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
필자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대중교통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입사하여, 4년 남짓 교통 카드를 소지한 대중교통 이용자가 어디서-어디로, 언제, 어떤 수단을 이용하는지, 통행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그에 따른 요금은 얼마인지, 다른 수단으로 갈아타는 곳은 주로 어디인지 등 시시콜콜한 대중교통 자료 분석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왔다. 최근, 그 관심을 '사람의 관점'에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다. 그 첫 단계는 복합환승역사 내에서 보행자의 이동 궤적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라이다(LiDAR) 센서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AI 리포트] Vol. 9 (2017년 12월 호) 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AI & Mobility
01. 남대식, 서원호 : AI를 만나면 교통은 어떻게 똑똑해질까?
03. 양인철 :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교통체증을 없애줄까?
[2] Kakao Mini
[3] 2017년 AI
07. 김대원 : 카카오 AI 리포트로 본 2017년 AI
[04] information
08. 카카오AI리포트 필자가 추천하는 AI 공부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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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이전부터 필자가 속해 있는 연구팀은 다양한 대중교통 데이터를 가지고, 버스 정류장에서 정류장 간 대중교통 이용자 수요를 AI기술과 접목하여 예측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 수요 예측에 있어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도전에 실망만 남은 것은 아니다. 그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기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대중교통과 빅데이터에대해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카카오, 네이버,구글에서 제공하는 대중교통 정보를 손쉽게 얻고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 없이 살았던 시대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필자는 2005년 국가대중교통정보센터 TAGO(transport advice on going anywhere)*1의 탄생과 함께 대중교통 정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본다. 교통 수단, 시설 운영 주체와 교통 정보 연계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교통 정보 통합 DB구축의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이후 BIS(bus information system)를 도입하고 확대 설치하여, 정적 정보 수집에서 실시간 정보수집으로 영역을 넓혔다. 더불어, 모바일 서비스의 고도화 및 포털 사이트 기반의 정보 공개를 통해 민간 분야의 서비스와 접목되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며 진화 중에 있다.
도시 철도, 일반 철도, 고속 철도 및 철도 관련 시설에 대한 이용객 정보는 운영 기관별로 생산, 구축되는 방식으로, 운영 기관의 자체적인 시스템을 통해 제공해주지 않으면 자료 구득이 용이하지 않았거나 서로 다른 운영 기관의 자료를 융합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국토교통부 R&D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통합적 DB 구축과이용자 맞춤형 실시간 정보 제공을 위한 ‘철도 이용객 정보 표준화 및 실용화 기반구축 사업’*2 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 성과품인 ‘철도 데이터 포털’*3을 통해 실시간 철도 통합 정보, 파일 데이터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대중교통 수단을 중심으로 수집되는 빅데이터라고 본다면,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통행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의 핵심은 '스마트 카드(smart card)'라 불리는 교통카드이다. 1996년 서울시 시내버스를 시작으로 우리는 카드를 사용해 대중교통 요금을 지불했고, 1997년부터 수도권 도시철도에도 후불식 교통카드가 도입됐다. 수도권의 교통카드는 버스와 도시철도가 서로 다른 방식의 충전 시스템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버스-도시 철도 간 통합 교통카드는 1998년 부산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 교통카드 사용이 여러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2014년 한 장의 카드로 전국 버스·도시 철도·고속도로 통행료 지불이 가능한 '전국호환 교통카드'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러한 교통카드의 진화는 단순했던 요금 체계를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복잡한 요금 체계로 변화시켰다.*4 특히 2004년 서울특별시의 버스체계가 개선되면서 그 동안 수단별로 지불되던 요금이 통합거리비례제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이동한 거리를 측정해야 했기 때문에 이용자는 승하차시 항상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해야 했다. 이 덕분에 매우 정확한 대중교통 이용자의 자료가 축적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교통카드 기반의 개인별 통행 기록 자료는 이용자 식별 코드를 삭제한 후, 대중교통 노선 분석, 행태 분석 등 다양한 분석에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TRIPS(travel record based integrated public transport operation planning system, 대중교통 운영계획 지원시스템, 2010-2014)가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플랫폼의 시초라 할 수 있다.*5*6
최근에는 다양한 도시철도 노선을 환승할 수 있는 복합환승역사에서 물리적인 개찰구를 통과하지 않고, 환승 정보를 수집하고 요금을 정산할 수 있는 'Smart Gate-free' 기술 개발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를 통해 MaaS(Mobility as a Service)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통합 모빌리티(Integrated Mobility) 서비스 구현과 빅데이터의 확장, 그리고 AI기술의 유기적인 접목을 통한 활용성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카카오택시와 우버(Uber)로 널리 알려진 교통 O2O(online-to-offline) 서비스를 통해서, 개인정보수집 동의를 얻은 통행자가 교통 서비스 요청 시에 요청한 장소, 실제 탑승 및 도착 장소, 이동 경로, 경로상 혼잡 여부와 요금정보가 축척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 노선은 없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구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빅데이터'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택시의 빅데이터에 대한 일부 분석 결과는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2017」*8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 있는 데이터가 대중교통과 연계하여 서비스를 구현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자의 잠재 요구 분석 등에 활용되기에는 여전히 법·제도 등 규제의 문턱이 높은 실정이다.
