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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분야 AI 기술 개발의 현황과 과제

김현명

   현대인들에게 통행이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더 이상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늙기 전까지 매일 해야 하는 가장 일상적인 활동이다. 인간이 자급자족의 시대를 벗어나 사냥을 하고, 물물교환을 시작하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일상적인 통행 의사 결정 문제와 마주해왔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사람들은 한 번의 통행을 위해 어떤 의사 결정 과정들을 거치게 될까?


[카카오 AI 리포트] Vol. 10 (2018년 1월 호) 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2018 Kakao AI - 윤리, 기술, 그리고 채용

01. 김대원 : 카카오 알고리즘 윤리 헌장의 해제

02. 김병학 : 카카오 AI 기술의 3대 발전 방향

03. 황성현 : 카카오의 AI 인재 영입 전략


[2] Kakao Brain section - 두 단어의 거리 그리고 꿀벌 드론

04. 이수경 이주진 임성빈 : Brain's Pick - 단어 간 유사도 파악 방법

05. 이수경 : AI in pop-culture - 꿀벌 드론


[3] AI&Mobility - AI 그리고 우리 이동의 맥락, 두 번째 이야기

06. 조창현 : AI 그리고 온디맨드 교통정책

07. 김현명 : 교통분야 AI 기술 개발의 현황과 과제

08. 윤지상 김성진 권영주 : 카카오내비 예측의 정확성 그리고 AI


[4] AI event - 2018 AI 세미나 살펴보기

09. 윤재삼 양정석 신종주 : NIPS에서 발견한 AI 트렌드

10. 정수헌 양원철 : 2018년 주요 AI 이벤트


[5] information

11. 국내 머신러닝 스터디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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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 통행 의사 결정의 순서와 변경의 용이성

 

    [그림 1]과 같이 사람들의 통행 의사 결정은 (1) 통행을 할지 여부, (2) 통행 목적지의 선택, (3) 통행 수단의 선택, (4) 통행 경로의 선택, (5) 출발시간의 선택으로 구성된다. 1950년대 미국의 CATS(Chicago area transportation study)를 통해 통행 의사 결정 과정은 4-step model(통행 발생-통행 배분-수단 선택-통행 배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립되었고, 1990년대 중반이후 동적 분석 기법의 발전에 따라 출발시간 선택 문제가 추가되었다.

    [그림 1]의 5단계 의사 결정은 CATS의 4단계 모형으로, 개인의 선택 문제를 통해 통행 수요의 총량을 집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개인이 어디로 통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종점 선택 문제가 여러 사람들의 선택 결과로 모아지면 4-step model의 통행 배분(trip distribution) 단계가 된다. 이와 같이 과거에 개인을 교통 분석의 예측 단위로 설정하지 않고, 지역과 지역 간의 총량 통행 수요만을 분석했던 이유는 당시 대형 교통망에서의 통행 선택 문제를 개인 단위로 풀기에는 계산 시간과 계산 양의 한계가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제약 외에도 과거의 교통 수요 분석은 교통 기반 시설의 건설을 위해 시작되었기 때문에 개인의 통행 보다는 지역 간의 통행 수요 총량을 예측하는데 집중됐다. 21세기가 시작되기 전 까지의 교통 분석은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통행 수요 총량 예측을 위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21세기, 통행에 대한 관점이 바뀌다

    20세기 후반 들어 보다 더 세분화된 통행자 그룹의 문제를 풀기 위한 연구들이 시작되면서 교통 연구의 관심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AI 기반의 교통 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필자도 최초의 AI 기반 교통망 분석 기술 연구를 이 시기에 시작하였다.*1 필자가 교통망에서 통행하는 차량들의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을 교통망의 일부 관측 지점 통과 자료만으로 추정하는 기술을 유전 알고리즘으로 개발하여 발표했을 무렵, 유전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신경망 이론(neural network theory), 타부 탐색법(tabu search), 화음 탐색법(harmony search)과 같은 AI기반 최적화 기술들이 교통 연구에 다양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공공부문에서 활용된 AI 기술들은 순수연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공공부문 의사 결정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였다.

