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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리포트]카카오미니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최경국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내린 나름의 정의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남는 단어는 하나다. ‘사람’. 얼마나 사람 중심적으로 디자인 했는지. 얼마나 사람이 쓰기 좋게 디자인 했는지. 카카오미니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어졌다. 인공지능이라는 첨단의 기술을 담고 있지만,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쓰면 쓸수록 생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디자인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카카오미니 디자인의 뒷이야기를 이 곳에 공개한다. 


[카카오 AI 리포트] Vol. 9 (2017년 12월 호) 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AI & Mobility 

01. 남대식, 서원호 : AI를 만나면 교통은 어떻게 똑똑해질까?

02. 유소영 : AI, 대중교통을 새로 쓰다!

03. 양인철 :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교통체증을 없애줄까?


[2] Kakao Mini 

04. 최경국 : 카카오미니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05. 황병식 : 카카오미니 하드웨어 톺아보기


[3] 2017년 AI

06. 이수경 :  2017년 AI 주요 뉴스

07. 김대원 : 카카오 AI 리포트로 본 2017년 AI


[04] information

08. 카카오AI리포트 필자가 추천하는 AI 공부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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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미니의 탄생, 디자인의 시작

2017년,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카카오 역시 다양한 사업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왔다. 이러한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들을 한데 집약시켜 하나의 인공지능 플랫폼 브랜드로 통합한 것이 카카오 아이(Kakao I)이며, 이를 탑재한 첫 번째 디바이스가 바로 ‘카카오미니’다. ‘Kakao I’는 카카오가 보유한 핵심 기술이자 미래 기술의 집약체이다. ‘Kakao I’는 음성을 알아듣고, 대화를 이해하며, 이미지를 인식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확인하여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기술이다. 미니에는 바로 이러한 미래 기술이 담긴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미니는 최첨단 기능들로 무장한 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미래에서 날아온 듯한 어딘가 독특한 형태가 아니다. 그 보다는, 일상 속으로 편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형태와 스피커로서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 왜 카카오미니는 이렇게 디자인 되었을까?


평범한듯 비범한 외형

‘새롭지만 자연스럽게 일상의 환경에 녹아들게 하기’. 카카오미니의 외형 디자인을 고안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이다. 새로운 기능의 디바이스임에도 불구하고 경험과 환경에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생활에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외형을 디자인하면서 내내 곱씹어던 가치였다.

AI 스피커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개인비서라 할수 있다. 비록 일부 사용자들이 아이폰의 시리(Siri)나 갤럭시S8의 빅스비(Bixby)를 통해 음성인식에 익숙해졌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음성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방식은 낯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카카오미니의 디자인은 더더욱 사용자에게 익숙한 형태,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형태여야만 했다. 우리는 생활에 밀접한 일상연결지능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본적인 직사각의 형태와 각 모서리에는 앱아이콘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이 드러나도록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한 가장 넓은 면적인 측면을 질감있는 패브릭 소재로 처리하여, 거실이나 방의 가구 등과 감성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미니의 크기도 집 안의 공간, 가구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고려하여 결정된 것이다. 카카오미니 외형의 크기는 76.6mm×76.6mm×110.2mm이며, 무게는 390g이다. 미니 곽휴지 정도의 크기로 집안 어디에 두어도 조화롭다.

그리고 스피커 위에는 자석으로 만들어져 쉽게 탈착이 가능한 카카오프렌즈 피규어(figure)를 배치했다.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는 자체 캐릭터를 보유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시도다. ‘예상대로’, 공개 이후 스피커 위에 포인트로 올라간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는 큰 사랑을 받았다.

타사가 스피커를 활성화 시키는 단어인 웨이크업워드(wake-up word, WUW)로 알렉사, 아리, 샐리처럼 새로운 페르소나를 설정할 때 우리는 전 국민이 모두 아는 서비스 브랜드인 ‘카카오'를 택했다. ‘헤이, 카카오'와 ‘카카오야'를 WUW로 택한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사용자들에게 밀어 넣기보다는 이미 친숙한 것을 최첨단 인공지능과의 연결 매개로 삼겠다는 자신감과 친절함의 표현이었다.


