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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09. 2021

누군가의 탓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세 번째 인도 기차에서의 대화



아그라에서 잔시라는 도시로 이동하는

3시간의 기차여행

차창밖으로

콧수염처럼 듬성듬성 풀이 피어난 들판에
전신주도 보이고


정말 영화에서 보던,
입구에서부터 창문까지 기차의 모든 통로에

구부려 앉은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그것도 지루해질 무렵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도 보다가..
그것마저 지루해질 때쯤,
마주 앉은 언니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차창밖을 보는 듯했지만

어쩌면 창문 밖에서 보이는 대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바라보는 풍경은 인도 그 자체였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들은
한국에서 가져온 그대로의 들.
언니에게 나도 몰래 털어놓는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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