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Jun 07. 2023

독일 사람들이 사랑하는 호수

왜 다들 좋다고만 하는 거지?

독일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시청해 봤을 유튜브 채널 중 Easy German이 있다. Easy 뒤에 독일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터키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각자의 채널들을 가지고 있는 언어 관련 유명한 유튜브 채널인데, 이지 독일어는 약 160만 명 (2023년 6월 기준)의 구독자 및 약 천 개의 동영상을 가진 두터운 독일어 교육 채널이다.


독일어 채널인 만큼 독일어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내가 재미있게 보는 콘텐츠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도시들 (Cities of Germany, Austria, Switzerland)"와 "German Dialects (독일어의 사투리들)"이다.


독일어에도 사투리가 있어?라는 질문이 있다면 서울어인 독일어와 지역의 사투리의 몇몇 단어와 문장들을 로컬 사람들과 직접 비교하기 때문에 얼마나 서로 다른지 확인할 수 있어 신기하고 흥미롭다. 게다가 이 콘텐츠들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 간 지역갈등의 단서를 독일에서도 찾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독일에 오기 전까진 독일 내에도 지역 간 편견이나 갈등 같은 것이 있는지 몰랐는데, 뮌헨이 있는 독일 남쪽 지역에서 자라난 남편과 함께 독일 북쪽의 베를린에서 살면서 뮌헨을 포함한 바이에른 지역과 베를린을 포함한 타 지역에 대한 자존심 대결을 엿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왜 거기에서 살아?라는 질문을 들 수 있는데 맥락은 우리 동네가 가장 살기 좋은데 왜 그렇게 겉멋만 자르르한 또는 그렇게 부잡하고 더러운 곳으로 이사를 가냐는 의미였다. 물론 서로의 도시들에 대해 다른 매력을 느끼며 애찬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독일에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 싶게 만드는 서로를 무시하는 듯한 도시들 간 신경전을 볼 수 있다.


그 신경전은 베를린과 뮌헨처럼 한참 떨어져 있고 색깔도 전혀 다른 도시들 간에도 있다면, 몰랐는데 신기하게도 제법 가깝게 보이는 곳인데도 보이지 않는 알력을 갖고 있는 관계들 사이에도 존재했다. 예를 들면,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뉘른베르크, 쾰른과 뒤셀도르프 등이 있었는데, 그 이유들을 듣고 있노라면 응답하라 1994가 떠올라 나도 몰래 웃음이 지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독일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으며 새삼 놀랐던 또 다른 부분은 생각보다 많은 독일 사람들이 독일 내 유명하고 큰 도시들이라고 가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베를린이 수도이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름만 대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알 수 있는 도시지만 자신이 흥미롭게 느끼지 않아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렇게 독일 사람들 안에서도 독일 내 도시들에 대해선 자기만의 깐깐한 기준 혹은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가 가게 될 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가 궁금해졌다. 이사가 확정되면서 아직 나는 가보지 않은 그 도시에 대해 다른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내가 가는 싱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 대부분 나에게 다시 거기가 어디에 있냐고 되물어봤는데, 결국 나는 내가 가는 도시가 아닌 그 도시를 둘러싼 훨씬 유명한 도시인 ‘콘스탄츠’나 ‘보덴제’를 물어보게 되었다.


“콘스탄츠는 어떤 도시야?”

“보덴제 주변은 어때?”


그러면 갑자기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마치 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들떠서 말한다.


“거기 너무 좋지. 너무 예쁜 곳이야!”


신기한 것은 바이에른 사람에게 물어도 베를린 사람에게 물어도 고르게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취향이 정반대인 것 같은 두 지역 사람들이 다들 예쁘게 생각하는 곳이 있다니,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보통 독일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특징을 꼽는 데 있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불평하기가 아무리 유명한 도시라고 해서 너그럽게 넘어가는 적이 없는데, 어쩜 이렇게 고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가본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는 아직 가보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런데 듣기로는 아주 좋은 곳이라고 들었어”라고 의견을 꼭 덧붙이는 것을 보고 나는 보덴제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혹시 내가 천국에 가는 것일까? 싶은 이상할 만큼 자비로운 독일 사람들의 평가. 왜 독일 사람들은 보덴제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가기 전부터 무척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역인 것은 분명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베를린 다음 목적지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