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에는 약 80억 명이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을 한 장소에 모아두고, 각자에게 공작용 찰흙 한 덩어리를 나눠준다. 원하는 대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80억 명이 각자 다른 80억 개의 찰흙 작품을 만들 것이다. 80억 개 작품 중 어느 것도 서로 같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스스로 연주하는 전자기타라고 가정해 보자. 각자 자신만의 경험, 교육, 문화, 신념, 믿음, 기억, 생각,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 독특한 곡조가 연주될 것이다. 80억 명이 서로 다른 80억 개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손으로 찰흙작품을 만들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정신적인 음률을 만들건, 사람은 원래 만들거나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연주된다. 우주적인 신성이 우리 각자의 마음과 몸을 통해 울려 퍼진다. 그런데 우리의 의식이 착각을 한다. 마치 나의 정신이나 몸이 있다고 여긴다.
착각의 주체는 에고이다. 에고란 우리가 살면서 교육받고 경험하면서 형성된 느낌이나 감정들의 침전물이다. 이런 침전물이 수십 년간 퇴적되어 신성의 에너지가 흐르지 못하게 막고있고, 병을 일으킨다. "죽어야 산다"라는 말이나 "커튼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다", "거듭난다"라는 말들이 바로 이 에고의 침전물이 뚫린 상태를 상징한다. 뚫리면 신성의 에너지가 자유롭게 흐르고 심신의 건강을 회복한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에는 소인배 같은 에고가 군자 같은 신성을 가리고 있다. 원래 우주적인 신의 마음이나 인간이 태어날 때 초기마음은 텅 비어있다. 창세기에는 "땅이 형체가 없이 비어있다"라고 묘사한다. 창조이전의 상태는 그냥 시공이 없는 상태이다. 138억 년 전에 갑자기 완두콩만 한 에너지 덩어리가 폭발하였고, 오늘날의 우주 형상이 나타났다. 원래 텅 빈 마음의 신이 시공 속에 존재하는 개별 생명체로 투사되어, 생명체의 마음속에 생각을 투사하였고, 그런 생각들이 거울 속 외부 세상에 보인다. "공즉시색, 색즉시공", 신에게는 모든 생명체의 드라마나 스토리가 모두 아름답다.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는 데 있다. 자신이 신의 마음이 개별화되어 시공간의 경험을 하는 통로라는 점을 모른다. 대신, 살기 위해 작동하는 경험의 잔해 덩어리인 가상의 에고를 통해 독립적인 나라는 마음과 몸이 있다고 생각한다. 에고란 육신을 가진 생명체의 보호장치이며, 위협 시에 호르몬을 분비하여, 육체를 신속하게 가동한다. 그러한 착각의 대가가 새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계속해서 과거 자신의 경험이라는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희생이다. 자신이 겪은 조그만 경험과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한 제약적인 상황을 실감나게 만드는 공범이 감정이다. 생각과 기억이란 매우 편향적으로 사실 감정을 합리화하는 철없는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생각과 싸울 필요가 없다. 감정의 부속물인 생각과 기억은 불필요한 과로상태에 놓여 있다. 수많은 생각을 일으키는 배후의 조정자인 감정과 에고를 직시해야 한다. 감정은 자신이 겪은 서러움, 불안, 부당함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계속해서 사람들을 붙잡고 불안하게 만든다. 이제 어른이 되어 몸과 마음이 커졌는데, 감정이 계속해서 어린 시절에 입었던 작은 옷을 억지로 입힌다.
보통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알고 있지만, 억누르거나 감춘다. 남에게 드러나면 창피할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거나 분노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해결책은 나의 정체성을 깨닫는 것이다. 신이 나라는 생명현상을 통해서 우주적인 음악의 일부를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이 오케스트라 연주자이고, 우리 각자는 개별 악기들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무기력, 우울증을 이겨내고 내 앞에 펼쳐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매일 새롭게 맛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에고가 입혀준 어렸을 때 입었던 옷이라는 낡은 감정과 신념을 과감하게 벗어던질 수 있다. 낡은 감정을 버리면, 쓸데없는 생각들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모든 감정과 생각은 독자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는 누르거나 저항하면 커진다. 원래 엄청난 밀도로 눌려있었던 초기 우주 상태가 빅뱅을 통해 폭발함에 따라 현재의 스토리 우주가 나타났다. 따라서 감추려 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마치 짖는 애완견을 달래듯이 안아주고 산책을 시켜주면 된다. 인정받는 개는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안아주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의 깊은 이유를 인정하고, "그래 힘들었겠다"라고다독거려 주고바라봐주면 된다. 진정으로 달래주면, 감정 에너지가 점차 사라진다. 마음이 비어지고, 마음을 비우면, 공의 상태를 맛보고, 창조 이전 신의 상태를 느껴볼 수 있다.
마음이 비어야만, 새로운 멋진 곡조가 마음에 작곡되고, 그러한 노래가 나의 심신을 타고 세상에 연주된다. 그런 좋은 현실이 등장한다. 아직 의식이 성장하기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교육과 경험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이제는 점검해 보아야 한다. 무지한 상황의 어릴 때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어떤 감정과 생각을 취할지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어른이 된 지금도 과거의 감정과 생각에 지배받고 있다면, 아직도 무지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철부지 어린 시절에 만나고 이유도 모른채 헤어졌던 마음 속 애인을 이제는 떠나보내주어야만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반대로 나의 아픔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하나씩 지워나가면, 어느새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우리라는 기타는 수많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