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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크루들의 커피 주문 방식

[카카오AI리포트] 최은필

"카페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없을까?"
"주문을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챗봇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카카오 사내 카페에서는 이제 더이상 길게 줄을 서서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바로 사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까까오 카페’ 챗봇 덕분입니다.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 등 개인 시간에 맞춰서, 사무실이나 혹은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는 어디에서나 카카오 사내 카페에 주문을 넣을 수 있습니다. 과연 ‘카카오 카페’도 아닌 ‘까까오 카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지, 일반 카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또 주문과 결제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카카오 AI리포트〉 리뉴얼 호의 마지막 시간으로 카카오 크루(Krew)들의 카페 이용 방식과 스타일을 알아보았습니다.

    

카페 챗봇은 과연 누가, 왜,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요? 소문에 의하면 카페봇 탄생이 개발자 특유의 ‘귀차니즘’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람들이 붐비는 아침 출근 시간대와 점심시간에 카페까지 걸어가서 주문하고, 길게는 15~20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광경은 카카오 사내 카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특히 아침시간이나 바쁜 일정에는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운 경우도 있고, 주문하고 기다리는 일이 굉장히 귀찮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졌던 카카오 개발자 크루들,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까까오 카페’라는 챗봇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그림 1 ] '까까오 카페' 카페봇의 메뉴 화면


챗봇의 원리와 사용방식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까까오 카페’라는 챗봇을 실행하고, 챗봇을 이용해 간단하게 주문을 입력하고 내역을 확정하면 즉시 카카오 사내 카페로 주문이 통보됩니다. 카페에서는 챗봇을 통해 들어온 주문에 따라 음료를 제조하고, 준비가 완료되면 주문자에게 음료가 준비되었다고 알림을 보냅니다. 카페 사용자가 직접 대면으로 주문하고, 확인하고 결제까지 해야 하는 시스템이 아닌, 카카오톡의 챗봇을 통해 편리하게 주문하고 픽업하는 방식입니다.


[ 그림 2 ] 까까오 카페 챗봇을 이용한 주문 방법


그렇다면 ‘까까오 카페’ 챗봇은 과연 사용자들에게만 편리할까요? 서비스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주문자가 직접 주문을 입력하고 결제가 진행되는 셀프 오더(self-order) 시스템이기 때문에 카페 이용자와 매장 운영자 양쪽 모두에게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타벅스(Starbucks)의 사이렌 오더(siren order)와 같은 원격 주문 시스템도 있지만, 이 방식은 별도의 앱을 실행시켜야 하고 앱을 부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까까오 카페’ 챗봇은 카카오톡에서 바로 주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실제 카페봇을 사용한 주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림 3 ] 카페봇을 이용한 실제 주문 화면

    

카페봇은 상당히 똑똑한 주문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뜨아 or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같이 단축어를 말해도 정확한 주문 명령어를 입력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 바로 카카오의 자연어 처리 기술입니다. 특히 대면 주문이 아닌 카페봇 주문에서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상당한 강점을 가지는데, 카카오 사내 카페에 있는 메뉴인 ‘허니요거베리’ 같은 메뉴들도 ‘허요베’로 간단하게 축약해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카카오 크루들의 카페봇을 이용한 음료 주문 방법



까까오 카페봇의 뒷이야기


카페봇을 탄생시킨 이들은 과연 어떤 분들일까요? 실제 카페봇 개발에 참여했던 두 분은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게임 동호회에서 논의된 ‘귀차니즘’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오버워치 동호회에서 시작된 인연이 카카오 카페의 이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출발점이 되었던 거죠.

    

‘까까오 카페’의 소소하지만 거대한 프로젝트는 ‘카페까지 걸어가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것이 너무 귀찮다’라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사내 카페 리뉴얼 일정과 맞물리면서, ‘카카오 사내 카페 전면 개편’이라는 전사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물음이 전사적으로 발전하며 카카오 전체 크루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모든 성공 스토리에 훈훈한 얘기만 있지는 않겠지요? 가볍고 소소하게 시작했던 카페봇 개발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개발 과정에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카페봇 개발 초기에는 디자인이 지금처럼 다듬어진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재미로 개발자분들께서 동그라미 하나, 직선과 곡선 하나씩 그려놓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카페봇의 설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카페봇 대표 이미지와 사투를 벌이던 개발자분들을 옆에서 지켜보던 디자이너께서, 그런 모습에 더는 참지 못하고 순식간에 뚝딱 카페봇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그렇게 나오게 된 카페봇 디자인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버전인데, 카페봇에게 멋진 옷을 선사한, 훌륭한 일을 하신 거죠.

    

사내의 카페 리노베이션 일정과 맞물리면서, 개인적인 흥미와 불편함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재미로 시작했던 프로젝트에 ‘데드라인’이라는 것이 생겼다네요. 카페봇 개발에 필요했던 것은 개발자분들의 손과 컴퓨터 그리고 POS(point of sales)기와 영수증 인쇄기였습니다. 특히 개발에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POS기였다는데, 같이 협업했던 POS기 개발 담당자분들이 계속 변경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실제 서비스가 오픈되기 이틀 전 저녁(7월의 어느 주말 저녁이라고 합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영수증 인쇄기에서 구매 영수증이 인쇄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지면으로 전달하는 것이라 당시의 감동과 희열을 그대로 전해드리지는 못하지만, 영수증 인쇄가 이렇게 어렵고 감동적인 것인지 처음 느꼈다고 합니다.

