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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08. 2021

타지마할 보러 아그라까지 갔는데 반나절만 머문다면

무굴제국의 아름다운 심장, 아그라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아그라 칸트 기차역에 도착했다. 우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타지마할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모두 지나치는 입구인만큼,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 마냥 기차역 앞은 사이클 릭샤부터 택시까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5월 4일. 건기의 절정을 달리는 시기. 현지 온도가 거의 43도를 육박하고 있었으니 무척이나 더웠다. 사람도 많고, 덥기도 하고, 자이푸르에서 너무 가깝게 붙어 다닌 경험을 미리 했던 우리는 이번에는 택시 두 대를 빌려 도시를 돌아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을 살펴보는데 이름난 잔치에 먹을 건 없다고 아그라엔 딱히 맛집이 없는 듯했다. 가장 첫 번째에 나온 음식점을 찍어서 가자고 부탁했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 자꾸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길잡이 언니는 바로 감을 잡았고,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을 단호하게 말했고, 그래서 안전하게 우리가 원했던 음식점에 도착했다.





신라면이 있다. 무려 100루피. 우리나라 김치를 흉내 낸 김치도 있고 볶음밥도 있다. 밥을 먹으며 루트를 짰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파테푸르 시크리, 아그라성, 타지마할. 하지만 시간은 벌써 정오를 지났고 타지마할의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 아그라성은 델리의 붉은 성과 비슷하다는 길잡이 언니의 말에 파테푸르 시크리와 타지마할로 가닥을 잡았다.


아그라에는 특별한 형식의 요금이 있는데 바로 ADA. 아그라 개발기금 정도의 의미로 아그라를 여행하는 외부 여행객들에게 요구되는 아그라의 모든 볼거리에 포함되는 세금이다. 타지마할 입장 시 구입하면 당일에 한해 아그라성과 파테푸르 시크리의 ADA요금은 면제된다. 그래서 짜낸 잔꾀.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일행 중 한 오빠가 얼른 타지마할에 가서 먼저 모두의 입장권을 끊어왔다. 얏호.


시간이 없는 우리는 바로 파테푸르 시크리로 날아갔다. 이미 서울 사람이 경복궁을 수백 번 지나가는 것처럼 인도 여행하면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를 자기 집보다 더 자주 갔을 길잡이 언니와는 헤어졌다. 너무너무 더운 날씨. 파테푸르 시크리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택시기사 아저씨가 멈추셨다.


"여기서부터는 갈 수가 없어요."

"아저씨.. 너무 더운데요.. 아까 하루 동안 운전해주신 댔잖아요.."


들어보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 근처에는 교통편을 통제해서 정해진 CNG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눈 앞엔 정말 허름한 CNG 버스가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 계셨는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신 아저씨 한 분. 본인은 국가 공인 가이드라며 500루피를 주면 왕복 버스비에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하셨다. 절대 못 깎는다는 가격은 결국 매번 그랬듯이 깎여 나갔고, 택시 아저씨가 그렇게 강조하던 CNG버스를 타던 순간, 갑자기 우르르 올라타던 다른 관광객들을 보며 우리는 생각했다.


'흠... 우리, 속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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