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타고 리스본 느끼기

2023년 1월 16일(월)(11일째)-리스본

by 오스칼

여행 내내 깊은 잠을 못 자고 있었는데 그나마 늦게 까지 뒤척일 수 있던 아침이었다. 날이 비 오고 흐리고 해 뜨고 오락가락하다는 예보가 있어서 트램을 타고 한가롭게 오늘을 보내자는 계획에 늦은 시작을 했다. 다들 방 안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전에 테라스 도어 잠금장치가 고장 났던걸 오늘 고친다고 오전에 기술자가 방문했다. 우리가 나가려고 준비하던 시간과 공교롭게 맞아떨어져서 집주인처럼 맞이한 형세가 되었다. 창밖에는 간헐적으로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주황빛 지붕들


혹시 몰라서 접이식 우산을 챙겨서 나왔다. 다행히 비는 안 내리고 흐리기만 해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숙소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준 빵집으로 가서 카페 라테 2잔, 초코우유 1병, 에그 타르트 3개, 하트 페스추리 1개, 낙엽 빵 1개, 추천받은 담백한 빵 1개를 주문해서 먹었다. 아이는 어제 먹은 에그 타르트보다 더 맛있다고 했다. 이렇게 주문했는데 9유로 정도 나와서 저렴한 가격에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의 물가가 비싼 건지 모를 일이었다.


만족스러웠던 아침 식사


식사를 하고 나서 트램 일주를 하기로 했으니 근처 트램 정류장에서 28번 트램을 기다렸다. 리스본 구시가지는 트램으로 골목마다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타는 것이 리스본 여행 목적 중 하나였다. 특히 28번은 주요 관광지를 지나서 많은 관광객, 여행객이 즐겨 찾는 트램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교통수단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몇 분 후 트램이 오자 탑승했다. 1인당 3유로인데 카드계산이 안되어 현금으로 냈다. 자리가 없어서 일단 서서 가다가 아이부터 앉혔다. 놀이기구 같은 느낌이 나서 다들 좋아했다. 지나가는 길에 아슬아슬하게 마주 오는 트램을 스치거나 건물, 자동차를 지나갈 때면 운전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리나라에서는 옛날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두 번째 종점에서 점프


종점까지 간 다음에는 내려서 다른 트램을 타고 되돌아왔다. 처음에는 탔던 트램으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반대편 종점으로 가는데 어떤 차가 트램이 가는 노선에 주차를 하고 있어서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리스본에 이틀째인데 벌써 3번의 경찰 출동을 보았다. 종점에 온 후 트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뒷좌석에 앉은 노부부의 사진도 찍어줬는데 스페인어를 하길래 국적을 물으니 아르헨티나에서 왔다고 해서 악수를 건네고 월드컵 우승 축하한다고 했다. 근처에 차이나 타운이 있어서 그런가 나보고 홍콩에서 왔냐고 묻길래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라고 답해줬다.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서 한 때


바로 마트를 가기에는 시간이 남아서 어제 갔던 전망대들을 가보기로 했다. 먼저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 가서 리스본 낮 전경을 감상했다. 야경의 모습과는 다르게 풍경 안의 다리, 건물, 광장 등이 뚜렷하게 보였다. 아이는 왜 지붕이 다 주황색인지 궁금해했다.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여행 책자의 스페인 국기 설명에 붉은색은 피, 노란색은 풍요를 상징한다는 대목을 읽고 두 가지 색이 섞여서 주황색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냈다. 궁금한 것을 찾아보는 게 기특했다. 그리고 그로사 전망대를 들렸다가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까지 갔다. 거기서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러고 보면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 부탁을 참 많이 받고 찍어준 듯했다. 가는 곳마다 그랬던 것 같다. 곳곳에 다니면서 주석 유약으로 그림을 그려 만드는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 장식인 푸른 타일, 아줄레주가 참 멋스러웠다.


그라사 전망대에서 본 리스본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본 리스본


포르투갈의 자랑, 아줄레주


전망대 둘러보기를 마치고 아내가 트램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다 해서 오가는 트램을 기다리고 사진을 찍고 나서 마트에 갔다. 어제 소고기 스테이크를 요리할 때 화력이 약해서 육즙이 빠지고 식었을 때 질겨져서 돼지고기 목살과 주스, 즉석 피자, 샌드위치, 과자, 견과류, 샐러드 등을 사서 왔다. 오늘 저녁 식사 메뉴는 모둠 해산물 파스타, 돼지 목살 구이, 샐러드에 레몬 주스, 코코넛 파인애플 주스, 레드 와인이었다. 아이와 아내 모두 맛있다며 잘 먹었다. 레드 와인은 마시다가 레몬주스를 섞어 틴토 데 베라노를 만들어먹었다. 과자와 견과류까지 꺼내 리스본의 둘째 날 밤을 이어갔다. 와인이 달달한 틴토 데 베라노가 되어 이베리아 반도의 취기에 밤은 물들었다.


리스본에서 두 번째 저녁 식사

여기는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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