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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도핑 검사의 도입과 발전 과제

[카카오AI리포트] 박주희

최근 국내외 스포츠의 핵심 키워드를 뽑으라고 하면 바로 도핑(Doping)이다. 특히, 러시아의 도핑 파문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의 큰 이슈였다. 러시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자국 선수들의 샘플을 조직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며, 세계도핑방지기구(World Anti-Doping Agency, WADA)와 국제육상경기연맹(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rations, IAAF) 등 여러 단체로부터 아직까지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막을 내린 직후인 지난 3월 21일부터 23일까지(현지시간) 3일간 ‘올림픽의 수도’ 스위스 로잔에서 9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깨끗한 스포츠의 미래’를 주제로 제14회 세계도핑방지기구 심포지엄이 열렸다. 소치 동계올림픽 도핑 파문 이후 전 세계의 스포츠 도핑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한 도핑 검사 예고였다.

    

세계도핑방지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상한 선수들을 확인하고 검사 대상을 더욱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더욱 정확한 조사 대상을 선정해 적절한 도핑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도핑이란?


도핑이란 선수가 하나 또는 다수의 도핑방지규정을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며, 선수 및 선수 관계자는 무엇이 도핑방지규정 위반 행위인지 그리고 금지목록에 포함된 약물과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대표적인 도핑 규정 위반으로는 스포츠에서 운동능력 향상을 위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있다. 


[ 표 1 ] 도핑 규정 위반 유형*1


근육강화제, 심장흥분제 등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PEDs(Performance Enhancing Drugs)부터 이뇨제(소변 배출을 촉진시켜 약물이 신체에서 빨리 빠져나가도록 유도)와 은폐제, 장비 도핑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불법적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도핑은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고, 이로 인해 동료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스포츠 대회들에서 도핑 검사가 요구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선수들의 혈액과 소변 샘플에 금지약물 성분이 있는지 다양한 분석과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orld Anti-Doping Agency, WADA)*2


세계도핑방지기구는 1999년 스위스 사법(Swiss Private Law)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독립 조직으로서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도핑 없는 환경에서 경쟁하는 것(A world where all athletes can compete in a doping-free sporting environment)’을 비전으로 두고 도핑 방지 커뮤니티(Anti-Doping Community)와 함께 도핑과의 전쟁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는 처음 설립되었을 당시 검사에만 집중하였으나,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여 현재는 도핑 방지에 관한 연구 및 교육 시행, 도핑 방지 역량(capacities)의 개발, 세계도핑방지규정(World Anti-Doping Code) 준수 감시, 금지약물 목록 제정 등 도핑 방지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도핑방지기구는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실험실 인증을 실시하며, 인증된 실험실에서 승인된 방법으로만 도핑 분석을 시행할 수 있다.세계도핑방지기구는 IOC와 각국 정부의 재원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스포츠 대표와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 승인을 거쳐 각종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9년 세계도핑방지기구 창설 당시부터 2006년까지 이사국 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2013년에 재선출되어 2019년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 표 2 ] 도핑 방지 커뮤니티(Anti-Doping Community)*3



ADAMS, 그리고 WADA 페이퍼리스(Paperless) 정책


세계도핑방지기구는 모든 도핑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도핑방지규정을 준수하고,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05년 ADAMS(Anti-Doping Administration & Management System, 도핑방지행정관리시스템)를 개발하여 도입하였다. 

    

ADAMS는 도핑 관리 절차들을 하나의 시스템에 담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한을 가지고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열람하여 확인할 수 있다. 현재 176개 국가들과 대부분의 스포츠 단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ADAMS는 다음과 같은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 그림 1 ] ADAMS 화면*2


1) 선수 소재지(Athlete Whereabouts)

선수들은 불시에 도핑 검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ADAMS에 자신의 소재지를 정확하게 기입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도핑 방지 기구들은 ADAMS를 통해 선수의 소재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불시에 방문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소재지 정보를 기입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입한 선수는 제재의 대상이 된다.


[ 그림 2 ] ADAMS 선수 소재지 등록 시스템*4


2) 치료 목적 사용 면책(Therapeutic Use Exemptions, TUE) 

관리선수는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선수는 ADAMS에 TUE를 신청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고, ADAMS는 이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한다. 모든 절차는 한 번의 신청으로 완료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며, 선수는 ADAMS를 통해 TUE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3) 도핑 검사 계획 & 결과 관리(Test Planning & Results Management)

도핑 관리 관계자들은 ADAMS를 통해 도핑 검사 계획과 일정 등을 조율할 수 있으며 결과 관리 또한 가능하다. ADAMS로 인해 검사기관과 실험실 등의 협력이 가능하고 중복 검사를 방지할 수 있어 효율적인 도핑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4) 실험실 결과 관리 모듈(Lab Results Module)

세계도핑방지기구의 인증을 받은 실험실들은 ADAMS를 통해 선수들의 샘플 분석 결과를 세계도핑방지기구를 포함한 관련 단체들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단체들은 간편하게 정확한 결과를 받을 수 있으며, 세계도핑방지기구는 도핑 관리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세계도핑방지기구는 도핑 관리에 요구되는 문서들을 시스템화하여 간편화시키는 이른바 페이퍼리스(Paperless) 운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도핑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복잡해지면서 도핑 검사 항목 또한 증가하였고, 선수 한 명당 방대한 양의 자료가 생성되었다. 이에 따라 최신 기기들을 활용하여 종이 없이 간편하게 시스템에 등록하고 관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는 페이퍼리스 도입으로 인해 방대한 분석 자료들의 시스템화를 추진하고, 도핑 방지 커뮤니티의 모든 관계자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정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계


하지만 전 세계에서 도핑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ADAMS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로도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었다. ADAMS 내에 등록되는 정보의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세계도핑방지기구의 정보부(Information & Intelligence Team)가 실제로 조사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 ADAMS로 인해 절차는 간편화되었지만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정보와 자료들이 생성되었고, 이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재정이 소비되어 효과적인 도핑 방지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도핑방지기구의 인력과 재정 부족이다. 세계도핑방지기구는 자체적인 수익사업이 없고 IOC와 각 정부들로부터 받는 기여금으로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ADAMS에 등록된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분석할 자원이 부족하다.

