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매일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아침에 눈을 뜨면, 소위 할 일이란 게 있어서 그에 따라 행동을 하고 하루를 살아간다. 가끔 중간중간에 할 일이 없을 때, 휴식도 취하고, 다음 할 일을 만든다. 세상에 막 태어났을 때는 우리의 신경 세포들은 아직 세상적인 패턴에 노출되지 않았었다. 물론 부모나 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형질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나 또는 세포 속 유전자의 염기에 새겨져 있을 수 있다. 뇌신경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약 1,000억 개의 신경 세포(뉴런)를 타고 태어난다. 유전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아이가 태어나면 신경 세포들이 마치 하얀 백지장과 같은 상태이다. 그런데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면서 신경세포 사이에 시냅스라는 다리를 통해서 연결망이 구성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결망이 생각, 기억, 감정들을 만들고 유지한다. 아이때는 아직 판단 의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선택할지 구분이 안 된다. 따라서 보이는 것을 모두 있는 그대로 세포들 간의 연결을 통해 머릿속에 받아들인다. 마치 위스키를 큰 통째로 벌컥벌컥 마시는 것과 같다.
따라서 6세 이하의 아이 때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 즉 시냅스의 수는 약 1,000조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결망은 아이의 뇌 발달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하나, 6세 이후 학습과 경험에 따라 필요한 연결망과 불필요한 연결망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그 수가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 이어서 대략 10세 이전에 한 아이의 신경망이 어느 정도 굳어지고, 그 아이의 생각패턴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문화, 종교, 가족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어떻게 보면, 평생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뇌의 신경망이 아직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시기에 주변 환경과의 소통에서 일방적으로 주입될 가능성이 많다. 특정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대부분 특정 종교를 믿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가정교육과 유아교육이 한 아이의 신경망 구축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루소나 페스탈로치 같은 선각자들이 체계적인 보통교육을 주장한 이유이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성격 패턴이나 감정 체계의 장단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기본적 정신구조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주변의 영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형성되어, 평생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유아들은 스스로의 선택 능력이 없는 무지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주변 세상의 편향성과 소란함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부모가 큰 소리로 다투면, 엄마 배속의 태아가 놀란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만약 현재 우리의 어른 세계가 평균적으로 너무 힘들고 지쳐있다면, 이 세계에서 성장하는 유아들의 뇌 신경망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힘든 어른들의 삶은 그렇다 쳐도, 새로운 세대들이 아직 성장하기도 전에 뇌의 신경망이 부정적으로 굳어지고,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미 많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런 장면을 어린아이들이 쉽게 보며 자란다. 우리가 일정표에 적힌 매일 할 일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화와 인권, 노동권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지속성이다. 유아들이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편향된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방치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들게 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건강한 정신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