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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Jul 26. 2021

4. 완벽하지 못한 엄마의 단 2가지 육아 원칙

 임신 직후부터 재테크 서적만큼 손이 많이 간 분야는 역시나 육아책이었다. 신기하게도 아이에게 관심이 1도 없던 나 같은 사람조차도 아이를 갖고 나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그런데 육아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일반적으로 한 분야의 책을 수십 권 정도 읽고 나면 그 분야의 준전문가가 되기 마련이지만 육아책은 뭔가 달랐다.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 재테크 책을 읽고 거짓말처럼 소비습관을 바꾸게 되었고 정리 책을 읽고 순식간에 물건들을 비우며 일종의 정리벽까지 생겼는데 육아는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정확히는 자신이 없었다. 육아 서적들마다 제시하는 이 막연하고 수많은 실천방안들을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 것인가? 책들마다 이야기하는 육아법의 결도 조금씩 달랐을뿐더러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의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하면 아이에게 나쁜 엄마가 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었다. ‘완벽한’ 육아라니! 육아책에 나오는 그놈의 ‘완벽한’ 육아를 하려 할수록 나와 아이는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는 걸, 서로에게 해악이 된다는 걸, 육아를 몇 년 해본 엄마라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이 ‘완벽한’ 엄마를 강요하는 수많은 육아책 때문에 (나를 포함한) 상당수의 엄마들이 어리석은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하려다 화를 자초한곤 한다.


 이렇듯 육아에 대한 부담감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때쯤 머릿속의 혼란을 잠재워주는 보물 같은 서적이 한 권 있었으니, 서천석의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였다. 차분한 어투로 쉽게 쓰인 책이었지만 속도감 있게 읽어내지 못했는데 글귀 하나하나에 여러 생각이 피어올라 수차례 곱씹으며 읽어야 했다. 책장 끄트머리를 붙잡고 수시로 눈시울을 붉힐 만큼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나도 부족하고, 아이도 부족하다. 하지만 나도 괜찮고, 아이도 괜찮다.”


 책 속의 한 구절로, 책 전체의 맥락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라 생각한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고 모든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안의 말.


 그랬다. 나는 엄마가 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평소 내 기분 하나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많은 나약한 인간이었다. 모든 육아책에서 아이에게는 평정심을 갖고 일관된 육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것 같았다. 그런 내가 감히 엄마라니… 몹시 두려웠다. 육아를 하다 보면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 그 바닥 끝이 너무 깊을까 봐, 그것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애써 그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육아에 일자무식이었던 예비맘인 내게 대다수의 책들은 엄마가 부족하면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한다고, 그러니 아이가 잘못되면 그건 다 엄마인 당신의 잘못이라도 쉴 새 없이 채근하고 있었으니까. 내게 주어진 단 하나의 선택지는 어떻게든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보란 듯이 나의 한계를 극복하며 육아라는 과업을 잘 수행해내는 것이었다. 그래야 내 아이가 괜찮은 아이로 자랄 테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는 걸, 비록 아직 덜 성숙한 인간이라 해도 더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엄마라는 걸, 아이와 함께 성장해도 늦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해야 하는 것이 육아가 아니라 어깨를 툭 떨어트리고,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더 좋은 육아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부모도 아이도 ‘편안한’ 육아에 대해 다정다감하게 알려주는 서천석 의학박사의 조언은 그 어떤 부대낌 없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그래, 완벽한 인간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살면서 상처 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며 가슴속에 어린아이 하나 품고 살지 않은 어른이 어디 있겠는가. 나 역시 그런 부족하고 미성숙한 인간임이 분명했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있는 마음과 아이를 위해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니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거였다.   


 부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니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방향을 잡게 되었다. 육아서적들이 권하는 수많은 ‘to do list’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서천석 박사 역시 한두 가지의 육아 원칙만을 세우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했는데 실제 육아를 해본 엄마로서 이것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육아 서적들을 바탕으로 취사선택해 내가 정립한 육아 원칙은 단 2가지였다. 첫째, 많이 사랑해주는 것. 둘째, 엄마인 내가 먼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 원칙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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