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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Sep 10. 2024

보이차도 싸고 좋은 건 없는데

보이차는 포장지가 같은 데 가격이 3만 원, 30만 원, 300만 원

보는 만큼 알게 되다가 아는 만큼 볼 수 있다고 한다. 보이차도 그래서 마시는 만큼 알게 되다가 알고 마시면 다가오는 향미가 다르다. 처음에는 입에 맞지 않았던 차였는데 몇 년 지나서 마시고는 인생 차라고 탄복하기도 한다. 


녹차도, 홍차도 산지별로 향미가 달라서 녹차나 홍차라고 딱 잘라서 얘기할 수 없다. 그렇지만 녹차를 산지별로 구입해 놓고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홍차나 우롱차도 좋아하는 특정 산지 차를 구입해서 마시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수십, 수백 종류를 수장해 놓고 골라 골라 마신다. 물론 좋아하는 특정 산지의 차를 중점적으로 모으는 분도 있을 것이다. 특정 산지를 각별하게 좋아하더라도 다른 산지 차를 소장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게 보이차이다.


보이차는 시작할 무렵에 주로 많은 양을 가격이 싼 차 위주로 구입하게 된다. 보이차를 대량으로 구입하게 되는 건 한 통을 사면 한 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비싼 차 한 편 가격으로 한 통을 살 수 있는 차가 너무 많아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게다가 차 이름이 노반장이나 빙도라고 적혀 있으면 어느새 구입하고 만다.


그런데 보이차를 꾸준하게 마시다 보면 관련 지식도 쌓게 된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차를 알아보게 된다. 보이차에 대해 알게 되는 그만큼 가격만으로 구입했던 차는 내가 마시지 못하게 될 차가 많이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옹기 항아리에 가득한 보이차


수석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면 탐석 초기에는 한 배낭씩 메고 오다가 돌을 보는 눈을 갖추게 되면 한 배낭씩 버리고 온다고 한다. 보이차 구입도 방 하나를 채우는 게 금방인데 나중에는 마시지도, 버리지도 못하게 된다. 보이차는 아는 만큼, 지금 마실 양보다 조금 더, 소량 다품종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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