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어느 곳에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과거에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기 위해서 애썼던 초기 개척자들이 원래 자신의 채굴 장소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면, 그곳을 인수한 다른 사람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는 일화가 많다. 초기 개척자들이 조금만 더 땅속을 파 들어갔다면, 그토록 기대했던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존 번연이 지은 <천로역정>은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면서 구원의 과정에 도달하는, 출발점과는 다른 목적지 지향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 자신의 상태보다 더 나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언제나 더 높은 곳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현재의 고통을 견뎌낸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노화의 과정이 시작되면, 언제 그런 야망이나 비전을 가졌는지도 가물가물해진다. 사람의 인생도 젊은 시절에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원래의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회귀한다.
한때 가슴에 품었던 위대한 비전, 사회변화를 위한 이념, 내세에 대한 소망마저도 잊힌다. 좀 더 나이가 들면, 걷기도 힘들어지고, 인지장애가 온다. 세상에 갓 태어나 유모차에 의존하였듯이, 노화가 깊어지면 휠체어에 의존한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인생이란 시작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젊음이 항상 지속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일정한 시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의학박사인 아보 도오루는 저서인 <사람이 병에 걸리는 단 2가지 원인>에서 생명의 탄생과 소멸, 암 등 질병의 원인과 치유해법을 세포학적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한다. 과로, 수면부족,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저체온과 저산소가 만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암이 발생하면, 자신의 생활방식을 돌아보고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욕탕, 유산소운동, 찜질을 통해서 신체온도를 36.5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늘 심호흡을 통해서 몸의 세포에 충분히 산소를 공급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면 어떤 병도 사라진다고 한다. 약 60조 개로 이루어진 인간의 세포에는 에너지 공장이 2개가 있다. 3대 영양소와 산소, 햇빛이 필요한 미토콘드리아계 공장과 포도당만을 사용하는 해당계 공장(세포질)이 있다. 해당계는 원핵생물이나 발효식품들처럼 산소 없이 분열하고 에너지를 만든다. 암세포가 바로 그렇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과정이 느리고 산소를 필요로 하고 성장에 관여한다. 대신 해당계보다 18배 더 많이 에너지를 생산한다. 해당계는 미토콘드리아계보다 100배 빨리 에너지를 생산해서 100m 달리기와 같은 순발력이 필요한 동작에 사용된다. 미토콘드리아계는 마라톤과 같은 지구력이 요구되는 동작에 사용된다.
사람은 어려서 주로 해당계 방식으로, 20~50대에 해당계와 미토콘드리아계가 1:1로 균형을 맞추고, 50 이후에는 미토콘드리아계가 확대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30억 년 전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없어서, 혐기성 균만이 존재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광합성 균이 등장해서 에너지 생산의 부산물로 산소를 만들어냈다. 이어서 지구 대기 중에 산소가 늘어나자, 미토콘드리아의 전신인 호기성 균들이 나타났다. 따라서 생존위기를 느낀 혐기성균들이 호기성균들과 공생에 들어갔고, 현재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의 세포에 혐기성균의 후손인 해당계와 호기성균의 후손인 미토콘드리아계가 공존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너무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몸이 긴장하고 산소가 부족해지고 저체온이 된다. 그러면 해당계가 과잉 작동하여 암이 발생한다. 따라서 암을 치유하려면 무엇보다도 심호흡, 체온조절,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서 미토콘드리아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면 암세포 분열에 필요한 해당계 활동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암세포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원시미생물인 원핵생물은 불노불사의 상태에 있지만, 인간 등 진핵세포로 구성된 생명체는 산소를 통해 성장을 경험하지만, 결국 산화작용으로 생명의 종점을 맞는다. 대신 후손을 통해서 생명이 연장되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계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너무 화를 내지말고, 서두르지 말고, 편안한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편안함도 경계하라고 한다. 어떻든 인간은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 상에 있음을 이해하고, 삶의 각 단계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