대중교통 빅데이터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이 활용을 AI와 함께 생각해보자! 교통은 AI기술과 접목하여 높은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로 손꼽히지만, 유독 대중교통과 AI기술은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에서 필자가 화두로 언급했던 “무엇이 문제였을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자.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우선 “AI기술의 원천은 빅데이터이다.”라는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부터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거짓'이다. 그 이유는 해당 명제에서 '진정한 빅데이터'가 포함해야 하는 세 가지 요소, 즉, (1) 양질(quality)의 데이터, (2) 상세한 차원에서 이종(異種) 데이터 간 융합 (3) 이용자의 요구(needs) 파악이 가능한 데이터적 요소를 설명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데이터의 중요성은 교통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와 AI*9에서도 충분히 설명한 바가 있어 별도의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지는 않고 나머지 두 가지 요인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첫째, 상세한 차원의 이종 데이터 융합이 필요하다. 버스 정류장-정류장 간 수요를 예측한다고 하면, 개별 정류장의 영향권보다 더 상세한 수준으로 자료가 수집되고 생성되어야 한다. 동일한 차원의 데이터 융합은 자료 간 복잡한 상관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샘플 수가 부족하여,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혹은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 구조상에서 제대로 학습하고 진화하기 어렵다. 간단히 말하자면, AI기술은 학습을 통해 스스로 특징을 분류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한 후, 그로부터 얻어낸 특징을 찾아내고 식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특징점이 많을수록 정확도는 높다. 더 많은 데이터로 더 많이 훈련함으로써 똑똑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류장과 잠재적인 대중교통 이용자가 있는 건물들 간의 입체적 거리(거리, 경사도 등)가 파악되어야 하며, 건물별로 혹은 건물의 층별 잠재 대중교통 이용자 수는 어떻게 되고 어떤 목적으로 어떤 도착지를 선택할지 등 다양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공간적 관점을 도시철도 역사로 본다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도시철도 역사 내 통행 시간, 통행 거리,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이동·환승 시설을 거쳐 이동해야하는 복잡성, 불편성 등 수평-수직의 공간 이동에 대한 물리적 정보와 심리적 정보를 포함하는 다양한 정보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히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 VW LAB*10은 정부공개 3.0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수치지도를 융합하고 부족한 자료는 직접 수집하여 “지하철 승강장에서 우리집까지 얼마나 걸릴까?”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공간 정보 DB를 구축하고 이를 시각화하였다. 이렇듯 상세한 물리적 건축 공간에 대한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통해,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분석 체계에서 AI는 사람, 교통, 도시가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물론 상세한 정보 수집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I기술이 진화하였고, 다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면, 그동안 분석에 활용해 왔던 대중교통 빅데이터의 한계를 직시하고 데이터베이스(database, DB) 구조 혹은 구축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혹자가 말했듯이, 국책연구 기관들이 사명을 가지고 각자 분야에서 상세한 빅데이터를 구축하며 데이터 품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전담 인력을 배치하여, 다양한 이종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연계·확장을 통해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를 융합할 수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민간사업 영역에서 이종 빅데이터를 활발히 활용하도록 하여, 독립적인 방식이 아닌 공동적인 데이터 품질 관리 등 노력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정부공개 3.0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중에는 null 값으로 가득한 껍질 뿐인 데이터도 있다는 점을 우린 직시해야 한다.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제대로 된 ‘빅데이터 구축 및 품질 관리 정책’만으로도 우리는 어쩌면 명실상부 AI기술의 원천인 ‘진정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대중교통 이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A에서 B로 이동한다고 가정하자. 운이 좋으면 한 번에 가는 버스노선이 있거나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아주 다양한 수단과 경로 조합, 그리고 다양한 비용 조건이 존재하고, 이를 선택하는 이용자의 선호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개별 선택은 각자가 처한 환경적 요인, 편의성, 쾌적성에 대한 개인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일상 욕구를 담아낼 수 있는 척도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수단 환승이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그에 대한 수단 및 경로 선택의 결과로 복잡한 통행 사슬이 구성된다는 점이 대중교통 수요 예측을 보다 어렵게 만든다. 어쩌면, 빅데이터와 AI 시대는 이 문제를 훨씬 쉽게 풀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차곡차곡 쌓여진 교통카드 DB와 TRIPS 등 분석 플랫폼 기반의 반복적 심층적 분석을 통해,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과 신규 노선 도입 전후 대중교통 이용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했고 무엇이 개선되었는지 찾아가는 방식은 그토록 우리가 바라던 사람 중심의 대중교통 구현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파나소닉(Panasonic)은 자동으로 주어진 데이터의 크기와 복잡성에 따라 최적의 학습을 하는 ‘자율기계학습(unsupervised machine learning that automatically learns optimally tuned model according to size and complexity of given data)’ 기술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인위적인 데이터 튜닝을 최소화한 자동 튜닝 방식을 접목하여 해법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11
그렇다면, 대중교통과 AI기술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정녕 먼 이야기일까? 다행히도 대답은 'No'이다. 필자가 그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 대중교통 수요를 바라보는 관점의 진화!
