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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와 스포츠

[카카오AI리포트] 김준래

사물과 통신, 지식과 산업이 융합하는 디지털 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스포츠 분야라고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스포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개될 미래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스포츠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이기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다. 그 대상은 경쟁자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디지털 기술과 스포츠의 만남은 최고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열쇠와 같은 존재가 디지털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 열쇠는 빅데이터의 모습을 하고 있거나 사물인터넷(IoT)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어느 순간 인공지능(AI)으로 변신하거나 가상현실(VR)을 통해 해답을 알려주기도 한다. 삶의 모든 영역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고 있듯이, 스포츠 분야도 디지털이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스포츠


스포츠 산업과 디지털의 만남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술은 빅데이터이다. 이기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는 기술이라 여겨질 만큼, 스포츠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이미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스포츠 경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 유리한 전략을 도출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빅데이터의 핵심이 이미 사실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에 개최된 브라질 월드컵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데이터 분석 예측 시스템이 16강전에서 벌어진 8경기의 결과를 모두 맞히며 화제가 되었다.*1 이 예측 시스템에는 국가별 선수들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경기장의 지정학적 영향과 상대 국가와의 과거 전적, 경쟁 관계 여부 등 경기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입력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빅데이터의 놀라운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우승국인 독일 역시 ‘매치인사이트(match insights)’라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선수들의 몸에 부착한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기록 및 영상을 제공하여 코칭스태프가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2



사물인터넷과 스포츠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의 관계는 실과 바늘 같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든 독일의 매치인사이트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응용한 ‘웨어러블(wearable)’ 기술이 있었기에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했다. 매치인사이트는 훈련 중인 선수들의 무릎과 어깨에 부착된 4개의 이동식 센서를 통해 운동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센서를 통해 선수들의 순간속도와 심박수 그리고 슈팅 동작 등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면 이를 분석하여 운동량을 파악하는 것이다.


[ 그림 1 ]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융합으로 공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아디다스 마이코치 시스템*3


이와 유사한 사례로 아디다스(Adidas)의 마이코치(miCoach)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매치인사이트와의 차이점이라면 센서를 부착하는 대상이 선수가 아닌 축구공이라는 점이다.*4 마이코치 시스템은 공 안에 이동식 센서를 내장하여 선수가 공을 찰 때 공의 속도는 물론 회전수와 궤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코칭스태프는 선수가 공의 어느 부분을 강하게 찼는지, 또는 어떤 곡선을 그리며 공이 날아갔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웨어러블 기술은 스포츠 용품의 생산 방식에도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 용품은 대량생산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스포츠 용품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개인 맞춤’ 형태나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된 맞춤형 스포츠 용품을 소개할 때면 항상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MLB)에서 대표적 강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LA 에인절스(Los Angeles Angels)의 마이크 트라웃(Mike Trout)이다. 트라웃은 연습할 때마다 스마트 배트(smart bat)라고 불리는 야구 방망이를 활용한다. 스포츠 용품 전문 기업 ‘젭(Zepp)’이 만든 이 스마트 배트는 아랫부분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타자의 타구 속도와 궤적, 각도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는 즉시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되고, 선수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격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5



인공지능과 스포츠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압도적으로 이기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인공지능 기술은 국내에서는 막연한 공포심의 대상으로 통한다. 하지만 기술 개발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주요 스포츠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난히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는 야구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선수 기용부터 작전을 지시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감독의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편견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감독의 판단보다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시한 의견을 경기에 반영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 중 하나인 시카고 컵스(Chicago Cubs)가 활용한 키나트랙스(KinaTrax)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키나트랙스는 선수들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출하여 부상을 방지하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6 가령 선수의 성적이 부진할 때, 과거 성적이 가장 좋았던 시즌의 데이터와 현재의 데이터를 인공지능 시스템이 비교하여 문제점을 찾아낸다. 사람이 육안으로만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가상현실과 스포츠


스포츠는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편견을 깬 디지털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다. 사실 골프나 축구 같은 스포츠는 가상현실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야외에서만 할 수 있었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통해 실내에서도 골프나 축구 같은 야외 스포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날씨나 미세먼지 등 외부 환경의 제약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훈련이나 건강관리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그림 2 ] 스트리버 랩(Strivr Labs)이 개발한 미식축구 훈련용 가상현실 시스템*7


가상현실 기술로 탁월한 훈련 효과를 거둔 스포츠 종목에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인 미식축구가 있다. 스트리버 랩(Strivr Labs)이라는 가상현실 전문 스타트업이 개발한 ‘훈련용 미식축구 게임’은 헤드셋을 통해 미식축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8 이 프로그램은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쿼터백의 시선으로 경기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쿼터백의 시선으로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선수들은 어떤 방식으로 상대팀을 공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기가 용이하다.


특히 가상현실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평소에는 접할 수 없었던 여러 방향에서 경기를 조망해볼 수 있다. 실제 경기 중에는 전후좌우로 130도 정도의 시야밖에 확보할 수 없지만, 헤드셋으로는 전후좌우의 시야뿐 아니라 위에서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현실 속에서의 경기가 마무리되면 몇 번이고 헤드셋을 통해 경기 과정을 재현해볼 수 있다. 이 같은 기능 때문에 코칭스태프들은 경기 내용을 보다 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경기 이후 선수들의 잘못된 점도 쉽게 고칠 수 있다.