    다른 분야에서 AI 기술이 사람들의 삶 속에 다양하게 스며드는 동안 교통 분야에서의 개인의 통행을 위한 AI 기술 실용화는 2000년대 후반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통행자 개인을 위한 통행 지원 서비스의 최초 사례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 기반 경로 탐색 서비스와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나타났다. 현재는 민간 기업 중심의 개인 통행지원 서비스들이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교통 기술과 서비스 시장의 무게 중심이 점점 공공으로부터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통행 정보 서비스의 발전사

    [그림 2]는 교통 기술의 개발이 지난 70여 년간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림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교통에서 개인을 기초로 한 이론은 1970년대 말 개별 행태 이론이 통행 수단 선택 문제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부터 등장했다. 이 접근법은 1975년 도멘시치(Domencich)와 맥파든(McFadden)의 ‘도심의 통행 수요(Urban travel demand)’라는 책으로부터 시작하여 1985년 벤-아키바(Ben-Akiva) 와 레먼(Lerman)의 ‘Discrete choice analysis: theory and application to travel demand’ 에서 집대성된 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교통 기술 개발의 관심을 집단에서 개인으로 돌렸다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 그림 2 ] 교통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개인들의 통행 선택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1980년대부터 개발됐다. 그러나, 실제 개인이 자신의 통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술은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같은 개인 통행 지원 서비스들이 시작된 2000년대 이후 부터다. 도멘시치와 맥파든의 개인 기반의 통행수요 분석 기술은 결국 통행 수요 총량을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의 통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에는 개인에게 직접통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교통망 관리자가 가치 있는 교통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하드웨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능형 교통체계(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가 구축되면서, 교통 서비스를 위한 자료수집의 토대가 되는 검지 및 정보 제공 하드웨어들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1990년대에 발전된 개인용 컴퓨터 기반의 교통 분석 소프트웨어들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운전자들의 집합적 경로선택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주 기능으로 하는 교통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은 오늘날의 개인기반 교통서비스 산업이 등장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포털, 개인 대상 교통 서비스 시대 열어

    EMME*2를 전술한 서비스의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교통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지도 기반의 교통 콘텐츠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경로 탐색 서비스 기술과 같은 개인 기반의 교통 기술 발전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통행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시작된 시기 역시 2000년 중반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시작된 첨단 교통 체계 구축 사업에 의해 많은 검지기 및 통신 장비들이 도로와 대중교통 시스템에 설치되었고, 여기서 수집되는 자료를 이용하여 교통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공공 부문이 주체가 되어 교통정보를 개인에게 제공하는 기술들이 등장하였다. 이 시기에 서비스를 시작한 대표적인 교통정보들이 [그림 3]과 같은 도로 가변정보판(variable message sign, VMS)과 버스정보시스템(bus information system, BIS)이라 할 수 있다. 첨단 교통 기술의 등장이 개인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AI 기술의 개발로 이어진 것은 2010년 이후 부터다.


[ 그림 3 ] 지능형 교통 체계 시설의 예*3


    교통에서 개인 중심의 교통 정보 서비스 개발이 더뎌진 이유는 ITS 사업에 의해 설치된 교통정보 제공 매체들은 주로 공공 주도로 설치된 것으로 통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즉 개인은 정보 확인 매체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공공이 수집한 교통정보를 각 개인이 필요한 형태로 제공하기는 어려웠다. 이 시기는 정보의 수집 및 가공도 공공기관이, 정보의 배포도 공공기관이 하는 시대였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교통 서비스는 민간에 의해 본격화 됐다. 2000년 대 초반 인터넷 포털이 지도 콘텐츠 기반 교통정보 제공을 통해 개인을 위한 교통 정보 안내 서비스가 시작됐다. 2010년대 이후 보편화 된 스마트 기기와 정보 기술의 발전은 민간 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가공한 뒤 맞춤형으로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를 도래하게 했다.

    버스 노선을 최적화 한다든가, 사고 다발 지점의 원인을 분석하는 등의 공공 집단 의사 결정이나 분석 분야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AI 기반의 기술들을 선보인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인에게 제공되는 통행 지원 서비스의 대부분은 현재까지도 수집된 정보를 간단히 가공하여 개인에게 제공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그리고 카드 사용 기록 등을 이용하여 AI기반의 개인 맞춤형 의사 결정 지원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반해, 교통에서는 관련된 실용화 기술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I 통행 서비스 개발의 장애물

    왜 개인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통행 지원 서비스는 우리 주위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AI의 학습을 위해 필요한 개인들의 통행 자료를 민간 기업이나 공공 기관이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 기록이나 소셜미디어 이용 기록에 비해 사람들이 실제 방문한 지역이나 시설에 대한 정보는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큰 정보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훨씬 크다. 이와 같이 자료를 획득하고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빠른 기술 개발이 힘든 점이 바로 개인 맞춤형 통행 지원 서비스의 개발의 큰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 그림 4 ] 개인 스마트폰 앱 사용 기록을 이용한 맞춤형 출근 어드바이스 서비스


