간은 지난 400년간 르네상스 이후 과학과 지식을 발달시킨 다음, 20세기 100년 동안 사람이 사람을 대규모로 죽이는 세계적인 전쟁에 골몰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일부 국가에서 재래식 전쟁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 돈을 먹는 경제적인 전쟁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성이 상실되고, 보통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돈을 좀 더 벌 수 있고, 좀 더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을지에 온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인간 존재의 의미나 가치관, 전통적인 가족이나 남녀 간 진지한 사랑에 대한 개념도 더 이상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이미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고, 1인 가구 비중은 41%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구조나 문화구조, 그리고 국가 간 쟁탈전 확산의 근본 이유는 인간이 처한 실제 현실에 대한 파악 능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과학적인 기준에서 볼 때, 인간의 오감으로는 실제 우주나 세상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 너머 더욱 광대한 실제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만약 지금처럼 인정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5%의 현실만을 놓고 서로 싸운다면, 앞으로 인류 문명이 나아갈 길은 더욱 비인간화의 길을 걸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몸속의 개별 세포들은 주변 세포들을 인식할 수는 있어도, 자신이 일부가 되어 구성하는 전체로서의 나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는 없다. 어떤 세포라도 전체로서의 나를 위하지 않고, 자신만을 증식시킨다면 그것은 암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우리가 일부가 되어 구성하고 있는 전체 세계나 우주를 인식하지 못하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한다면, 전체 세계는 기계화될 것이며, 전체 의식을 상실한 인간들은 기계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개별성과 전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혼(soul)이 개별적인 인간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라면, 영(spirit)은 인간을 전체로 묶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고대 조상들은 집단 속에서 살아가면서 전체성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현대로 내려올수록 인간들은 전체성을 무시하고 개별성만 발전시켜 오고 있다. 인간에게 인식되는 5%라는 제한적인 현실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싶다면, 인간에게 부여된 전체성을 느껴야 한다. 매 순간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전체 속의 나를 느끼기 시작하면, 그동안 내 눈과 귀에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던 감추어진 현실이 점점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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