첫째, 우리가 앞서 바라봤던 AI기술과 접목하고자 했던 대중교통 분야는 수요 예측이다. 일반적으로 의료 분야의 진단은 동일한 조건의 정보를 제공하면, 전문의 그룹이 정답이라고 믿는 하나의 결과로 귀결이 가능하다. 반면에, 소위 교통 계획 전문가, 더 나아가 수요 예측 전문가라고 불리는 그룹에게 동일한 조건의 수요 예측 질문을 던졌을 때, 수요 예측은 하나의 결과로 귀결될 확률이 높지 않은 분야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대중교통 혹은 교통 수요를 바라보는 관점의 진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정확한 수요 예측이라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인듯 하다. 필자 스스로도 당장 내일, 한 달 뒤, 혹은 몇 년 뒤 나의 통행 기록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데, 모든 사람의 이동에 대해 예측하고 그 결과가 정확하리라 생각하는 건 무리다. 애초에 교통 수요예측은 왜 필요했을까? 교통이란 학문이 속한 계열이 어딘지 찾으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은 토목공학 계열의 세부 전공이다. 교통 인프라, 즉 도로, 교량, 철도,구조물의 수명과 수용 능력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 규모로 지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이 교통 수요 예측이다. 최근 불거진 수요의 문제는 민자 사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금전적인 문제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중교통 수요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진화시켜야 할까? 이슈의 시작이 민간 사업 영역과 관련이 있듯이 해결책도 민간 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교통의 대전제는 파생 수요(派生需要)이다. 쉽게 말해서, 나를 둘러싼 수많은 환경 요인과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그 어떤 요인에 의해 통행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수많은 환경 요인 중 하나만 변경하여도 수요는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나조차도 잘 알지 못했던 나의 선호도를 대상으로 AI기술을 이용해 신경망이 스스로 특징을 찾아내고 식별하도록 학습시킴으로써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변화시킬 수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하는데, 환승이 가능한 지점이 여러 곳이면, AI기술은 필자가 커피 마니아인 성향을 파악하고 최단 통행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제안하는 것이다. 혹은 필자의 장바구니 목록에 있는 상품 리스트를 체크하고,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한 곳을 파악한 후, 필자의 이동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쇼핑을 제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대중교통 이용자의 요구를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다른 수단이나 다른 노선으로 여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AI는 우리가 그동안 해오던 각종 규제 중심의 불쾌한 수요 관리와는 차원이 다른 지능형 솔루션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용자가 가진 다양한 선호도와 만족의 기준을 분석하고 민간 사업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되면, 대중교통 이용자의 자발적인 의사결정 결과에 따른 효율적인 수요 배분이 일어나고, 시스템적 관점에서 수요 관리 혹은 운영 예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데이터 플랫폼의 수평-수직적 연계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간 사업자와 정부의 역할이 제 위치를 찾고, 강제가 아닌 필요에 의해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플랫폼 인터페이스 구축으로 해법을 찾아보자!
둘,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대상은 사람이다!