    개인 정보에 대한 익명화 기술 발전 등이 실현되면, 개인의 여러 정보와 활동 기록을 이용한 AI 기반의 통행 최적화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교통 분야에서 개발된 출발시간 최적선택 모형은 개인의 평소 행동과 태도를 분석해 [그림 4]와 같은 맞춤형 출근 정보 제공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그림 4]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을 이용하면 개인의 통행/활동 시간을 검지할 수 있다. 건강관리 앱(app)을 이용하면 보행 통행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대중교통 요금을 앱을 통해 지불하는 경우 언제 대중교통 수단을 타고 내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MaaS(mobility as a service)와 같이 스마트 폰 기반 통합 지불 시스템이 서비스될 경우 요일별, 시간대별, 계절별, 날씨별로 개인의 통행/활동 참여 시간의 분석이 가능하다. 교통 분야에서 최근 주목받는 프로젝트인 MaaS에서는 [그림 4]의 통행 정보 서비스 기능을 넘어 개인의 하루 전체 통행/활동의 스케줄을 최적화 시켜주는 서비스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스마트폰앱을 기반으로 한 개인통행 의사 결정지원서비스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곁에 찾아올 서비스라면, 머지 않아 개인을 위한 교통 AI 기술은 자율주행 기능과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기술을 기초로 형성될 스마트 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 기술의 경우 현재는 차량이 운전자의 도움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들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러한 기술이 실현되어 시장에 자율주행 차량들이 사용되려면 차량의 차로 변경이나 감・가속 기능을 개인의 선호에 따라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최적화 기술은 AI 기반 분석 방법으로 주행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가능하게 될 것이다.


교통 내 AI 보편화는 공공의 변화에 달렸다

    개인을 위한 AI 기반 교통서비스는 현재의 자료 수집 체계와 AI 기술만으로도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실용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개인의 건강관리 앱에서 볼 수 있듯 스마트폰이 개인 자료 수집을 위한 검지기의 역할을 할 경우, 자료의 수집 및 분석 그리고 서비스까지 하나의 매체에서 전체 과정을 폐쇄적・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민간 기업들을 통해 이러한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제공될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을 위한 교통 AI 기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민간 기업은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꾸준히 신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갈 것이다. 이러한 민간 교통 콘텐츠 서비스 시장 내의 경쟁은 서비스 공급자들의 꾸준한 자기 혁신을 자극해 자생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최근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선보이는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통행 지원 서비스들은 개인의 통행편의를 꾸준히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 교통 서비스 기술 개선만으로 우리나라 교통 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 우리나라 교통 시스템의 핵심 문제들은 공공의 의사 결정 실패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 의사 결정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2000년대 시행되었던 여러 지자체의 경전철 건설 사업을 들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용인 경전철의 사례를 보자. 용인경전철이 일반에게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통행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여러 사건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부터이다. 용인경전철 계획시 예상된 통행 수요는 일일 평균 16만 1,000명이었다. 개통 후 1일 평균 승객은 2016년 2만 5,872명으로 예측된 수요 규모의16%만이 탑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운영 적자는 약 300억 원, 민간투자사인 용인경량전철(주)에 갚아야 할 원금 및 이자는 약 2,5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경전철 운영 수익은 2016년 71억 원에 불과해 용인시에서는 같은 해 430억 원을 지출했고 현재도 적자를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이 비용을 용인시 인구를 고려해 1인당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4만 3,500원/년이며 4인 가구 기준으로는 가구당 약 17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 용인경전철을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사례는 용인시만의 일이 아니다. 2017년 5월 개통 5년 만에 파산을 선고받고 의정부시가 직접 운행키로 한 의정부 경전철 역시 대표적인 공공 투자 의사 결정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2012년 7월 개통 이후 당해 연도에만 매출액 27억, 영업손실 203억, 순손실 315억을 기록했다. 2014년에 순손실이 1천억을 넘어섰고 2016년말에는 누적 적자가 3676억원에 도달해 파산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용인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정부 경전철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앞으로도 계속 시민들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2016년 말 기준 연간 손실이 700억 원 이상이므로 의정부시의 인구가 43만 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의정부 시민 1인당 운영손실은 16만 3,000원/년이고,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65만원 정도의 손실 부담이 발생한다. 현재 시내버스 요금을 편도 1,200원으로 가정할 때 매일 시내버스를 왕복으로 이용하는 의정부 시민들의 경우 1년에 약 57만 6,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현재의 1인당 손실액이 16만 3,000원/년이므로 이 금액을 의정부 버스 요금 할인 지원으로 적용할 경우 의정부 시민들은 편도 860원으로 버스를 탈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두 사례는 단일 교통 기반 시설의 적자만을 계산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렇게 공공 의사 결정의 실패로 정부나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교통 기반 시설은 전국에 산재해 있으며 이러한 시설을 여러 개 보유한 지자체들의 경우 1인당 부담해야하는 교통 기반 시설 운영비용이 통신비나 식료품 구매 비용에 비해 적지 않은 금액이 될 수도 있다. 공공부문의 의사 결정 실패가 유발하는 천문학적인 비용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민간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AI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통행 비용이나 시간을 줄이더라도 공공 부문 의사 결정에서 과거와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면 국민 개개인의 교통관련 비용 지출은 결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 달 내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 대중교통 요금을 1만원 줄이고, 정부의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매월 2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면 어느 부문의 지출을 시급히 줄여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은가?


