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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Dec 07. 2021

만추에 가끔 즐길 수 있는 것, 기다림 그리고...

기다림이라는 감정이 지나치면 그리움이 되고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바람이 차진 날, 나윤선이 부르는 초우를 들으며 이 글을 씁니다.

원래 애절한 곡이지만 재즈 풍으로 들으니 더 절절해지는군요.

볼륨을 높이니 나윤선의 목소리와 피아노 반주에 실린 내 마음이 구름 가득한 하늘로 퍼져 흐릅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눈을 감은 듯이 주변에 무심하게 살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 안으로 시선을 돌려 마음을 다독이며 사는 소소한 행복을 알아갑니다.

더 가지려는 마음을 다독여 재우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지요.


높이 보지 않으려 애쓰고, 넓게 펼치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머리를 숙이면 다툴 일이 없다는 가르침을 받아들여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올라갈 곳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하며, 멀리 눈을 두기보다는 내 안의 것을 살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높게 넓게 세상을 보며 살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내 안을 가꾸며 살아갑니다.


가을이 언제 왔다 갔는지 나무 이파리는 어느새 낙엽이 되어 땅을 덮어주고 있습니다.

나윤선의 초우를 들으니 봄노래일 텐데 그 애절함이 늦가을 정취에 젖은 쓸쓸한 마음을 달래줍니다.

겨울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바깥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지요.

기다려서 찾아올 사람이 따로 없는데도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그런 계절입니다.


감성이 일어 기다림이 그리움으로 바뀌면 마음이 시려옵니다.

애써 눌러 놓았던 지난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은근하게 일어나는 지금의 이 기다림이라는 감성을 잘 붙들어 매야겠습니다.


나윤선의 초우를 들으며 흐린 날에 문득 이는 그리움,

그 감성을 차 한 잔에 담아 즐겨봅니다.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에 몸부림 칠 때

갈 길 없는 나그네에 꿈은 사라져 비에 짖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에 상처 잊을 길 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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