    

또 다른 문제로 ADAMS 시스템 내에 허위 정보를 기입했을 때 절차상의 문제만 없다면 이를 쉽게 적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실제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샘플 조작은 당시 시스템상으로는 별 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독립 감시단(Independent Observers)의 조사와 내부고발자의 증언으로 발각되었다는 점은 전 세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몇몇 국가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아직도 행해지는 도핑의 실태는 페이퍼리스 시스템 구축만으로는 도핑을 효율적으로 적발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도핑방지기구 내외부에서는 ADAMS에 등록된 수많은 정보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보완책 - 인공지능


세계도핑방지기구는 올해 3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였다. 도핑 방법이 더욱 교묘해지면서 적발하기가 더 어렵게 발전하였기 때문에 도핑방지 방법도 이에 따라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도핑방지기구 사무국장 올리비에 니글리(Olivier Niggli)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세계도핑방지기구의 가장 큰 고민은 방대한 양의 선수 데이터를 제시간 안에 분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더욱 빠르게 도핑이 의심되는 선수를 찾아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도핑 의혹 선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도핑방지기구의 검사 및 조사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의심되는 선수들에 대한 집중 검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방대한 데이터도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스마트한 도핑 검사가 기대된다.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국장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시범 운용할 것이며, 이에 기반을 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물론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많은 개발과 재정이 필요하다.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에 요구되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도핑방지기구는 현재 각국 정부들과 IOC로부터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여 도핑 방지 프로그램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도핑 관리로 발전할 전망이다.

    

더불어 올 초 핀란드도핑방지위원회 주관으로 핀란드 헬싱키에서 세계도핑방지기구를 비롯한 각국 도핑 방지 관련 인사들이 모여 네트워크 및 정보수집 강화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11개 국가도핑방지위원회(National Anti-Doping Organizations, NADO)와 2개 국제경기종목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IF), 인터폴(Interpol), 세계도핑방지기구 정보수사(IIntelligence and Investigations, I&I) 부서 대표들이 참석한 본 회의에는 최신의 정보수사 혁신 기술과 세계도핑방지기구 집행위 및 이사회에 보고될 도핑방지 정보수사 네트워크(Anti-Doping Intelligence and Investigations Network, ADIIN) 운영계획 등이 논의되었다. 도핑방지 정보수사 네트워크는 경험, 전문성, 경영 및 운영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네트워크라고 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점으로 명실상부 국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 역시 급변하는 전 세계 스포츠의 흐름에 발맞추며 도핑 방지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도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박주희 joohee.park@sport-strategy.org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과학대학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경희대학교에서 스포츠 의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국내 1호 국제 도핑검사관으로 국내뿐 아니라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대회 도핑관리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WADA(세계도핑방지기구)에서 활약했으며, 현재 국제크라쉬연맹 의무-반도핑위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재)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스포츠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자 노력하는 국제 반도핑 전문가입니다.





참고문헌

*1 참고 | 《국제스포츠지식》 2017-7호. http://sport-strategy.org/wp-content/uploads/2017/12/집중조감-2017-7호1.pdf

*2 참고 | https://www.wada-ama.org

*3 참고 | 《국제스포츠지식》 2018-1호. http://sport-strategy.org/wp-content/uploads/2018/05/집중조감-2018-1호.pdf

*4 참고 | KADA 홈페이지. https://www.kada-ad.or.kr/page/100e01

* 참고 | https://inews.co.uk/sport/wada-artificial-intelligence-doping-cheats/

참고 | https://www.insidethegames.biz/articles/1063094/exclusive-wada-considering-name-change-and-broader-anti-drugs-focus-to-generate-more-funding





[카카오 AI 리포트] Vol. 14 (2018년 9월 호)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Special Topic

01. 김동현 | 지식그래프 : 카카오미니와 검색 적용 소개

02. 김태훈 | 눈으로 듣는 음악 추천 시스템

03. 이가람 | 이미지로 이미지 검색하기

04. 김규형 | 딥러닝을 활용한 뉴스 메타 태깅

05. 정소영 | 딥러닝을 이용한 실시간 인코딩 효율 최적화

06. 이형남 | 카카오 봇 플랫폼 소개


[2] In-Depth

07. 김준래 |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와 스포츠

08. 박성건, 이수원 | 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AI 활용 방안 

09. 최형준 | 스포츠 경기 분석 전문가와 AI의 만남

10. 신동윤 | 로봇 심판과 판정 알고리즘의 의미 있는 도전

11. 박주희 | 스마트 도핑 검사의 도입과 발전 과제

12. 김동환 | 스포츠 저널리즘의 변화와 AI의 활용

13. 유승원 | 만능 스포츠봇의 등장과 발전 방향


[3] Tech Insider

14. 윤도영 | Apache S2Graph 기반 머신러닝 모델 환경 구축

15. 이수경, 박규병 | 딥러닝이 탐구하지 못한 언어와 5가지 태스크

16. 박찬연 | 2018 ICML을 통해 살펴보는 AI 연구 동향

17. 황순민 | 2018 CVPR 논문 동향 및 주요 연구 소개

18. 최은필 | 카카오 크루들의 커피 주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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