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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Mar 22. 2022

8살 1학년도 친구 사이는 어려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벌써 4주차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대견스럽게도 너무나 잘 다니고 있는 중이다. 지각하면 어떡하냐고 깨우지도 않았는데 7시 30분이면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준비물 빼먹은 건 없는지 확인도 스스로 잘한다.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여 아이를 데려다주고 또 얼마 안 되는 자유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데리러 가면 이렇게 묻는다. 

" 오늘 학교는 어땠어? " 

'오늘 친구랑은 잘 지냈니? 어떤 친구랑 놀았어? 새로운 친구는 사귀었니? ' 등의 질문은 오히려 아이에게 학교에 가면 꼭 친구랑 놀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속상할 수 도 있겠다 라는 마음을 심어준다기에 친구의 '친'도 꺼내지 않는다. 사실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애써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저 그날 학교생활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게 기억이 남는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러다 오늘 우연찮게 아이의 메모를 발견했다. 

" 오늘 친구랑 얘기를 하다 친구 책에 그림을 그렸다. 친구가 소리를 지르며 야! 하지 마 라고 했다. 친구가 지우개로 그림을 지우다 종이가 찢어졌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작은 글씨로 메모장 가득 써 내려간 걸 보니 아이가 적잖이 속상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친구와 화해는 잘했는지, 친구 책에 낙서를 하면 친구가 속상해 할 수 있어 등의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이의 메모를 몰래 본 것 같은 느낌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기 전에 아이의 팔다리를 어루만지며 슬쩍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기 전 감성으로 서운했던 마음을 말할까 싶어서였다. 아이는 다행히 별 고민이 없다 대답했다. 부러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 내심 안심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교우관계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수돗가 물 튀기는 로맨스보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멀어지고를 반복했던 치정극에 가까웠던 기억이다. 물론 그러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그렇게 관계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친구관계에서 느낄 속상한 마음 상처 난 마음이 엄마로서 꽤나 가슴 아팠다. 의연해야지, 태연하게 굴어야지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엄마가 돼버렸다. 

1학년이지만 아이는 벌써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나보다. 

나 또한 그런 아이를 믿어주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울 것이다.  

그리고 솔직하게도 말할 것이다. 

"으아 그래도 친구관계는 어려워. 엄마는 이 나이 먹어도 여전히 어렵더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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