둘째,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대상은 개인의 의사 결정의 결과가 아닌 의사 결정 주체인 사람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동 궤적이다. 이에 서두에 잠시 언급했던 라이다 센서를 이용한 보행 궤적에 대한 연구를 조금 더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필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R&D사업으로 “복합환승역사 통합 모빌리티 분석 시스템 개발(2017-2019)”이라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 연구에서 삼성역 개찰구 부근에 라이다 센서와 영상 장비를 설치하여 역사 이용객들의 이동 동선을 조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궤적으로 그룹화하였고 일부 그룹화되지 않는 보행 궤적을 영상 자료로 추적해보니 나름의 원인 행동이 있었다.*12 2018년에는 조사대상 범위를 확대하여 ‘예측’의 영역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보행 궤적 예측에 대한 '도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피에트로 페로나(Pietro Perona) 교수의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원인 요인과 행동 결과에 대한 기초 인공 지능연구이다.*14*15 다수의 초파리를 페트리 접시(petri dish)에 넣고, 영상 데이터를 통해 개별 초파리 주변 환경 요인과 초파리 이동 궤적에 대해 충분히 학습을 시켜 개별 초파리의 향후 이동 궤적을 성공적으로 예측하였다. 훨씬 복잡하겠지만, 같은 맥락에서 AI기술과 연계하여, 다양한 대중교통 이용자의 목적에 따른 보행 궤적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이는 이전에 시도해보지 못했던 복합환승센터 내 다양한 통행 목적(이동·환승목적, 상업시설 이용 목적, 기다림 등 목적)을 분류하고 그 특징을 반영하여 조금 더 효율적인 교통 시설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이 되기를 희망한다.
셋, 소유(所有)가 아닌 공유(共有) 시대!
미래 교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공유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말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유 교통은 대중교통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어 왔고, 4차 산업혁명을 빌려 '주문형 교통시스템(car-sharing+자율주행+on-demand)'으로 진화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 개인 교통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차량 제조사부터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는 차량 공유 서비스(car2go) + 택시 예약(mytaxi) + 결제(moovel) + 개인차량 공유 서비스(Croove)의 조합을 통해 주문형 교통시스템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원조 공유 교통인 대중교통의 장점은 차량 감소로 인한 교통 체증 개선, 주차장 감소로 인한 도시공간 활용도 증가, 친환경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압축될 수 있고, 주문형 교통 시스템은 이러한 장점에, 이용자 요구에 따른 접근 편의성 향상, 맞춤형 배차 및 최적 경로 운행을 추가하여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AI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주문형 교통시스템'은 수요 응답형 서비스로, 단일 승차 뿐만 아니라 합승시 최적 경로 선택, 첨두시간(peak time) 혹은 연계 대중교통 출도착 스케줄을 고려하여 즉시 이용자를 픽업할 수 있도록 적정 위치에 차량을 배치하는 최적화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AI기술 접목을 통해 충분히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연구 영역이다.*16*17 버스 전용 차로제, 궤도 기반의 도시철도는 대중교통의 정시성을 향상시키는 특성이 있고, 촘촘히 구성된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동이 가능한 수도권은 대중교통의 수단 분담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주차장 서비스, 택시 서비스를 추가하여 단일 수단 혹은 대중교통 수단만을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로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서, 통합 모빌리티 기반의 네트워크상에서 AI는 효율적인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 아울러 통행자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로 안내가 가능하다.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며, 끊김 없는 통합 모빌리티는 유럽 연합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교통포럼(international transportation forum, ITF)에서 지향하고 있으며, BMW i-navigation 시스템은 통합 모빌리티 기반의 내비게이션이다. 즉, 도로 혼잡 시 대중교통으로 갈아타고 차량은 주차할 수 있는 우회 수단-경로 대안을 제시한다. 주차장처럼 꽉 막힌 도로를 보면서 차를 버리고 가면 좋겠다고 상상하는데 그런 생각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개별 운전자의 경로 선택 특성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는 BMW i-navigation은 AI 기술을 접목하여, 나만의 운전 비서를 만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으리라 본다.
