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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AI 활용 방안

[카카오AI리포트] 박성건, 이수원

지난 2016년 구글(Google) 딥마인드(DeepMind)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알파고(AlphaGo)와 인간 대표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많은 사람들, 특히 스포츠 과학자들에게 AI의 가능성과 위협을 느끼게 한 사건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1 알파고 이전부터 FIFA 온라인 게임, 경기 분석(notational analysis) 분야에서 스포츠 AI 활용 방안에 대해 이미 논의되어 왔으나, 대부분의 스포츠 과학자들이 아직까지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AI가 극복하지 못한 스포츠 영역들은 무수히 많다. 딥러닝과 같은 AI 기법은 신체적인 접촉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바둑과 같은 추상전략게임(abstract strategy game)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인간-인간, 인간-사물, 사물-사물의 신체적인 접촉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축구, 농구, 배구, 야구, 컬링과 같은 반추상전략게임(semi-abstract strategy game)에서는 현재 알려진 대부분의 AI 기법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2 현재 기술 수준의 AI를 반추상전략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독일 축구대표팀이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2014 FIFA월드컵(제20회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후, 2018 FIFA월드컵(제 21회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에 패배해 탈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SAP의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며, 상대팀의 전략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사용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3 SAP의 기술이 퇴보한 것은 아닐 테니, 현재의 AI로 스포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한계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AI 엔지니어와 스포츠 과학자들이 서로 다르게 정의하는 ‘경기력’이라는 용어는 스포츠에 AI를 활용하는 데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유의미한 결과를 주면서 학습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 세트(data set)의 부재이다. 위 두 가지 원인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 그림 1 ] 독일 축구대표팀이 사용하는 SAP 스포츠 원(SAP Sports One) 솔루션*4



팩트 체크: ‘경기력(performance)’


AI를 활용하여 스포츠 경기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필자는 ‘경기력(performance)’이란 용어를 스포츠 과학자와 엔지니어 입장에서 바라본 후 재해석하여 연구할 것을 권장한다. 스포츠 과학자들이 정의하는 경기력은 ‘특정 종목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생체역학 및 생리학적 기능(biodynamic & physiologic function), 심리적 요인(psychological factor), 종목에 대한 기술적 수준(technical level), 전략적 요인(strategy level)이 상호복합적으로 작용된 포괄적인 능력’*5인 반면,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생각하는 경기력은 ‘특정 종목을 수행할 때 필요한 인간의 기능을 수치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 정의를 곰곰이 생각해본다고 해도 독자들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스포츠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각각 정의하는 경기력 중 ‘과사용(overuse)’과 ‘부상(injury)’이란 변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이해한다면 두 집단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아낼 수 있다. 선수들이 경기 중 자신이 가진 근육의 힘보다 더 큰 힘을 사용하거나 상대방을 막기 위해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하는 일은 빈번하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근육과 관절이 ‘과사용’되는 일이 발생하여 경기력이 저하되기도 하고, 상대방 또는 운동용품(공, 배트 등), 경기장 시설물에 부딪쳐 발생하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이 저하되기도 한다.*6 이러한 상황을 스포츠 과학자는 ‘생체역학 및 생리학적 기능의 일부 제한’(마이너스, -)으로 생각하는 반면에, 엔지니어는 ‘운동수행의 종료’(곱하기 0, ×0)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황선홍 선수는 미국팀과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 중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황선홍 선수는 심각한 부상에도 개의치 않고 붕대를 감는 응급처치를 받은 후 그라운드로 복귀한다.*7 우리는 TV로 그런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다치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래, 투혼이 필요해’라며 걱정을 했다. 되짚어보면 이런 걱정에는 ‘지금 이 순간을 참고 견뎌야 승리할 수 있어. 그러니까 아프더라도 뛰었으면 좋겠어’라는 속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든, 경기장에서 관람을 하든 지금 당장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서 경기에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선수 보호보다 승리가 우선인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속마음이다. 하지만 인체 기능학적으로는 피부 조직이 찢어져서 출혈이 생길 경우,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 발동하여 적혈구와 백혈구 등이 서로 엉키면서 혈관 내부에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친다. 이 그물망에 재차 자극을 주게 되면 그물망은 다시 찢어지게 되고 이때 뇌는 선수에게 큰 고통을 느끼게 하여 외부와의 충돌을 피하도록 경고한다.*8 덧붙여 경기 중 선수가 출혈을 동반하는 부상이 발생될 경우,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게 되고 근육에 필요한 산소 공급이 저하되며, 이는 결국 근육경련(muscle cramps)으로 이어져 경기력이 저하되는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고통을 참고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승부를 펼치는데, 엔지니어들은 과연 이를 컴퓨터에 어떤 파라미터(parameter)로 표현하여 데이터값을 입력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필자를 포함하여 아무도 없다.