이용자 최적과 사회적 최적 간의 간극과 극복

    개인 차원의 의사 결정 문제와 공공 부문의 의사 결정 문제를 나누어 살펴본 또 다른 이유는 교통 문제에 있어 개인차원의 최적 상태와 전체 시스템의 최적 상태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모든 개인이 자신의 입장에서 내린 최적의 선택이 시스템 전체 차원에서의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차원의 선택이 최적화 된 상태를 교통에서는 이용자 최적(User optimum) 상태, 또는 이용자 평형(User Equilibrium) 상태라 정의하고, 시스템 전체의 최적 상태는 시스템 최적(System optimum) 상태라 한다.

    운전자들의 경로 선택 문제와 교통망 전체의 혼잡 문제를 비교해 보자. 교통에서 개인들의 경로 선택 문제는 경제학에 기초하여 최대 효용을 주는 경로를 선택하는 문제로 설명한다. 이때, 경로 선택의 효용이란 통행 시간이나 통행 거리가 짧을수록, 통행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을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 다른 운전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최적의 경로선택은 자신의 효용이 극대화되는 도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도로가 수용할 수 있는 차량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모든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최단 경로상의 도로는 제한적이므로 결국 도로에서는 혼잡이 발생하며, 이러한 혼잡을 피해 운전자들은 자신의 최적 경로를 찾게 된다. 이를 교통에서는 운전자들 간의 비협력 게임(non-cooperative game)이라고 부르며, 이 게임의 최적 상태가 이용자 평형 상태이다.


이용자 평형(user equilibrium, UE) 상태의 정의*4

사용자가 실제로 선택한 모든 경로의 통행 시간(비용)은 동일하며, 아직 사용되지 않은어떤 경로의 통행 시간(비용)보다 크지 않다.


    이용자 평형은 이용자 관점에서의 최적 상태라는 점에서 이용자 최적이라 정의되기도 한다. 두 상태도 특수한 조건에서는 항상 같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는 동일한 교통망 평형 상태로 알려져있다. 이 상태가 안정적인 이유는 운전자들의 집합적 경로 선택 상태가 이용자 평형 상태에 도달하면 개인이 자신만의 일방적인 경로 변경만으로는 자신의 통행 비용을 단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운전자들이 개인의 입장에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한 결과를 모으면 시스템 전체의 입장에서도 최적의 상태가 될까? 교통망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조건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다. 이용자 평형과 비교하여 교통망 전체에서 소비되는 통행시간이나 비용이 최소화되는 통행 패턴은 따로 존재하는데 이를 사회적 최적(social optimum)이라 한다.


시스템 최적(social optimum. SO) 상태의 정의*5

선택된 모든 경로의 총 통행 시간(비용)의 합은 최소이다.


