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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04. 2017

최종 면접

견고한 차별의 벽에 부딪힌 남자의 이야기

오랫동안 취업을 하지 못한듯한 청년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청년의 모습은 여느 취업준비생과 다르지 않다. 최종면접을 앞두고 잔뜩 긴장했지만, 동시에 잘할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격려한다.


이 청년의 모습이 일반 취업 준비생과 다르다는 것은, 면접 당일날 그가 검은 선글라스에 우산을 쓴 모습에서 알 수 있다.


그는 어두운 곳에서 그룹 면접이 아닌, 단독 면접을 본다.


그는 자신을 어필하려고 하지만, 면접관은 그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는 면접을 보고 나오다가 면접관들이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듣게 되고, 유리벽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면접관들은 황급히 불을 켠다. 그는 포르피린병 환자였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포르피린병 환자로 나오지만, 포르피린병 환자를 '장애인' 또는 남과 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는 세상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벽'을 깨고 싶어하지만, 상처만 받는다. 작은 구멍조차 그는 낼 수가 없다. 이 편견과 차별의 벽은 그만큼 견고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에게 붙었던 백수라는 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백수에서 잉여로 등골브레이커로,  '취업 준비생'으로 변했다.


 
그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회사에서 쫓겨난다. 회사에서는 장애인 특별채용을 하게 될 경우 받게 되는 혜택도 있고, 의무적으로 채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형식적으로 면접을 봤던 것 같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한 여직원은 '면접비'를 꼭 받아가라고 말한다. 회사에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란 몇푼 안 되는 면접비를 쥐어주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에겐 이 면접의 기회라는 게 그리 자주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간절하고 중요했다. 그는 이 기회를 붙잡으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가 허기진 배를 어머니의 피를 빨아 채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터뷰' 형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데,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취직 안 해도 돼요. 같이 살면 되죠"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취업에 실패한 이들이 취업 포기자가 되면서, 자연스레 캥거루족이 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캥거루족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의존이 아니라 '정신적 의존'인 것 같다.
 
의욕을 잃어버리는 것. 그래서 체념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편견을 그리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거기에서 야기될 문제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발적 취업 포기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학력 차별과 연령 차별 여러 차별들이 부수어진듯 보이지만 현실에선 제자리다. 그것이 형식적인 제도적 변화에 머무른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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