팩트 체크: 학습이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 세트 존재 여부


필자는 과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추진한 ‘경기전략을 수립하고 경기 수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컬링 로봇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다학제 연구팀을 구성한 경험이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종적으로 과제 수주는 이루지 못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했을 때나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을 의뢰할 때에도 필자는 공통적인 질문과 함께 한숨을 내쉰 적이 많다. 더 나아가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AI(상세하게는 딥러닝(deep learning))를 적용할 만큼 의미 있는 데이터 세트는 존재하는가?’ 결론은 ‘대부분 없다’이다. 결국 AI를 경기력 향상에 적용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 세트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 그림 2] 필자가 과제 기획 시 참고한 '자료 수집을 통한 지식 획득 흐름'의 예시*9


앞서 ‘경기력’이란 정의부터 스포츠 과학자와 엔지니어 간에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용어의 개념부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학습이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 세트는 없다’가 정확하다. 즉 AI를 활용하여 경기력 향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당 스포츠 종목의 전문가와 스포츠 과학자, 엔지니어가 팀을 이루어 표준화된 편람(standardized terminology)을 기반으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 DB)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스포츠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후 다양한 통계 방법을 이용하여 각 종목별 경기력 핵심 변인을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행 절차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할 것을 권장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글 | 박성건 sgpark@sportsbon.com 

배구선수이자 스포츠과학(운동생리학) 연구자로 활동하다 박사과정

중 컬링을 연구하면서 스포츠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 ‘스포츠본주식회사’ 대표로 활동하면서 스포츠 전문가 O2O 매칭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인간 행동을 다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이를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감수 | 이수원 swlee@ssu.ac.kr 

현재 숭실대학교 IT대학 소프트웨어학부 및 정보통신소재융합학과(스포츠IT융합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컬링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승패예측모형 등 스포츠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분야로는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텍스트마이닝, 개인화 추천, 스포츠 IT 융합 연구입니다.





참고문헌

*1 참고 | http://www.sisanews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0

*2 참고 | 박성건・이수원・윤형기(2017).〈컬링 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탐색적 연구〉,  《한국체육학회지》, 한국체육학회

*3 참고 | G. Clarke, “SAP: It was our Big Data software wot won it for Germany”, 2014-07-22, https://www.theregister.co.uk/2014/07/22/germany_worldcup_sap_hana

*4 참고 | https://www.clarin.com/sociedad/tecnologica-secreta-alemania-ganar-mundial_0_r1TGtfsqPXg.html

*5 참고 | M. Hughes, and I. Franks, “Notational Analysis of Sport: Systems for Better Coaching and Performance in Sport”, In J Sports Sci Med, 2004

*6 참고 | N. Maffulli, U. Longo, N. Gougoulias, D. Caine, and V. Denaro, “Sport injuries: a review of outcomes”, British Medical Bulletin, 2011

*7 참고 | '언론이 만들어낸 ‘투혼’ 프레임... 땅을 치는 선수들', 〈한국일보〉, 2017. 4. 19,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4190486131017

*8 참고 | C. Joo( 2011), 〈혈액응고 기전에 대한 고찰〉, 《J Korean Soc Neonatol》

*9 참고 | 〈경기전략을 수립하고 경기 수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컬링 로봇 기술 개발〉자료에서 일부 발췌




[카카오 AI 리포트] Vol. 14 (2018년 9월 호)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Special Topic

01. 김동현 | 지식그래프 : 카카오미니와 검색 적용 소개

02. 김태훈 | 눈으로 듣는 음악 추천 시스템

03. 이가람 | 이미지로 이미지 검색하기

04. 김규형 | 딥러닝을 활용한 뉴스 메타 태깅

05. 정소영 | 딥러닝을 이용한 실시간 인코딩 효율 최적화

06. 이형남 | 카카오 봇 플랫폼 소개


[2] In-Depth

07. 김준래 |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와 스포츠

08. 박성건, 이수원 | 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AI 활용 방안 

09. 최형준 | 스포츠 경기 분석 전문가와 AI의 만남

10. 신동윤 | 로봇 심판과 판정 알고리즘의 의미 있는 도전

11. 박주희 | 스마트 도핑 검사의 도입과 발전 과제

12. 김동환 | 스포츠 저널리즘의 변화와 AI의 활용

13. 유승원 | 만능 스포츠봇의 등장과 발전 방향


[3] Tech Insider

14. 윤도영 | Apache S2Graph 기반 머신러닝 모델 환경 구축

15. 이수경, 박규병 | 딥러닝이 탐구하지 못한 언어와 5가지 태스크

16. 박찬연 | 2018 ICML을 통해 살펴보는 AI 연구 동향

17. 황순민 | 2018 CVPR 논문 동향 및 주요 연구 소개

18. 최은필 | 카카오 크루들의 커피 주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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