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그리고 착한 사람
자이푸르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드디어 인도 기차 하면 떠오르던 인도 기차 같은 기차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기차에 처음 오르는 순간부터 뿜어져 나오는 인도의 분위기. 객차에 들어서자마자 좌석번호를 찾아봤다. 우리 일행이 11명이니 분명 기차 안 어느 공간, 어느 한 구석은 텅 비어있어야 하는 건데.. 이미 가득 차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능숙한 길잡이 언니가 단번에 좌석번호는 찾아주셨지만 이미 좌석은 차있었다..
의자 하나에 적힌 좌석 번호는 3개, 세 명을 위한 자리만 적혀있었지만, 아직 자리의 주인은 한 사람도 엉덩이를 걸치지 않았는데 이미 다섯 명이나 앉아있었다. 주인 없는 좌석에 엉덩이를 먼저 붙이고 계시던 주인 공분들은 한 가족이었다. 두 눈에 반짝이는 쌍쌍 별을 단 것 같이 귀여운 어린이 세 명과, 그 눈망울에 깜빡 속아 우리 자리를 모두 내어줄 것 같은 그 아이들의 부모님까지 총 다섯 분.
세계 어딜 가나 부모님의 존재는 강한 건지 우리가 아무리 표를 보여주어도 절대 꿈벅하지 않던 아주머니, 아저씨가 길잡이 언니의 힌디어와 기차 차장 아저씨의 몇 마디에 그럼 아이들이라도 어떻게 앉으면 안 되겠냐고 말을 바꾸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양보해서 만든 서로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언니 오빠들은 서로의 자리 사이사이를 내여서 아이들과 함께 끼어 서로 마주 보며 기차를 타고 갔다. 그런데 같이 앉아 있다 보니 함께 간식도 나눠주고, 사진도 찍으며 마음속 거리가 서서히 좁혀져 가던 즈음.. 옆에 있던 다른 일행 언니가 한마디 한다.
"그렇게 계속 양보만 하다간 자리 다 뺏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