BMW의 사례를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의 연계로 본다면, 대중교통 빅데이터로 언급되었던 국가대중교통센터(TAGO)*18와 철도 데이터 포털(Railportal)*19의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와 카카오 T(택시+주차+드라이버+맵) 플랫폼과 같은 형태의 융합은 대중교통에서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연계로 바라볼 수 있으며, 강력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후자의 경우, 다양한 차원의 현저히 많은 샘플 수를 확보할 수 있는 통합 모빌리티 정보를 보유할 것이며, AI를 활용하여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선택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I기술과 접목하여 새로 태어난 대중교통은 이용자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유(共有)의 시대가 안착되고 대중교통 이용자 요구를 충족하는 서비스의 출현은 결국 대중교통, 준대중교통, 개인교통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것이고, 용어의 재정립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통행(mile)의 문제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있는가?”에 대한 이동(mobility)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는 교통은, 결국 “얼마나 나의 이동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결(interface)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해본다. 이러한 진화에서 AI는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 요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도구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 지금이 시점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제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서 그린 청사진들이 실현되기 위해서 빅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급했다. 포지티브 규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인해 상세한 차원의 이종(異種) 데이터 융합의 문제는 연구 이외에 서비스 제공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사장(死藏)은 융합을 대전제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에 급변하는 국제 사회 경쟁에서의 낙오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 혹은 규제 완화 정책이 절실하다. 또한 민간에게 데이터 사용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동시에 민간 영역에서 각자 허가 받은 목적 이외의 데이터 융합 등으로 발생하는 민감한 정보 유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책임이 수반되는 방식을 통해 성숙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교통 빅데이터는 대부분 실적(實績)자료, 즉, 누군가 통행한 기록이 있어야 분석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서,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한번쯤 가보고 싶은' 잠재적 통행과 소수의 통행은 빅데이터에서 '분석의 가치가 없는' 이상치로 분류된다. 또한 승용차를 이용하던 우리가 운전대를 잡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지금의 통행 기록이 그때의 우리를 설명해 줄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동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찾는데 매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빅데이터 기반 교통 분석은 교통 서비스 모델은 더 다양해지고 구체화 될 것이다. 고급화, 차별화 전략은 물론 경제적 옵션까지 다양할 것으로 본다. 특히, 빅데이터의 아웃라이어(outliers), 즉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거나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에 대한 교통 서비스는 기업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영역에서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 서비스 소외 지역은 점점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다.
정부를 포함한 공공의 영역에서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과 직업 선택의 기회에 대한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대중교통 소외 지역은 직장 선택에 있어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낮아지는 관계를 규명하기도 했다. 사이버 세상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는 우리에게 대중교통이라는 연결고리는 일상을 더 멀리 보고 더 많이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연결하지 않은 길을 연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라는 선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함께 걸어갔으면 한다.
글 | 유소영 syyou@krri.re.kr
나의 든든한 평생 동지인 사랑하는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하길 거부한 직장맘이자,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전된 교통공학자! 교통이란 학문을 먼저 시작한 것인지 데이터 분석을 먼저 시작한 것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엄마라고 불리면서 데이터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 혹은 자녀들이 만들어가는 발자취인 데이터 포인트 하나에 의미를 조금 더 부여하고 이해하려 하면서 만난 세상이 AI이다.
참고문헌
*1 참고 | https://www.tago.go.kr/
*2 참고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주관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다.
*3 참고 | www.railportal.kr
*4 참고 |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TS교통안전공단 (2014), “교통카드 이용 데이터의 공공성 확보 및 이용 활성화 방안 연구
*5 참고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2010-2014), 철도중심 교통체계로의 개편을 위한 차세대 교통정보 시스템 개발
*6 참고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보고서 (2015-2016). 대중교통 계획·운영 효율화 기술 개발
*7 참고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보고서 (2015-2016). 대중교통 계획·운영 효율화 기술 개발
*8 참고 | https://brunch.co.kr/@kakao-it/167
*9 참고 | Kakao AI Report, vol. 5
*10 참고 | http://www.vw-lab.com/41
*11 참고 | 파나소닉 자율기계학습 개발 관련 보도자료, http://news.panasonic.com/global/press/data/2017/11/en171127-1/en171127-1.html
*12 논문 | 정은비, 유소영 (2017), “LiDAR 센서를 활용한 배회 동선 검출 알고리듬 개발”, 한국ITS학회, 16(6)
*13 논문 | 정은비, 유소영 (2017), “LiDAR 센서를 활용한 배회 동선 검출 알고리듬 개발”, 한국ITS학회, 16(6)
*14 참고 | EBS 과학다큐 비욘드, 인공지능(1부) 지능 만들기 http://home.ebs.co.kr/beyond_ebs/main
*15 참고 | Pietro Perona, Allen E. Puckett Professor at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CALTECH), http://www.vision.caltech.edu/Perona.html
*16 참고 | https://www.uber.com/newsroom/seim-automated-sccience-using-an-aisimulation-framework/
*17 논문 | HR Sayarshad and JYJ Chow (2017) Non-myopic relcoation of idlemobility-on-demand vehicle as a dynamic location-allocation-queueing problem, Transportation research Part E: Logistics and Transportation Review 106
*18 참고 | https://www.tago.go.kr/
*19 참고 | www.railport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