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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05. 2021

인도에는 블루시티와 핑크시티가 있다

그냥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 패키지의 시작, 자이푸르



블루시티, 조드푸르 (출처: 구글 이미지)



우리나라 뮤지컬로 잘 알려진 김종욱 찾기에는 인도의 도시 한 곳이 나온다. 바로 도시 전체가 파란색으로 꾸며진 블루 도시, 조드푸르. 그 도시가 있는 주도인 라자스탄에는 파란 도시 외에 핑크 도시도 있다. 바로 우리가 처음 여행할 인도의 도시 자이푸르다. 자이푸르는 라자스탄주의 광역시 같은 가장 큰 도시이고, 조드푸르는 두 번째로 큰 도시. 원래는 블루시티와 핑크시티 모두 둘러보고 싶었지만 블루 도시인 조드푸르는 훨씬 서쪽에 위치해 있었고, 우리가 가려는 여행루트와는 정반대 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번 일정에는 핑크 도시, 자이푸르 만 둘러보기로 했다.



핑크도시, 자이푸르 (출처:구글 이미지)


자이푸르는 라자스탄 주의 주도이자 핑크 도시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왜 핑크일까? 이유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설은 식민지 시절 영국의 왕자가 자이푸르를 방문할 때 자이푸르의 지도자가 왕자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도시를 '핑크'색으로 꾸몄다는 설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 분홍색, '핑크'색은 친절, 환대를 상징하는 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의 설로는 자이푸르의 많은 건물들이 붉은 암석으로 지어져서, 건물 색 역시 핑크에 가까운 붉은색을 띄어 핑크 도시라는 별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 잠시 거쳐, 라자스탄의 주도, 핑크 도시 자이푸르에 도착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우리 일행은 자이푸르 숙소에서도 배낭만 내려놓고 바로 숙소 프런트에 모였다. 이제부턴 정말 여행의 시작이다. 우리 여행은 패키지여행이긴 했지만 그냥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 패키지였다.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분은 가이드가 아니라 길잡이분이셨고, 교통편과 숙소는 예약이 되었지만 그 외의 여행 일정이나 식사는 각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자유여행이었다. 길잡이 언니는 우리에게 앞으론 스스로 다니셔야 한다며 숙소 주소와 물건을 살 때나 릭샤를 탈 때 흥정하는 법을 몇 번이나 반복해 알려주셨다. 사실 언니보다 더 큰 성인들이었는데 언니는 우리를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이 되는지 혹시나 싶어 하나하나, 한 명 한 명에게 설명해준다.


첫날이었지만 이미 델리에서 자이푸르에 넘어오는 동안 인도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닐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지한 것 같았다. 낯선 인도의 풍경이 얼마나 사람들 사이의 단결심과 협동심을 만들게 하는지, 아직은 서먹한 사람들과도 스스로 대화하게 만드는 곳이 되어버렸다:) 한 오빠가 먼저 어디로 갈 것인지 의견을 묻는다. 나는 어디를 가든 사실 상관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선 안전하기만 하면 됐다. 내 머릿속에선 여행 오기 전 의사 선생님과 약사 언니가 조언해준 말씀이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왈, “머리가 아픈 건 당연해요. 하지만 어지럽거나 구토 증상이 생기면 응급실로 와야 해요”. 약사 선생님 왈, “5월에 인도 가면 제일 더울 땐데 더위 먹으면 당연히 어지러울 테고, 인도 가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갈이만 해도 설사하거나 토하는데 인도는 지금의 너랑 상극인 것 같은데 안 가면 안 되겠니?”. 여행을 기다리는지, 그런 증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지. 아직 여행의 첫날인 데다, 이제 제대로 인도를 돌아볼 생각이 드니 사실 여행과 동시에 몸상태를 제대로 잘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나는 여행 일정을 조금 여유롭게 잡고 싶었다.


그래서 잠자코 소파에 앉아 다른 분들은 어디로 가시는지 듣고 있었다.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리는 듯했다. 자이푸르 시내만 돌아다닐 것인가 아니면 시 외곽에 있는 암베르 포트 성까지 갈 것인가. 한쪽에선 어디를 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선 어떻게 갈 것인가가 논의 중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이클 릭샤, 오토바이를 개량해서 만든, 뒤에 짐도 싣고 사람도 3명은 탈 수 있는 오토릭샤.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처럼 일행들이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는 동안, 뒤편에선 숙소에서부턴 무조건 알아서 가셔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시던 길잡이 언니가 어느새 현지인들과 조용히 흥정 중이다. 잠시 뒤 열심히 토론 중인 일행들 사이에서 길잡이 언니가 나지막이 물었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큰 차 한 대를 불러서 같이 움직이셔도 가격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지금껏 신중하게 논의한 모든 논의를 군말 없이 감사히 길잡이 언니의 제안으로 바꾸는 일행분들. 생각할수록 누구 하나 모나지 않고 단번에 동의를 만들 수 있는 이 멤버들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른이 되면 부족함을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모든 분들이 흔쾌히 수락한 덕분에, 그리고 뒤에서 몰래 우렁각시처럼 도와주는 능력자 길잡이 언니의 흥정 덕분에, 시간당 계산할 것도 없이 하루 종일 타는 것으로 자이푸르 시내와 암베르 포트 시외까지 모두 돌고 온다는 조건으로 차를 빌렸다. 모두가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되자마자 우리 일행에겐 자연스레 공금이 생겼고, 아무도 나서지도,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한 오빠가 총무님이 되었다. 첫 여행지이지만 왠지 앞으로도 쭈욱 함께 움직일 것 같은 이런 끈끈한 느낌:)


그렇게 밝은 기운을 가지고 숙소에 나서 우리가 빌린 교통편을 찾았다. 길잡이 언니는 분명 큰 차라고 했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다 큰 어른 10명이 한 차에 탈 정도라면 봉고차 정도는 되겠지 싶었겠지만 여기는 인도. 40도를 육박하는 더위임에도 에어컨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말 기대에 미치지 않은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사실 일주일 동안 함께 여행을 하는 일행이라고는 했지만 이제 인도에 도착한지는 하루, 실제로 공항에서 만난 지는 이틀밖에 되지 않은 일행들이었다. 우리가 함께한 것이라곤 비행기를 각자 좌석에 맞게 탔고, 비몽사몽 상태에서 델리의 여행자 거리의 새벽 비경에 기겁했고, 아침 기차에 실려 오듯 자이푸르에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난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분들도 있었는데, 정말 이 아담한 택시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레 온몸으로 친해지고 있었다. 맨 앞자리는 운전하시는 현지인과 우리 일행 두 명, 두 번째 줄에는 4명이 끼어 앉았고, 세 번째 짐칸에는 친해지라고 마주 보며 4명이 앉았다.


이미 지정된 좌석보다 초과된 사람들이 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사람들은 경찰이 나타날 때마다 한 사람씩 괜스레 몸을 의자 밑으로 구겨 넣었지만 역부족인 것이 자꾸 웃음이 났다. 경찰을 보며 조마조마하던 앞 칸의 언니는 얼른 습관대로 안전벨트를 빼서 옆에 끼우려는데 한국과 다른 듯 자꾸 헛손질을 한다. 당황한 언니가 운전자에게 묻자 그는 느긋하게 그냥 붙잡고 있으라는 시늉을 했다. 언니는 그렇게 한동안 안전벨트를 붙잡고 있었다.



5월의 인도는 새들도 목마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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