    SO 상태에서는 모든 차량들이 소비하는 통행 시간의 합이 최소가 되는 시스템 전체 관점의 최적 통행 패턴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수학적으로 특수한 조건이 주어지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UE 통행 패턴과 SO 통행 패턴은 동일하지 않다. 즉 모든 개인들의 최적 경로선택의 결과는 시스템 전체의 최적 상태와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UE와 SO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관점에서 설명되고 있는데, 가장 간단한 설명은 교통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혼잡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즉 도로의 용량이 수요에 비해 충분치 않다면, 이용자들 간의 평형상태가 시스템 전체의 최적상태가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UE 상태를 SO 상태로 유도할 수 있다면 일부 운전자들의 통행시간이 조금 증가하더라도 교통망 전체의 혼잡 수준은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이 실제 정책으로 확장되어 교통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근거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교통정보 제공 전략의 개발이나 택시 영업지역 제한, 더 나아가 혼잡 통행료의 부과에 관련해서도 인용된다. 택시의 사례를 보면 오전 시간대에 도시 외곽 지역의 주거지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심으로 통행을 하고 싶어 하고, 그 결과 오전 첨두 시간이 지나면 도시 내 대부분의 택시들이 도심에만 위치하게 된다. 이를 택시 통행 수요・공급의 공간적 비대칭성이라 한다.*6

    도심에서 택시가 탑승 수요를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으면, 도시 외곽 지역의 승객들은 택시를 탈 수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택시 영업 지역 제한이 시행되고 있다. 택시 기사는 소속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손님을 태우고 진입할 수는 있으나, 외부 지역에서 본인의 소속 지역으로 손님을 태우고 나올 수는 없다. 이렇게 제한하게 되면 택시 기사들이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 자기 지역에서 영업하려고 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첨두 시간에 택시들이 도심에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최적 선택에 택시 수요-공급 시스템을 맡길 경우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한 조건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여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즉, 각 개인의 최대 만족을 달성하는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사회전체의 만족은 최적 상태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통 이론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과 시스템 전체의 최적 불일치 문제는 실제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존재한다면 이 간극은 어떠한 방법으로 줄일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을 위한 AI 기술 개발의 첫 걸음

    21세기 들어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AI의 발전이 가져다 줄 장밋빛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람과 알파고의 대결 같은 기사를 읽으며 AI 기술 발전의 어두운 면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 역사를 보면 이러한 사회적인 의견 대립과 관계 없이 과학기술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발전해왔다. 2000년대 초반 체세포 복제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뜨거웠을 때도 복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늦어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기술 발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높아진 바 있다.

    교통분야에 적용될 AI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이나 자동차의 이동과 관련된 막대한 양의 자료들이 수집될 것이며, 이를 이용한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을 위해, MaaS와 같은 대중교통 서비스 사업을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 발전을 요구하는 사회적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이 기술을 활용해야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최적의 기술 활용을 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교통 부문에서의 AI 기술 적용을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으로 나누어 검토하였다.

    현재 교통 부문에서 AI 기술의 실용화를 주도하는 민간 부문의 경우 타 분야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민간 부문 자체의 필요성에 의해 효율적인 기술 개발과 실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통 부문의 경우 공공성이 강한 특성상 정부가 시행중인 여러 규제나 제약들이 AI 민간기술 시장 확대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택시의 합승 금지를 완화하거나 택시요금 탄력제를 실시할 경우 AI 기반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택시회사와 승객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든 택시 회사들이 서로 다른 요금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항공 시장과 같이 승객들이 가격을 비교해가며 탑승할 택시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이렇게 민간 시장의 자율성이 강화될수록 AI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의 통행 비용 부담이나 편의성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회사의 수익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과 공공의 공동 교통 DB 구축의 필요성

    공공 부문은 민간에 비해 AI 기술의 적용 필요성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민간에 비해 기술 확보 수준이 크게 뒤처져 있다. 하루빨리 빅데이터 기반의 공공 의사 결정 AI 기술이 발전하지 않을 경우 공공 부문 투자 결정의 실패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부문에서 첨단 AI 서비스들이 등장해 시민들의 통행 편의나 비용을 개선하더라도 공공 부문의 투자 실패가 이어져 지자체나 정부의 부담이 커지면 결국 시민들의 교통 부문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민간 교통 서비스에 의해 발생하는 자료를 익명화하는 기술을 하루 빨리 개발해 민간과 공공이 공동으로 교통 DB를 구축하고 활용하여 다양한 교통 관련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미 거의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이용 기록이 교통카드를 통해 수집되며,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통신 기록들을 익명화 하여 교통 시스템 이용자 전체의 이용 실적 파악을 할 수 있는 기반 시설 또한 구축되어 있다. 또 도로의 물리적 구조에 대한 DB도 상당한 상세도로 만들어져 있어 이를 이용하면 [그림 5]와 같이 이용자 맞춤형 길안내 서비스도 개발 가능하다. 대형 트레일러 운전자들을 위해서는 트럭 쉼터가 포함된 경로나 회전 반경이 좁거나 높이가 낮은 지하도로 등을 회피하는 경로를 안내할 수 있고, 아울러 운전자의 운전 숙련도에 따라 U-turn이나 P-turn 및 차로 변경이 어려운 도로 구간을 포함하지 않은채 차로가 넓고 교통량이 적은 구간을 우선 포함시킨 경로를 초보운전자를 위해 제공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분석을 통한 이러한 이용자 맞춤형 교통 안내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위한 개인 교통 서비스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5 ] 차량 및 운전자 맞춤형 길안내 서비스의 예


