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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l 01. 2019

[D+35] 목욕은 어려워

아기는 안 힘든데 아빠가 힘든 희한한 목욕의 현장


평일에는 산후도우미께서 목욕을 시켜주시지만 주말은 오롯이 엄빠의 몫. 엄마는 평일에 목욕하는 모습을 매번 지켜봤지만, 아빠는 산후조리원에서 한 번, 휴가 때 한 번 본 것이 전부. 익숙하지 않은 과정이 손에 익을 리가 없음.


목욕이 거칠거나 춥지 않다면, 우리 딸은 전혀 울지도 보채지도 않음. 조금 불편하다 싶으면 '낑' 한 마디 하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반응. 그게 참 고마우면서도 한편 서툴기만 한 내 손길이 원망스럽기만. 손발이 안 맞으니 아기 엄마도 스트레스,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나도 스트레스. 아기만 태평한 희한한 신생아 목욕의 현장.


신생아 목욕은 누구나 그렇듯 샴푸와 얼굴, 배면과 등의 순서로 이어지는데 관건은 겨드랑이에 낀 두 손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느냐의 여부. 가위 모양을 하고 엄지는 등을, 검지는 겨드랑이를, 나머지 세 손가락은 몸통을 거치(?)하면 아기가 딱 손에 잡힘. 문제는 이걸 잘 들었다 놨다 하기가 애매모호하다는 것. 마음 같아서는 더미 아기를 데려다 놓고 훈련이라도 하고 싶은 판.


욕조는 두 개를 준비. 하나는 비눗물(이라고 쓰고 신생아 바스..)을 닦을 곳이고 하나는 헹굼(?)용 깨끗한 물. 목욕이 끝났다면 신속하게 속싸개로 닦아주고 옷을 입혀야. 거의 5분 대기조 느낌으로 휘리릭. 안 그럼 아기가 추워함. 딸꾹질이라도 하면 미안함 두 배.


이렇듯 아기를 돌보다 보면 정작 아기는 태평한데 부모만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음. 그때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해줄 수가 없어 애틋하면서도 고맙고 미안하고.. 기타 등등. 잘해준 것보다는 못해준 것만 마음에 남는 건 어쩌면 모든 부모가 느껴야 할 감정의 필수 코스.


* 오늘의 육아템: 아기욕조, 신생아 바스, 속싸개, 산후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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