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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Apr 29. 2024

창을 끄면 밖은 밤


시끌벅적했다. 내 손안에 있는 작고 네모난 것은 깜깜한 밤에도 빛을 낸다.


이 작은 세계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쪼개져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을 구경하는 건 참 재밌다. 글을 읽고 쓰는 것만큼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한다.


어떤 곳은 서로 죽일 듯 싸우고 어떤 곳은 서로 사랑하지 못해 안달 나고 또 어떤 곳은 누군가를 동경하며 미쳐간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은 버튼을 누르니 사라진다. 창을 끄면 밖은 밤. 나는 완전히 밤이 된 방을 쓱 둘러보았다.


낮에 읽다가 한 곳에 밀어둔 <<쓰기의 감각>> 이  말을 건다.


 ‘브로콜리에 대해 쓰세요.’

 ‘도시락에 대해 써보세요.’

 ‘그냥 쓰세요.’


뭐라도 끄적여야겠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

도저히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 한 번 기다려볼까?


가만히 눈을 감는다. 잠을 기다려본다.  온갖 잡념이 떠돈다.  때마침 빗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나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다시 슬그머니 네모 화면을 킨다.


당장 내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들일지라도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내뱉는 감정을 보며 혼자 낄낄댄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고민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작은 위안을 삼는다.


역시 재밌어. 모든 재밌는 일들은 내가 잠들 때 일어나고 있단 말이지.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착각이 든다.  오늘을 어제보다 질질 끌어본다.  

오늘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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