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마을의 인도 전통 결혼식과 아이들
아기자기한 동네 카주라호. 이 조그마한 동네에 한국인들이 몰리는 이유, 다소 선정적인 카주라호의 석상들이다. 비폭력의 증조할아버지 간디 선생님께서 카주라호의 석상들을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고 하셨다니 석상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성적인 부분도 엄연히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솔직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해하고 호기심이 많은 걸까? 인도인을 제외하고 오늘 만난 외국인, 어제 만난 한국인. 하루만 지나도 어떤 이가 새로 오고 가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인 이 곳에 유난히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이유는 이런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배경 때문은 아닐까 싶었다.
요가 할아버지와의 요가 이후, 어느새 어둠이 밀려왔다. 카주라호에 대한 언니, 오빠들의 궁금증 해소는 내일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 작은 마을에서 무얼 하지?
"오늘 밤에 이 근처에서 현지인 결혼식이 있대요. 같이 가볼래요?"
역시 길잡이 언니의 정보는 짱. 사방이 뚫린 작은 봉고차 같기도 하고 4인승 오토바이 같은 인도식 교통수단, 템포. 보기보다 아담한 템포 한 대에 열 명의 일행이 모두 탑승이 가능했고, 나는 습관처럼 뒤쪽의 트렁크 같은 자리에 반대방향으로 쪼그려 앉는다.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 경운기를 탈 때면 항상 경운기 끝자락에 앉아 발을 허공에 내려놓고 통통거렸다. 차 앞에 앉으면 다가오는 풍경들이 사라지지만, 뒤를 보며 앉아 있으면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템포의 뒷좌석에 다리를 내려놓고 앉아 허공에 발을 통통 거렸지만, 델리나 뭄바이였다면 시동을 걸리도 전에 순식간에 쏟아지는 다른 릭샤들에 내 다리는 두 동강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행히 지금 나는 인도의 작은 시골마을인 카주라호에 있었다. 뒷좌석에 앉아 멀어지는 풍경들을 끊임없이 붙잡을 수 있는 시간. 비포장 도로의 통통 거림, 새까만 밤거리를 비추는 백열등 같이 작은 가로등 불빛이 양옆에서 하나 둘 스쳐 지나가고 그 간격을 수많은 별빛이 채워줬다.
"아~ 인도 하늘엔 별이 많구나"
하던 찰나, 갑자기 별빛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울퉁불퉁 흔들대던 템포가 천천히 속력을 줄이고, 별빛을 대신한 휘황찬란한 결혼식장 불빛들이 누가 봐도 '여기가 결혼식장이에요' 알려 주고 있다.
결혼식 겸 동네잔치. 커다란 마당에 빨갛고 하얀 천막을 치고 색색의 전구와 원색의 장식을 달아놨다. 하지만 동네 사람 모두를 초대하는 듯한 확 트인 결혼식장에도 은밀하게 숨겨진 공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신부대기실. 화려한 사리를 입고 장신구를 하고 있는 인도 여인들이 낯선 이방인들에게도 감사한 미소를 나눠준다. 두 손을 모아 공손히 나마스테를 말하며 작은 방으로 들어가 보니 약간은 긴장한 듯한 신부가 보였다.
'어쩜 저래 눈이 클까, 어쩜 저리 진할까.
코, 귀, 눈썹 한꺼번에 장신구를 달고 있으면 괜찮을까?'
티브이나 책에선 몇 번 봤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라 궁금증이 많았지만 낯선 이방인들의 신기한 눈길이 혹여나 민폐가 될까 얼른 방을 나왔다. 신랑을 기다리는 우리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 장, 두 장 우리는 어린이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웃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어 달라며 올 때는 활짝 웃는데 정작 사진을 찍을 때는 모두 석상처럼 굳어버린다. 마치 마을을 대표하는 포즈가 있는 것처럼 오토바이 위에 앉을 때, 친구와 둘이 찍을 때, 여럿이 함께 찍을 때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긴다. 사진을 찍고 미소를 교환하며 자연스레 사진과 함께 질문들이 오고 갔다.
"어디에서 왔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왔어"
"몇 살이야?"
"몇 살인 것 같아?"
"16살?"
"어! 맞아!"
여기저기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쏟아졌다. 우리 일행들의 평균 나이가 대거 하향 평준화되고 언니 오빠들의 입도 귀에 걸린다. 그렇게 물 흐르듯 외국인에게 건네는 평범한 질문들이 오가다
"남자 친구 있어요?"
"엥?"
"키스해 본 적 있어요?"
'엥? 요것 봐라'
"저랑 사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