모두를 위한 교통 AI 개발의 첫 걸음

빅데이터와AI기술의발전은개인교통서비스뿐만아니라공공부문 의사 결정 과정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림 6]은카카오택시의 이용 패턴을 통한 대중교통 취약 이동 경로 분석과정을 제시한 것이다.*7 서울 상암동 업무지역과 주변 지하철역간의 카카오택시 호출량 및 이동 경로를 분석하면 이 지역의대중교통 공급 취약 동선 파악은 물론 새로운 교통 수단 도입을위한 노선 설계 등이 가능하다. 카카오택시 및 카카오드라이버와같은 모바일을 매개로 한 교통 서비스가 확대되고 MaaS를 통해대중교통 이용 기록이 더 상세하게 수집되면, 자료에 기반한 계획기법, 즉 자료 주도형(data-driven) 교통 계획 기법이 고도화된다. [그림 6]과 같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공공투자 의사결정 기술을개발하면, 세금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결과를 이룰 수 있다.


[ 그림 6 ] 카카오 택시 주요 이용 패턴 분석에 의한 대중교통 단거리 노선 설계 : 대중교통 취약 출·도착시간 이동 경로의 파악


   긴글을 마치며 필자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에 기초한 빅데이터와 AI 기술 개발이다. 모든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 부문의 노력 모두가 필요하다. 민간 교통 서비스 공급자는 이용자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개발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객인 개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방식은 AI 기반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간의 교통 서비스의 질적 차이는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민간의 노력보다는 공공 부문에서 복지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서울시의 심야버스 운행이나 농어촌 지역의 100원 택시 사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나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 서비스는 최적의 설계를 통해 공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최소한의 교통 서비스가 어떤 계층에게, 어디에서, 어떤 시간동안 필요한지를 분석하는 기술도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개발될 수 있다. 공공 부문이 민간이 서비스 개발에 제약이 되는 규제들을 전향적으로 풀어주고, 정부의 공공 의사 결정 기술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민간 부문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교통 AI 기술 개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글 | 김현명 khclsy@gmail.com

90년대 중반부터 교통분야에서 일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사람들이 원하는 교통서비스는 쉬지 않고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매일 이용하시는 교통서비스를 설계하고 공급하는 사람들을 여러 분야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기술의 공부부터 시민들의 작은 생활 패턴의 변화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살아갑니다. 이 글은 모두를 위한 스마트한 교통 서비스의 개발을 위해 즐겁게 연구하다 은퇴할 스마트 모빌리티 센터 멤버들 중 한 명이 끄적거려본 2017년의 교통이야기입니다.


참고문헌

*1 논문 | Kim, H., Baek, S., & Lim, Y. (2001). Origin-Destination Matrices Estimated with a GeneticAlgorithm from Link Traffic Counts. Transportation Research Record: Journal of the TransportationResearch Board,1771, 156-163. doi:10.3141/1771-20

*2 참고 | https://www.inrosoftware.com/en/products/emme/ 

*3 참고 | 동방데이터테크놀러지, http://story.pxd.co.kr/1229 

*4 참고 | 임용택, 백승걸,엄진기, 김현명, 이준, 박진경. (2013). 교통계획, 청문각

*5 참고 | 임용택, 백승걸, 엄진기, 김현명, 이준, 박진경. (2013). 교통계획, 청문각

*6 논문 | Kim, H., Yang, I., & Choi, K. (2010). An agent-based simulationmodel for analyzing the impact of asymmetric passenger demand on taxi service. KSCE Journal of CivilEngineering, 15(1), 187-195. doi:10.1007/s12205-011-1037-8

*7 참고 | https://brunch.co.kr/@kakao-i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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