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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의 딜레마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by 카카오벤처스 Mar 19. 2025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B2B SaaS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을까?
매출을 안정적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보셨다면, 한국에서 B2B SaaS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방법을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흔히 빠지는 착각 2가지


1. 스타트업 고객을 중심으로 매출을 만든다?


한국 B2B SaaS 스타트업 상당수는 비슷한 길을 걷습니다. 주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시작하고,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기능을 커스터마이징하며 매출을 만들어냅니다. 초기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 써보라고 권유하거나, 비슷한 공감대를 지닌 스타트업끼리 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드러냅니다. 스타트업 업계와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고객사였던 스타트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타트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 SaaS는 단가가 낮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데요. 초반에는 조금씩 매출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사의 생존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죠.



2. 제품주도성장(PLG)만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고 매출이 정체되면,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많은 B2B SaaS 스타트업은 PLG(Product Led Growth)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제품이 충분히 좋으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고,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거죠.


그러나 한국 B2B SaaS 시장에서 PLG만으로 성장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PLG는 Slack과 같은 글로벌 SaaS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활용한 전략인데요. PLG가 작동하려면 시장이 충분히 크고, 고객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전파할 수 있는 구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렇다면,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어떤 것들에 집중해야 하는지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대기업 고객을 상대로 세일즈해야 하는 이유


많은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초반에는 SMB(Small & Medium Business) 시장을 타겟팅합니다.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빠르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SMB 고객은 도입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편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MB 시장의 한계가 명확해집니다. 스타트업 고객의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계약 규모와 단가가 낮아 장기적인 매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스타트업을 찾아서 세일즈하고, 요구사항에 맞춰 기능을 개발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길이 과연 최선인가?" 당장의 생존에 급급하다 보니 장기적인 성장 전략은 희미해지고,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기도 전에 우리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지기도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확보하면,
게임의 룰이 달라집니다.



1. 자본을 확실히 끌어당길 수 있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고객사로 만들면 매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달리 지불 용의가 높고 장기적인 계약도 가능하기 때문에 매출이 안정적으로 흐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죠. 그렇게 매출 규모가 커지면, 당장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기보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고민해 볼 기회가 열립니다. R&D에 투자하거나, 세일즈 채널을 추가로 확장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까지 고려해 볼 수 있게 되죠.


2. 레퍼런스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


한국 B2B 시장에서는 "어디에서 쓰는 서비스인지"가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많은데요. 대기업 고객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후속 세일즈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한 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레퍼런스 케이스가 되면,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들도 같은 제품을 도입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죠.


3. 스케일업과 업계 표준화에 도전할 수 있다.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기능을 여러 차례 개발하다 보면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니즈를 잘 조합해 SaaS 프로덕트의 핵심 기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텐데요. 세일즈를 거듭하며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레퍼런스 케이스가 쌓이면, 우리 제품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는데요. 그 연장선에서 SaaS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능을 시장에서 정의하는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기업 고객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번 계약을 따낸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닌데요. B2B SaaS 비즈니스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도입 이후에도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대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부터는 그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SaaS의 SI화, 무조건 경계해야 할까?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초기에 스타트업 고객을 타겟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입니다. 하지만 매출을 내기 위해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계속하다 보면,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어느새 SaaS가 아닌 SI(System Integration)와 다를 바 없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SaaS의 SI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SaaS의 강점은 애자일리티(Agility)와 확장성(Scalability)인데, 매번 커스터마이징이 반복되면 SaaS 모델에서 점점 멀어져 표준화된 솔루션으로서의 장점은 사라지고 확장성은 희석된다는 우려가 생기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B2B SaaS와 SI는 본질적으로 다른 걸까요?


© kakaoventures© kakaoventures


SaaS와 SI는 완전히 분리된 개념이라기보다는 스펙트럼상 연결된 형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SaaS는 표준화된 제품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오히려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오갔는데요. 예를 들어, 한국의 HR SaaS 기업들도 초기에는 표준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다가, 대기업 고객이 늘어나면서 점진적으로 커스터마이징 범위를 확대해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듯 중요한 건 모든 고객사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기업 고객의 공통적인 니즈를 찾아 제품에 반영하고, 스케일업과 업계 표준화까지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거죠.



2. 어카운트 매니저 중심의 조직 운영하기


대기업 고객을 확보했다고 해서 B2B SaaS 스타트업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한 고객 관리 차원을 넘어, 레퍼런스를 만들고 추가적인 세일즈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데요. 이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인물이 바로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 AM)입니다.


어카운트 매니저는 단순한 영업 담당자가 아닙니다. 대기업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니즈를 반영하고, 업셀링과 크로스셀링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고객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필요한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사람"이 되어주는 거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레퍼런스 케이스를 만들고 후속 세일즈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B2B SaaS 기업이 어카운트 매니저를 두는 이유는 고객사 내부에서 '챔피언(Champion)'을 발굴해 세일즈를 성사시키기 위함인데요. B2B SaaS 프로덕트를 판매하는 조직에 어카운트 매니저가 있다면, 우리 SaaS를 도입할 조직에는 챔피언이 필요합니다. 어카운트 매니저는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을 발굴해 세일즈 토대를 구축하고, 그가 조직 내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챔피언이란?


챔피언이란 개념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요. 챔피언의 조건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거나, 결정권자에게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우리 SaaS 도입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도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사람


어카운트 매니저와 챔피언의 관계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카카오벤처스 패밀리 레몬베이스의 Account Executive 채용 공고를 살펴볼까요? 


© 레몬베이스© 레몬베이스


레몬베이스의 채용 공고에서는 어카운트 매니저의 역할을 챔피언의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레드의 한 댓글에서는 "페인 포인트 뒤에 숨은 페인을 후벼 파고 약을 발라주면 한 달 안에 클로징"된다고 표현하며 B2B 세일즈의 핵심을 짚은 바 있죠. 


스타트업의 B2B 세일즈 전략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카카오벤처스 패밀리 비즈니스캔버스의 리캐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PLG와 세일즈 사이에서 줄타기


여기까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B2B SaaS 시장에서 성공하고 스케일업하기 위해서는 PLG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데요. PLG가 유효한 전략인 건 맞지만, 유일한 전략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제품이 압도적으로 좋다면 어떤 기업이든 도입을 고려하겠지만, 결국 도입을 결정하는 건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고, 조직 내에서 승인해야 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거죠.


따라서 PLG와 세일즈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내는 것이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LG와 세일즈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전략인 건데요.


이러한 결론은 B2B SaaS뿐만 아니라 B2B 비즈니스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해야 하는 비즈니스라면, 더더욱 PLG와 세일즈를 적절히 결합해야 하겠죠.


브런치 글 이미지 5




지금까지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살펴보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창업 초기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해 볼 만한 지점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한국 B2B SaaS 시장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과 어떻게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스타트업에 동일한 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각자의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전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카카오벤처스도 창업가분들과 함께 현실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접근법을 고민해나가고자 합니다. 다른 시각이나 경험, 인사이트를 갖고 계시다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B2B SaaS 스타트업을 만들어가고 계신 모든 창업자분들을 응원합니다!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카카오벤처스 #스타트업 #초기투자사 #벤처캐피털 #Kakaoventures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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