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Mar 10. 2021

인도의 길 위에서 걱정을 내려놓다

너무 더운 택시 안, 극한의 선물




에로틱한 석상들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카주라호를 가기 위한 건널목,
잔시.

기차 노선이 없는 카주라호.
바라나시로 가면 타던 기차 그대로 가면 되지만
여행 루트에 포함된 카주라호를 가기 위해
우리는 기차에서 내렸다.


잔시라는 곳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작은 동네라고 하더라도
인도는 사람이 참 많다.
역시 인구대국.

이 곳에서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카주라호로 향한다.





택시 안, 그 안에서 느끼는 단 하나의 감정.

아...
덥다...

정말 너무 덥다...

도대체

인도에서 계약이란
어떤 의미일까?

일행이 모두 타기에도 좁은 택시에
약속도 없이 일행을 데려오신 운전사 아저씨는
떡하니 친구와 가장 넓은 앞자리에 앉아 버리셨다.


한국에서도 그러신지 인도에 처음 와서

특별히 긴장해서 그러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여행 내내 참 점잖고 착한 일행분들은
군말 없이 뒷자리에 3명씩 쪼그려 앉았고,
그런 우리를 보는 길잡이 언니는

계약과 다른 차와 조건에 더 성이 나서

인도의 더위를 부추기고 있었다.

우리의 더위를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가장 넓은 앞자리를 차지하신
인도인 아저씨 분들은
아랑곳없이 수다의 열기를 높이신다.


모두 다른 이유에서 차 안 공기가 올라가는데도

에어컨은 참 신기하게

달릴 때만 작동되는 것 같다...

거의 20분째 멈춰서

에어컨도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사고라도 난 걸까,

교통체증인가

차는 너무 좁고 덥고

인내심이 바닥날 즈음


저 멀리서 시컴한 기차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10분,

기차가 지나갔는데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람과 교통수단을 정리하는데 10분.

차들이 지나가는데도
한참 수다를 나누시다가
누군가 알려주고 나서야 움직이는 자동차.

여유 있는 운전기사 아저씨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 옆을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소들이 끌고 가는 수레가 더 시원하고 빠를까.

나도 몰래 그런 생각이 들던 참에
갑자기 너무 더워서 속이 매스껍고 어지럽고

숨이 막혔다.

순간, 인도에 오기 전
의사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신기루처럼 두려움으로 피어올랐다.

"뇌출혈 환자에게
위험한 상황 중 하나가
더위 먹는 거예요"


이전 05화 누군가의 탓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