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늦는다고 했다
너는 언제나 늦다
편지 대신 간편한
터치 한 번으로
너와 나의 마음이 전송되고
수신되는 시대
까치 울음 소리보다
더
빨리
누군가 왔음을
알리는
까톡
까톡
까톡만 요란히 울리고
너는
오늘도
내게 오지 않았다
똑똑한 휴대전화가
똑똑하게 울리는 사이
너와
나의
마음은
똑똑하지 못해
공연히
'1'이라는 숫자만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울었다가
짜증도 냈다가
화를 내기도 한다
오지 않는
너에게
더 이상 울리지 않는 카톡에
공연히 심술만 부리는 하루의 끝엔
너 대신 기어코 혼술이 찾아오고
카톡이 울음을 멈춘 날
내 울음 소리가 들렸고
우리의 사랑도
기어코
끝났다.
이 시는 '혼술남녀'라는 드라마 속의 '황진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리며 쓴 것이다. 본명이 드라마 속 캐릭터와 같은 황우슬혜가 맡아 열연했던 배역인 황진이는 어릴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가 됐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일찍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 만나 오래 연애를 한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는 그녀와의 결혼을 꺼린다. 임신을 해서라도 그와 결혼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되지 않고, 그에게 문자를 보내지만 그는 그녀의 문자를 읽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신과의 결혼을 꺼리는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헤어지자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이윽고 돌아온 'ㅇㅇ'라는 문자에 그녀는 폭풍오열한다.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가고 점점 더 편한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이렇게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별은 더 가슴 아프게 더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