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밥, 그리고 차에 대한 단상
술은 상대를 잘 가리지 않지만 밥은 같이 먹을 사람을 따지게 된다.
차는 사람을 가려 마시려고 하지 않아도 찻자리에 함께 할 사람이 따로 정해지는 수가 많다.
술은 날을 잡아 마시게 되고, 밥은 때가 되어야 먹는다.
차는 시도 때도 없이 마실 수 있지만 때나 사람에 따라 마시는 분위기가 다르게 된다.
술은 상대가 있어도 취하면 혼자가 되고, 밥은 내가 먹는데도 함께 먹는 사람을 가리게 된다.
차는 혼자 마셔도 내면의 나와 함께 한다는 걸 알게 되니 차 마시는 자리는 외롭지 않다.
술은 지나치면 나뿐 아니라 상대를 힘들게 할 수 있고, 밥은 넘치게 먹으면 안 먹은 것보다 못하게 된다.
차는 마시는 게 우선이기보다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니 말이 끊어지면 찻자리도 끝나게 된다.
술은 잘 마셔야만 몸과 마음이 온전할 수 있고, 밥을 배만 부르면 그만인 듯 먹으면 마음은 허전하다.
차는 마시는 만큼 몸이 마음을 따를 수 있어서 만족하는 마음만큼 행하는 바가 달라질 수 있다.
술을 마음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마셔야 하며, 밥은 몸을 잘 보전할 수 있을 만큼 양을 알아서 먹어야 한다.
차는 몸과 마음이 채워질 수 있게 마셔야 하는데 그 정도를 알기 어려우니 스스로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술은 잘 마시면 영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고, 밥이 몸과 마음을 지키는 약이라는 걸 알고 먹는 게 어렵다.
차를 탐심으로 대하면 평정한 마음을 가질 수 없으니 찻자리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받아들여 마셔야 한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