이 같은 훈련용 가상현실 외에 최근 들어서는 건강관리를 위한 피트니스 분야에서도 가상현실을 적용한 서비스가 등장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얼마 전 유명 권투선수들과 시합을 하거나 그들의 연습 과정을 따라 하며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복싱 프로그램이 선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9



디지털 영상과 스포츠


시합 중 심판의 착각이나 잘못으로 인해 판결이 잘못 내려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친선 경기나 비중이 크지 않은 시합의 경우 상대팀의 배려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모든 선수들이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시합에서의 오심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경기 중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비디오 분석과 판독을 하고 있다. 기록이나 득점을 중심으로 판정을 하는 육상이나 구기 종목은 물론이고, 심판들의 주관적 판단에 많이 의존하는 체조나 피겨스케이트 등에서도 디지털 비디오를 통한 판독 과정이 도입되는 추세다. 디지털 비디오란 동영상과 동기화된 음성을 함께 디지털화하여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만든 데이터를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지털 비디오가 내리는 판정 시스템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의 위력을 실감한 바 있다.*10


물론 디지털 영상이 스포츠 경기의 판결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TV나 인터넷 등으로 스포츠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위하여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미사일 추적 기술 및 영상 처리 기술을 복합적으로 응용하여 개발한 스탯캐스트(statcast) 시스템을 들 수 있다.*11 스탯캐스트는 공의 궤적뿐 아니라 주자의 반응속도, 타자의 달리기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 화면에 표시하여 야구를 보다 전문적으로 즐기기 원하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공을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과 다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한 ‘옵티컬 카메라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야구공을 포함해 필드 위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


[ 그림 3 ] 야구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스탯캐스트*11



스포츠의 미래상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스포츠의 미래상이 자못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이 같은 예측은 디지털 기술과 스포츠의 융합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오로지 선수들만이 경기장에서 뛰고, 모든 판정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며, 관중들도 현장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최첨단 기술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포츠는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숭고한 가치가 있다. 기적과도 같은 역전극이나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 그리고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끝까지 경기에 임하는 선수 등이 그런 가치에 부응하는 모습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스포츠의 형태는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과는 많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스포츠의 본질, 즉 이기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스포츠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12




글 | 김준래 stimes@naver.com 

생명공학을 전공한 후 여러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과학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학문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이수하였고, 현재 과학기술 전문 매체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기술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참고문헌

*1 참고 | https://www.telegraph.co.uk/technology/microsoft/10959573/Germany-to-defeat-Argentina-in-World-Cup-final-predicts-Cortana.html

*2 참고 | https://www.sporttechie.com/sap-arms-reigning-world-cup-champs-with-tools-to-defend-title/

*3 참고 | https://www.thecoolist.com/adidas-micoach-smart-ball/adidas-micoach-smart-ball-fitness-tracker-soccer-ball-3/

*4 참고 | https://www.swaggermagazine.com/home/culture/gear-and-tech/adidas-micoach-smart-soccer-ball

*5 참고 | https://support.zepp.com/customer/portal/articles/2476168?b_id=12409

*6 참고 | https://www.sporttechie.com/imerit-cubs-kinatrax-biomechanics-pitching-hitting-cricket/

*7 참고 | https://newsela.com/read/football-virtualreality/id/11982/

*8 참고 | https://digit.hbs.org/submission/strivr-labs-vr-training-in-nfl/

*9 참고 | https://vrscout.com/news/mayweather-boxing-fitness-vr-program-gym/

*10 참고 | https://www.engadget.com/2018/07/17/fifa-world-cup-2018-var-video-assistant-referee/

*11 참고 | https://www.sportsvideo.org/2018/07/16/live-from-mlb-all-star-espn-adds-new-dimensions-to-home-run-derby-with-4d-replay-3d-spray-charts/

*12 참고 | 〈문화기술, 스포츠를 바꾸다〉(2017), 《문화와 기술의 만남》 통권 52호, 한국콘텐츠진흥원




[카카오 AI 리포트] Vol. 14 (2018년 9월 호)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Special Topic

01. 김동현 | 지식그래프 : 카카오미니와 검색 적용 소개

02. 김태훈 | 눈으로 듣는 음악 추천 시스템

03. 이가람 | 이미지로 이미지 검색하기

04. 김규형 | 딥러닝을 활용한 뉴스 메타 태깅

05. 정소영 | 딥러닝을 이용한 실시간 인코딩 효율 최적화

06. 이형남 | 카카오 봇 플랫폼 소개


[2] In-Depth

07. 김준래 |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와 스포츠

08. 박성건, 이수원 | 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AI 활용 방안 

09. 최형준 | 스포츠 경기 분석 전문가와 AI의 만남

10. 신동윤 | 로봇 심판과 판정 알고리즘의 의미 있는 도전

11. 박주희 | 스마트 도핑 검사의 도입과 발전 과제

12. 김동환 | 스포츠 저널리즘의 변화와 AI의 활용

13. 유승원 | 만능 스포츠봇의 등장과 발전 방향


[3] Tech Insider

14. 윤도영 | Apache S2Graph 기반 머신러닝 모델 환경 구축

15. 이수경, 박규병 | 딥러닝이 탐구하지 못한 언어와 5가지 태스크

16. 박찬연 | 2018 ICML을 통해 살펴보는 AI 연구 동향

17. 황순민 | 2018 CVPR 논문 동향 및 주요 연구 소개

18. 최은필 | 카카오 크루들의 커피 주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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