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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26. 2024

어느 정도 못난 자신을 인정하기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고 싶다. 그런데 실제로 어른이 되어서 살다 보면, 이러한 보편적인 가치들을 완전하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된다. 따라서 100% 완전한 행복, 건강, 마음의 평화,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되면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단 한번 주어진 아까운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자연 재난, 기후변화, 기근, 질병을 극복하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인간 사회도 높은 지위나 권력, 귀한 물건들이 제한적으로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것을 쟁취하고자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애초에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나 사회 심리학적으로나 늘 행복할 수도 없고, 마음이 편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힘든 생존 구조를 망각하고, 막연하게 어떤 영원한 행복이 있을 거라고 찾아다닌다. 또한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재물이 많아지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매일 언론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사람은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는 어쩔 수 없어, 나는 못났어, 나는 가진 것이 없어, 나는 배경이 없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사람이 자기 혼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겉으로는 멋있는 척을 하는 사람도 마음은 늘 불편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안다. 어쩌면 인간은 인생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날그날 먹고사는데 필요한 일용할 양식을 넘어서서 미래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지나친 잉여 물질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어느 정도 쫀쫀하고, 비겁하고, 몸이 아프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정상적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마치 완전한 건강과 행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구름을 쫓아가는 것과 같다. 인간이 비록 80여 년을 살고 세상을 떠나지만, 책과 문서들을 통해서 조상들의 삶을 비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인간 사회의 모든 세대가 전쟁이나 기근 또는 질병에 시달렸고, 힘들게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수명은 어느 정도 연장되었으나, 현대인의 삶의 질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나아진 것도 없다. 모두 아프고 힘들고 인간관계 속에서 괴로워한다.

이처럼 인간의 가장 큰 단점은 학습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조상들이나 아니면 바로 우리 부모 세대가 겪은 인간 사회의 반복되는 혼란스러움이 정상 상태임을 배우지 못한. 그것을 모르고, 매번 새로운 세대들은 더 멋진 사회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노력한다. 꿈꾸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인간의 생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사람이 추구하는 100% 아름다운 인생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아프고, 어느 정도 불안하거나 비겁하고, 어느 정도 힘든 것은 정상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생존 구조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매우 자비스럽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매우 잔인하기도 하다. 어떤 때는 게을렀다가, 또 어떤 때는 매우 부지런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에는 행복하다고 느꼈다가, 돌아서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눈이 크게 떠진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은 어떤 면에서나 완벽하지 않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커다란 책상이나 의자에 앉고, 큰 집에 사는 이유는 자신은 마치 불안하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고 위장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은 누구나 아프고 힘들다. 이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뭔가 100% 완전한 것을 추구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인생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자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환경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되, 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어떤 완벽한 것이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간도 개미나 벌, 지렁이가 는 환경 속에서 살아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인간과 비슷한 포유동물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하는 대가로 더 힘든 정신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핵심은 인생 구조가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나의 삶이 힘든 이유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원래 인생이 그렇다. 다만 우리의 눈에는 주변에 있는 존재들이 나의 힘든 삶의 이유가 되는 핑곗거리로 보일 뿐이다. 원래 복합적인 인생의 구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부족하고, 어느 정도 못났고, 어느 정도 아프고, 마음이 불안하고, 인간관계가 힘든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런 상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여야만, 나머지 인생을 그나마 유유자적하며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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