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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돋보기> 시리즈
'요즘 핫한 경제 이슈' 재밌게 들여다볼까요?
최근 미국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어요. 규모있는 은행이 연달아 무너지며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거죠. 미국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
우리나라도 비슷한 위험이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특히 요즘 부동산 PF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며,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죠. 어떤 상황인 건지 쉽게 알려드릴게요.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요. 집값도 거래량도 뚝 떨어졌죠. 특히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돼요. 지난 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약 75,000가구. 근 10년 동안 이만큼의 미분양 물량이 쌓인 적은 없었는데요.
집을 지어도 팔리지를 않으니 건설업 전반이 위축되고 있어요. 작년 4분기엔 건설공사 계약액 총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었죠. 아파트나 상가를 짓는 건축 분야는 계약액이 무려 24.8%나 감소했고요. 건설업계의 일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 지어놓은 집은 팔리지 않고, 집을 짓자는 계약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
건설업계의 수익이 나빠지며, 그 결과 폐업 건설사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올 상반기에 폐업하는 건설사만 해도 지난 3년간 연평균 폐업 건수에 육박할 거라는 예측이 나오죠.
아직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건설기업도 많아요.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회사, 즉 수익과 부채 모두 심각한 회사를 ‘한계기업’이라고 부르는데요. 지방의 중소 건설기업 중 무려 16.7%가 한계기업 상태에 놓여 있어요.
정도가 다를 뿐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건설업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데요. 작년 3분기 기준 상장 건설기업의 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이 107%를 웃돌았어요. 2021년 기준 부채비율 97.8%와 비교하면 10% 가까이 오른 셈이죠.
▶ 문제는 건설업계의 위험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다는 것.
건설 사업에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필요해요. 건설기업이 오롯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부동산 PF인데요.
■ 부동산 PF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줄인 말이에요. 부동산 사업 결과로 발생할 수익을 토대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만 해도 부동산 PF로 돈을 빌려주는 건 위험한 일이 아니었어요. 건설한 부동산이 팔리지 않을 리 없고, 팔리기만 한다면 큰 수익이 날 테니까요. 때문에 많은 제2금융권의 금융사가 부동산 PF 대출에 뛰어들었죠.
▶ 하지만, 지금은...
제2금융권이 부동산 PF 등으로 빌려준 대출금 중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액수(Exposure, 익스포져)가 115조 원에 달해요. 카드사 등 여신 전문 금융사의 익스포져는 5년 만에 4배로 껑충 뛰었고, 저축은행의 익스포져도 2배 이상 늘었어요. 사상 최대치에 달하는 액수죠.
건설사가 하나둘 망하기 시작하면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할 테고, 결국 제2금융권도 함께 흔들릴 거라는 뜻이에요. 벌써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요.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배 가까이 늘고 있거든요.
현재 금융 시스템 전반이 아슬아슬해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가 너무 올라서 시장의 돈줄이 마르고 있거든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선 은행이 연달아 파산하기까지 했어요.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이어져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사태가 잘못 굴러가면 외국 자금이 단기간에 유출돼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즉,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PF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이 요동칠 수 있는 거죠.
금융당국도 부동산 PF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란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보는데요. 부동산 PF에서 발생한 문제가 국지적으로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연체율 등의 종합적인 상황을 따져볼 때 금융위기까지 논하기는 이르다는 거죠.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 것 같아요. 대신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해요. 금융감독원장도 제2금융권 대표이사와 면담하는 등 업계의 자율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죠.
■ 오늘의 돋보기 요약
부동산 시장 냉각과 그에 따른 건설업계 수익성 악화
부동산 PF를 고리로 파장이 제2금융권까지 미칠 수도 있는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는 아니라며, 신중을 가하는 금융당국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의 자금이 마르는 데 있어요. 금리가 낮을 때는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지 않아요. 웬만한 위기는 대출을 받아서 버티며 견뎌볼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 시대엔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경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출을 통해 시간을 벌고 위기를 수습할 수가 없는 거죠.
아슬아슬한 외줄 위를 걷는듯한 요즘 경제 상황. 과연 무사히 안전지대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 이 콘텐츠는 2023년 3월 31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