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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0. 2021

英雄本色의 무대에서다2

2015년 1월 10일(1일째)-쳅락콕 공항, 옹핑, 침사추이

옹핑 케이블카

옹핑 360 케이블카는 30분 가까이 타는 코스여서 생각보다 길었다. 중간에 산이 나와서 이제 끝이겠구나 싶으면 다시 나오고 또 산이 나와서 끝이겠구나 싶으면 다시 나와서 길었는데 평소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던 외숙모는 밑에 쳐다보는 것을 무서워하셨다. 케이블카는 바닥이 안 보이는 스탠더드와 투명해서 보이는 크리스털이 있었는데 우리가 선택한 것은 크리스털로 케이블카 밑으로 바다가 다 보였기 때문이다. 우린 그런 외숙모를 많이 놀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포린사의 유명한 부처인 청동 좌불상과 함께 유유히 뻗어있는 바다와 하늘을 감상하고 난 뒤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포린사는 홍콩에서 손꼽히는 불교 사원으로 천단대불(天壇大佛)이라고 불리는 청동 좌불상이 매우 유명하다. 1993년에 만들어진 천단대불의 높이는 34m, 무게는 200톤 정도 나간다고 하니 과연 케이블카 안에서 봐도 그 모습이 거대해서 장엄한 느낌이 들었다. 도도한 부천님의 눈과 손길에 홍콩의 평화가 기원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종착지인 퉁청(東涌) 역에서 다시 30분 정도 2층으로 된 S1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왔다. 공항에 와서는 숙소로 가는 공항 고속철도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노을을 바라보며 홍콩의 중심가에 위치한 카우룽(九龍) 역(Kowloon Station)에서 내렸다. 

투명한 케이블카 밑바닥












다시 공항에서 시내로

어느새 해는 지고 홍콩 야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홍콩은 크게 홍콩 섬과 구룡반도, 신계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은 홍콩 섬과 구룡반도이고 신계 지역은 99년 기한으로 조차지역이었는데 행정 구역으로 홍콩 섬은 센트럴과 스탠리 지역, 구룡반도는 침사추이와 몽콕 지역으로 어딜 가든지 빽빽한 빌딩과 불야성을 자랑했다. 우리가 내렸던 침사추이 지역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간판들, 바삐 오가는 사람들과 음식 냄새, 거리의 차들이 뿜어내는 경적 소리와 매연이 생기를 넣어주었다.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에 등장하는 청킹맨션(重慶大厦)이 있는 곳이 바로 침사추이였다. 영화 제목은 영화의 무대가 되는 이 청킹맨션에서 따왔다. 처음 오는 홍콩의 거리는 활기차고 날씨 덕분인지 우리 같은 여행객 외에 홍콩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이미 저녁시간이 되었기에 호텔에서 간단히 짐 정리만 끝내고 다시 홍콩의 밤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 생각보다 날은 춥지 않았지만 감기 조심을 위해 아기띠를 한 다음 안고 패딩으로 덮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은 품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기 때문에 아기띠로 안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편하고 양 손을 쓸 수 있으니 좋았다. 


침사추이(尖沙咀, Tsim Sha Tsui)로 가서 하버시티(Harbour City), 스타의 거리(星光大道, The Avenue of Stars) 등 유명 관광지를 걷고 구경하고 사진 찍으면서 보냈다. 이렇게 가족들끼리 와서 홍콩의 첫날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침사추이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무엇을 많이 보고 체험하기보다는 이곳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마천루가 즐비한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저녁은 하버시티에 위치한 식당에서 샤오롱바오와 추천 음식을 먹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고 아이도 있다 보니 다양한 입맛을 즐길 수 있는 대중식당이 마음에 들었다. 홍콩에 있으면서 샤오롱바오는 참 많이 먹었다. 그 외 음식들도 입맛에 맞아서 볶음밥, 튀김, 탕 등도 맛있게 먹었다. 그다음 스타페리 선착장에 가서 버스를 타고 넬슨 거리(奶路臣街, Nelson street)에 내려서 몽콕(旺角, Mong kok) 역으로 왔다. 몽콕의 한자 '旺角'은 광둥어로 웡곡이라고 불리지만 예전 지명이었던 望角을 영국인들이 그대로 영어 지명으로 쓰는 바람에 한자와 영문이 따로 노는 역 이름이 되었다. 야시장인 여인가(女人街, 레이디스 마켓)는 상당히 번화한 거리로 옷, 관광상품, 가방, 인형, 액세서리 등 마치 축제 거리처럼 매대에는 온갖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사람들도 많았다. 밤중까지 이어진 우리의 거리 나들이는 끝이 나고 온갖 사람들과 냄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품 안에 얌전히 있는 채로 있었다.


홍콩의 야경

해외여행 첫날이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시차도 별로 없고 비행시간도 짧았기에 여유 있게 다닐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게 즐거운 가족들과 함께 보면서 여유 있게 다닌 것이 좋았다. 여행이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가느냐라는 것이 실감 났다. 어머니도 함께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았는지 저녁식사를 하면서 잘 드시지 않는 맥주도 한 잔 하셨다. 아이도 보채거나 아프지 않고 거리를 다닐 때에는 내 품에서 자거나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고, 배가 고프면 아내가 모유 수유를 했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젖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면 되니 오히려 분유가 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돌이 될 때까지는 모유 수유를 하기로 해서 여행 다니면서 아이의 칭얼거림과 배고픔에 아내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과는 다르게 이동하는 시간도 있고 장소도 여의치 않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행 와서 이렇게 모유 수유를 강행하고 실천하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호텔에서 아이 목욕을 시키고 노는 것을 보니 아픈데 없이 잘 있는 듯했다. 무사히 출국하여 홍콩에서 하루를 온전하게 잘 보낸 여행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홍콩에서의 첫 식사
홍콩의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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