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잠겨 숨을 쉬다
“어, 엄마.” 하는 내 인사에 발신인은 숨을 삼키는 듯했다. 그 뒤에 나올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등줄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어머니는 내 조부가 돌아가셨다는 짧은 말을 전했다. 그제야 어젯밤 내가 했던 선택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무리 흡흡거리며 눈물을 흘려봐야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동대구역에 내려 뺨을 닦으며 택시에 올랐다. 병원으로 가 달라는 내 말에 택시 기사는 그 정도 거리면 버스를 타라며 첫 손님부터 재수가 없다며 구시렁댔다. 뭐라 반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깨만 들썩이다 금방 택시에서 내렸다.
이미 상복을 입은 가족들 사이에 나만 이방인처럼 쭈뼛거리며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그들에겐 조부의 죽음이 당연히 예정된 것이었다. 왜 갑자기 돌아가셨냐는 내 물음에 한 살 터울의 동생은 “갑자기가 아니야. 지난달부터 그랬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 말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나만 몰랐나 보다.
한바탕 장례를 치렀다. 당신은 정 씨 집안의 제일 큰 어른이었기에 가장 큰 빈소가 꾸려졌다. 나와 같은 성씨를 가진 수많은 어른들이 다녀가고, 스쳐 지나갔을 무수한 사람들의 화환이 줄지어 섰다. 장례식장 직원이 복도까지 늘어선 화환을 좀 정리해야겠다며 어른들과 상의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태어나 처음 맞은 상실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사랑한 사람을 처음으로 잃는 일이었다.
내게 주어진 애도의 시간은 길지 않아서, 월요일 저녁에 다시 기차에 올랐다. 낯선 사람들을 마주치는 기차 안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답답했다. 나는 물속에 잠겨 숨을 쉬었다. 그저 시선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그들이 내 잘못을 꿰뚫어 보는 기분에 폐에 공기가 들이차지 않았다.
다음 날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지하철을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