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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ug 12. 2021

여섯 번째 이야기, 왜 안방이 꼭 일층에 있어야 할까?

단독주택을 지으며 간과해서 후회하는 열 가지-무릎이 안 좋아 집을 떠나요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연령대는 50대가 넘는 경우가 많다. 은퇴 이후의 여생을 부부가 둘만의 행복한 시간으로 보내려는 꿈을 실현해 보자는 것이리라. 인생 후반기에 들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지내려는 마음이 이는 건 도연명이 귀거래사에서 읽을 수 있는 정서가 아닐까 싶다.     


앞만 보며 달려온 삶의 여정에서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전원주택에서 가지고 싶을 것이다.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면 의외로 ‘좋구나’라는 만족감보다 ‘이게 아닌데’라며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한정된 집 안만 챙기면 그만이었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몸의 습성을 떨쳐낸다는 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갑을 넘기는 나이가 되면 몸 상태가 일상의 움직임에도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사십 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쉰이 넘어서도 괜찮았던 몸이 이곳저곳 각 부위에 탈이 나기 시작한다. 특히 무릎에 이상이 느껴지면 앉고 일어서기도 힘들어지고 계단 오르기는 큰 부담이 된다.     


지금은 괜찮은 몸 상태라고 해도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며 한탄 하게 될 날을 미리 잠작하면서 우리집을 살펴보자. 안방이 이층에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려야 하는데 괜찮을까? 우리집을 지어 오래오래 그 집에서 살고 싶다면 나이를 감안해서 집의 얼개를 짜야 한다.  예순, 일흔, 여든에도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으려면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집은 아무래도 우리집이 아니지 않을까?


필자 설계 경남 양산시 원동면 소재 심한재-오른쪽 침실채의 일층에 부부 침실과 서재가 있고 이층에는 아이들 방이 있다

    

 단독주택을 왜 이층으로 짓는 것일까? 

    

부부가 살기 위해서 짓는 집이라면 서른 평 정도의 단층으로도 괜찮다. 대지가 넓지 않아서 서른 평으로 짓는다고 해도 두 개 층으로 나누어서 짓는 집도 있다. 도심지의 아주 작은 땅을 활용해서 3개 층으로 짓는 협소 주택은 최근 집 짓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택지에는 건축허가조건에 담장을 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건의 대지는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마당 쓰기를 포기하고 이층과 삼층을 주로 쓰기도 한다.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집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집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대지 면적이 여유가 있어서 단층으로 필요한 면적의 집을 지을 수 있는데도 주로 이층집으로 짓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집의 외관 디자인을 자유롭게 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고 거실의 개방감을 위해 두 개 층이 트인 공간감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일층은 공용공간으로 거실과 주방, 방 하나를 두고 이층에는 디럭스하게 안방을 꾸미는 집이 많다.   

 

단층으로 지으면 괜찮지만 이층 이상으로 지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점을 얘기해 보기로 하자.


필자 설계의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심한-부부공간 위주로 단층으로 짓는데 다락에 객실을 두었다

 이층 이상으로 짓는 단독주택의 O와 X, 계단    

 

흔히 짓는 이층집과 협소 주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삼층집의 층간 동선을 이어주는 계단을 먼저 얘깃거리로 삼아야겠다. 계단은 층을 오르내리는 수직 동선을 해결하는 기능 이외에도 내부 공간의 인테리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거실 공간을 두 개 층을 틔워서 개방감을 주고 계단을 노출시켜서 공간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협소 주택은 보통 3층 이상이 되기 쉬우므로 층별로 나뉜 각 영역은 계단이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수직통로인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한 층 면적이 좁다 보니 계단의 폭이나 경사도에서 여유 없이 좁고 급하게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계단은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오르내리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아파트에 사는 설계자와 건축주는
주침실이 이층에 있어 계단으로 오르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어떨지 알기 어렵다


설계자도, 건축주도 아파트에 살고 있고, 다리가 부실한 상태가 아니라면 계단 오르내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리 알지 못한다. 아파트에도 피난 계단이 있지만 EV만 타고 오르내리니 수직 이동의 부담감을 쉬 인지하기 어렵다. 상가주택을 지으면서 삼층에 단독주택이 있는데도 EV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려울 상황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계단을 헛디뎌서 다치지 않더라도 다리를 상할 사유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무릎이나 발목이 좋지 않게 되면 계단이 있는 집에서 살기는 너무 힘들게 된다. 


필자 설계 양산 원동면 심한재 계단실-이층에 안방이 있다면 이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려야 한다

    

 안방을 이층에 둔다면?     


이층집을 살펴보면 일층에는 거실과 주방 등 공용 영역으로 하고 이층에 침실을 두어 사적 영역으로 구분하는 얼개를 가진 경우가 많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공간을 명확히 나누어 주야간대의 쓰임새를 확연하게 구분해서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쓰는 집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주침실인 안방이 이층에 있으면 우선 집을 쓰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무릎에 탈이 나거나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면 계단 이용이 힘들 경우를 언급했었다. 이렇게 계단을 이용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층에 있는 안방에서 잠을 자는 시간대에 일층이 비워져 있으면 심리적인 불안감은 없을까?     

나이를 먹으면 무릎에 탈이 나기 시작하고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면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건 


불 꺼진 집에 일층이 비워져 있으면 어떨까? 잠이 들어버렸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로 적막한 마당과 불 꺼진 일층이 주는 불안감이 편안한 잠자리를 방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안시스템이 집을 잘 지켜줄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영역이 집의 중심이 되어야 잠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거실이나 마당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이층에 있는 안방은 아무래도 제자리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일층에 거실과 주방, 주침실과 서재가 있어 부부는 마당을 드나들며 사는 일상을 누린다



         

 단독주택에 산다는 건 마당을 밟으며 사는 즐거움에 큰 의미가 있다. 흙에 가까이 거주해야 한다는 건 그 어떤 의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층은 손님의 영역일 뿐이지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쓰는 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집의 규모를 떠나서 단층집보다는 이층집이 외관을 멋지게 구성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집주인이 쓰는 실은 되도록 일층에 두도록 얼개를 잡아야만 마당을 밟고 사는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계단을 밟고 이층을 오르내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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