    

카페봇을 기획하고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 사내 카페에 적용하기 위해 힘써주신 담당자분들께(개발: 이철민, 전현우/ 도입 ・ 활용: 최솔) 몇 가지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 그림 4 ] 카페봇 개발 테스트 영수증


Q. 카페봇 개발 과정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 지금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최초 영수증이 인쇄되기 전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카페 오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아직 담아내지 못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쏩니다’와 같은 골든벨 기능, ‘커피 사주세요’와 같은 조르기 등의 기능인데 이 기능은 향후에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카페봇 이름이 왜 ‘까까오 카페’인가요? 

A. 사실 처음에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었고 비공식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카카오’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귀여운 어감으로 ‘까까오 카페’라고 이름 붙인 거죠.


Q. 영수증 인쇄 테스트를 하시면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사건이었나요?

A. 끊임없이 챗봇과 POS기, 영수증 인쇄기 연동 테스트를 진행했었습니다. 테스트 과정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카카오 사내 카페에서는 사원증 태깅으로 카페 구매 내역이 결제되는데, 테스트 과정에서 재미 삼아 밀크티 1656잔, 카페라테 3500잔, 자몽에이드 5000잔을 테스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합계 가격만 4680만 원 정도가 되는데, 영수증 인쇄는 성공했지만 카페에 실제 주문으로 입력되어 결제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순간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었습니다. 사내에서는 ‘만수르’가 나타났다며 많은 분들이 구경하러 몰려오기도 했지요.


Q. 카페봇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A.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모두가 필요로 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카페를 사용하는 이용자들과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봇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주문하기 명령어와 UI/UX 등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봇은 1세대로 생각됩니다. 향후 2세대, 3세대 봇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생각하시기에 미래의 봇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제 생각에는 자비스(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플랫폼 개발자로서, 플랫폼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봇을 만들었다는 것은 결국 기술개발 순환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카카오의 미래? 챗봇의 미래!


카카오 카페봇은 별도의 결제 프로세스와 장치가 필요 없고, 앱을 따로 설치할 필요도 없으며 긴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자 모두에게 편리한 서비스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처음 프로젝트의 시작도 비효율적인 것을 바꿀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였고, 그렇다면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두에게 편리한 모습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가 전개되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서비스가 기획되고 개발된 것이 아닌,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과 필요에서 거대한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서비스가 어떻게 쓰이고, 누구를 위해 만들어져야 할까?’를 부단히 고민한 끝에 모두가 좋아하고 편리해질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카카오 카페봇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새로운 언어들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메뉴들과 다양한 주문 명령어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인데, 이것의 핵심이 바로 자연어 처리 기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진화된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카카오 사내 카페에서 대면 주문 방식과 챗봇으로 주문하는 비대면 주문의 비율이 6:4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아마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새로운 방식의 카페 이용과 주문 & 픽업 등의 모습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 | 최은필 reyna.c@kakaocorp.com 

IT 업계의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자청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좋은 것들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재즈 힙합(Jazz Hip-hop)을 즐겨 들으며, 언젠가 추리소설을 쓰겠다는 원대하지만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실험보다는 글쓰기를 더 좋아하며, 오랜 시간 ‘전략, 기술, 기획’이라는 단어들과 함께하였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고 싶다는 커다란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카카오 AI 리포트] Vol. 14 (2018년 9월 호)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Special Topic

01. 김동현 | 지식그래프 : 카카오미니와 검색 적용 소개

02. 김태훈 | 눈으로 듣는 음악 추천 시스템

03. 이가람 | 이미지로 이미지 검색하기

04. 김규형 | 딥러닝을 활용한 뉴스 메타 태깅

05. 정소영 | 딥러닝을 이용한 실시간 인코딩 효율 최적화

06. 이형남 | 카카오 봇 플랫폼 소개


[2] In-Depth

07. 김준래 |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와 스포츠

08. 박성건, 이수원 | 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AI 활용 방안 

09. 최형준 | 스포츠 경기 분석 전문가와 AI의 만남

10. 신동윤 | 로봇 심판과 판정 알고리즘의 의미 있는 도전

11. 박주희 | 스마트 도핑 검사의 도입과 발전 과제

12. 김동환 | 스포츠 저널리즘의 변화와 AI의 활용

13. 유승원 | 만능 스포츠봇의 등장과 발전 방향


[3] Tech Insider

14. 윤도영 | Apache S2Graph 기반 머신러닝 모델 환경 구축

15. 이수경, 박규병 | 딥러닝이 탐구하지 못한 언어와 5가지 태스크

16. 박찬연 | 2018 ICML을 통해 살펴보는 AI 연구 동향

17. 황순민 | 2018 CVPR 논문 동향 및 주요 연구 소개

18. 최은필 | 카카오 크루들의 커피 주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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