조금 특별한 인터랙션

인터랙션 시 빛이 들어오는 상판의 LED 서클도 카카오미니만의 특징이다. 카카오미니와 사용자는 빛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의외의 표면에서 발현되는 빛으로 소통한다. 다른 디바이스들은 인공지능이라는 특이성, 인공지능 디바이스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뚜렷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강한 빛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강한 빛으로 기기의 첨단성을 강조하는 타사의 제품과 카카오미니는 다른 길을 택했다. LED 서클을 통해, 새로운 기능의 인공지능 디바이스임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통하면서, 사용자의 생활에 최대한 자연스레 녹아들고자 한 것이다. 이부분에서 일상에 녹아드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카카오 미니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카카오미니는 자연스러워야 했기 때문에 기존의 전자제품이 사용해 왔던 인터랙션 방식과 유사해야 했다. 기존 전자제품 중 빛을 강하게 사용하는 인터랙션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빛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카카오미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같은 맥락에서 카카오미니의 음성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설정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넣은 4개의 아날로그 버튼을 기기상단에 배치한 것도 이용자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음성인식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 인터페이스, 즉 물리적인 버튼이 보완됐을 때 사용자들이 더 친근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표면의 소재와 도료의 성분 및 두께, 디테일한 부분의 가공 등 외형적 요소들은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작지만 강한 사운드

카카오미니는 크기 면에서 이름 그대로 ‘미니'다(mini, 작다). 기존의 스마트 스피커와 비교하면, 구글 홈과 에코 닷의 중간 크기 정도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한 '집안에 알맞다고 생각되는 간편한 사이즈’였다. 카카오미니는 작지만, 사운드 측면에서 뛰어난 효율을 보인다. 직진성이 강한 고음 영역대의 소리는 고깔 모양의 사운드 디퓨저(sound diffuser)에 반사되어 360도 방향의 먼 곳까지 전달된다.

대부분의 스피커가 그렇듯 작은 크기의 출력에서 불리한 저음 영역대 소리는 디바이스 몸통에 있는 밀폐형 인클로저(closed enclosure)에서 보강을 한다. 인클로저란 스피커를 담는 틀, 박스로그 형태에 따라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 아래쪽에는 홈이 파여 있어, 스피커가 놓인 테이블 등 가구의 바닥면에 울림이 전달되면서 가구 자체가 우퍼(woofer) 역할을 하게 된다. 우퍼란 일반 스피커의 부족한 저음을 보완해주기 위해 사용되는 저음 전용 스피커이다. 우리는 별도의 스피커를 이용하는 대신, 테이블 등의 가구를이용해서 카카오미니의 부족한 저음을 보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결과적으로 출력 대비 훨씬 뛰어난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카카오미니는 스마트 스피커는 물론,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틀어서도 사운드 측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다.

카카오미니를 통해, 카카오가 달성하고자 했던 첫 번째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음악 경험(음성인식 + 추천 +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는 인공지능이란 첨단 기술이 이용자의 집 안에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하는 매개체로써 음악 경험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는 ‘멜론(Melon)’이라는 든든한 음악 경험의 지원군이 있다. 음원시장의 강자인 멜론이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카카오 I의 추천 엔진, 카카오미니와의 결합은 음악 경험 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카카오미니만의 아이덴티티

여기에, 카카오미니의 BI(brand identity) 역시 기존의 카카오 CI(corporate identity)와 다른 로고 타입으로 기획되었다. 새로운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아이가 여러 서비스와 밀착되어 진화하는 의미를 이어받아, 기존의 소문자는 유지하되 더욱 절제되고 심플한 형태의 타입을 베이스로, 카카오미니가 인터랙션하는 형태인 옐로우서클의 ‘o’를 결합시켜 카카오미니만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구축했다.

이는 함께 전개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UI, 패키지 등 브랜드 경험 전반에 적절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비주얼시스템은 이후의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 및 디바이스 생태계에 카카오만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미니, 단순하고 따뜻하게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술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카카오미니.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AI 스피커가 원기둥이나 원뿔 형태, 강한 빛의 사용 등 새로운 기능임을 외형적으로 드러낸 것을 감안할 때, 평범하고 기본적인 듯하지만 담담하게 존재를 드러낸 카카오미니의 디자인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디바이스가 사용자들의 생활 면면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현재 카카오미니를 통해서는 일정과 메모, 뉴스와 환율, 운세 및 주가, 로또와 인물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라디오와 음악, 팟캐스트도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놓으면, 카카오톡을 보낼 수도 있다. 카카오미니와 이용자는 스무고개 게임도 할 수 있으며, 향후 활용 범위는 장보기, 택시호출, 음식 주문 등으로 확대되며, 더욱 이용자의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미니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 마련해 놓았다. 아래 사진은 카카오프렌즈 강남 플래그십스토어와 홍대 플래그십스토어에 체험 공간이 설치된 모습과 체험을 하는 이용자들의 모습이다.


글 | 최경국 grey.the@kakaocorp.com

인터넷 서비스가 활발히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NHN과 SK communications에서 브랜딩을 진행했다. SK communications의 BX(Brand eXperience) Lab을 운영하며 네이트, 싸이월드 등의 리브랜딩을 했고, 이후 CJ그룹에서 신사업 개발과 신규 브랜드 런칭 및 브랜딩 활동을 이끌었다. JOH company에서 브랜드 컨설팅 이사를 맡아 트라이바, 디뮤지엄 등 다양한 범위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공동체브랜드센터의 Brand Lab에서 카카오의 미래전략에 맞는 공동체의 브랜드 전략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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