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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by 기록 생활자

슈퍼마켓에서 계란 한 판을 샀다.
서른 개 중 한 개가 깨진 스물아홉 개의 계란
냉장고에 넣고 살펴보니 유통기한이 없다.

난 날이 있으면 끝나는 날이 있을 터인데
유통될 수 없는 계란인게로지.
속이 상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속이 상했다.
유통기한이 있어야
유통될 수 있으니
되돌려 보냈다.

선명하게
끝나는 날짜 박힌
계란 한 판
어디 깨진 데도 없이 멀쩡하다.

이 삶도 언젠가는 끝나는 날이 오리라.
그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사실을 알고 살기에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

계란은 유통기한이 끝나는 날까지
프라이팬 위에서
냄비 속에서
뜨거워질 것이다
온몸 데운
그 열기로 마지막 날까지
계란으로 살다 갈 것이다.

아아, 태어나지 못했으나
이토록 뜨거운
삶이라니.

삶은 역시 계란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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