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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건너갈 때

by 기록 생활자

한낮의 여름을 건너갈 때
우리는
마치
찜기 속에 만두들 같아

하얀 김을 푹푹
내뿜으며
속이 터질 것 같은
온도를 견디며

한여름 밤을 건너가기 위해
제일 더운 여름날을 골라
푹푹 찐 닭 다리를
샅샅이 핥고
뜯으면서

검은 수박 씨를 푸푸 뱉어내면서
여름을 물어 뜯는지도 몰라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여름밤을 산책하듯 걷는지도 몰라

얼음산 같은 빙수를
숟가락으로 푹푹 떠내며
이 여름을
휘젓고
휘젓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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