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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May 11. 2020

원목마루, 꽃무늬실크, 샹들리에 조합. 폭망의 지름길

차라리 돈을 벽에 붙이자.

과유불급(過猶不及) : 지날 과, 오히려 유, 아닐 불, 미칠 급

  -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 싼게 비지떡이지만, 비싸다고 다 좋은건 아니니까.

요산요수(樂山樂水) 즐거울 요, 뫼 산, 즐거울 요, 물 수

  - 산수(山水)의 자연을 좋아 함.

  -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을 벽지에 표현할 때는 신중하자.

필부필부(匹夫匹婦) : 짝 필, 지아비 부, 짤 필, 지어미 부

  - 보통의 남자와 보통의 여자

  - 무난한 디자인. 우리는 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

진퇴양난(進退兩難) : 나아갈 진, 물러날 퇴, 두 량, 어려울 난

  -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함,즉 입장이 난처함을 뜻함.

  - 이 샹들리에가 500만원이예요. 멋있죠?? 네. 멋지네요...(근데 머리에 닿겠어요)





집 새로 지은 사람 치고 자기집 대충 지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집에 가보면 황토로 지었다고 자부심이 상당하며, 어떤 집은 콘크리트 철근을 굵은 것을 썼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집을 구경하는 사람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우리 동네 단지의 첫 집이 우리집이었기 때문에, 다른 집들 새로 지을 때마다 초대 받아 구경하고는 했다. 저마다 공들여 지은 집이므로 각각의 특색이 있다. 우리도 새로운 자재들과 디자인 조합에 진심으로 박수를 치기도 하고, 어색한 디자인과 이상한 자재에 그저 입만 웃기도 한다.


건축주에게 가장 중요한건 사실 건축비와 건축기간이다. 골조나 외장재에서 가격을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을 엉뚱한 곳에 투자하는 분들이 있다. 대표적인게 원목마루, 꽃무늬 실크, 샹들리에다. 원목마루는 고급 장판의 3배, 강화마루의 2배도 넘는 가격이고, 꽃무늬 실크 벽지는 벽지 중에 가장 비싸다. 꽃 무늬 맞추기 위한 시공도 까다롭다. 샹들리에는 적게는 2~3백만원, 많게는 1천만원 이상이 드는 고급 제품이다. 애초에 고급 샹들리에를 고려해서, 천장을 아주 높게 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집을 지었다면 아주 멋질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집들이 외관은 모던하게 하고, 안은 비싼 클래식 제품들로 채워넣고는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입만 웃는다.

 

낮은 천장의 샹들리에, 괘종시계(자매품 : 부엉이 시계), 꽃무의 벽지와 노란색 바닥재다. 건축비는 오히려 더 들어간다.


우리가 건축하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처럼 건축과 디자인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아무 것도 없는게 속 편하다. 엔틱한 분위기는 정말 고수들이 해야하는 것 같다. 어설프게 한 두개 건드렸다가는 완전 폭망이다. 우리는 건축도, 디자인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건축은 완전 하얀색과, 검정계열로 하고, 가구 등으로 색을 맞춘다.


하얀색과 검정 계열만 주로 사용하였다. 색감에 자신 없어서 이렇게 했는데, 모던한 분위기가 괜찮다. 우리집 오시는 분들이 입만 웃으시는건 아닌 것 같다.


건축업자와 하는 마무리 공사는 도배, 바닥재, 조명, 싱크대다. 보통의 건축 계약에서 이 네가지는 빠진다. 통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에도 이 공사들은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자재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30평 기준 건축 단가는 대략 이 정도 한다.

1. 도배

  - 종이벽지 : 인건비 60만, 자재 40만

  - 실크벽지 : 인건비 100만, 자재 60만

2. 바닥재

  - 장판 : 100만

  - 강화마루 :  180만

  - 강마루 : 240만

  - 타일 : 350만

3. 조명 : 100만

4. 싱크대 : 150만


정말 대략적인 가격이다. 구체적인 평수와 디자인에 따라 2배도 넘게 차이난다. 이런 이유로 건축업자들은 단가를 말해주지 않는다. 강화마루 180만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250만원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는 우리가 세번 주택을 지으면서 실제로 들어간 비용만 기록해보았다.


1. 도배

  - 종이벽지 : 평 당 3만원(집 내부 높이 2.8m 기준, 지붕이 평지붕일 경우)

  - 종이벽지 : 평 당 5만원(집 천장이 뻥 뚫렸을 경우, 높이 대략 5m)

   * 참고로 석고보드 벽 마감에 종이벽지 대신 일부를 실크벽지로 하였다. 원래 실크는 초벌 벽지를 바르고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데, 그냥 석고 위에 종이벽지처럼 붙여달라고 했다. 뭐 큰 차이는 없다.

2. 바닥재

  - 강화마루 : 평 당 5만원

   * 소폭이 조금 더 비싸다. 소폭 대폭은 마루 한장의 크기를 말한다. 작은 것일 수록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 폴리싱 타일 : 평 당 11만원

   * 인건비 기공 1명 30만원 기준

3. 조명 : 50만원

  * 비싼 조명 대신 매입등을 주로 사용하고, 주방 등만 접시 형태의 등을 써서 포인트를 주었다. 매입등도 미리 구멍 뚫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는 얇은 부착식 매입등을 사용하였다(개 당 5천원 상당)

4. 싱크대 :230만원

  * 에넥스 오리진 기본 제품을 주문하고, 실측 온 담당자와 상의 후 상부장을 없애고 키 큰 장으로 대체하는 등 싱크대를 상당히 크게 넣었다.



우리는 목조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막상 우리집에 온 분들은 너무 깔끔하다, 싱크대가 크고 높다 등등 탁 트인 느낌의 하얀색 중심의 집안 분위기를 주로 얘기한다. 아무도 목조주택이 숨을 쉰다느니, 단열이 잘 된다느니 집의 기본에 대한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집의 첫인상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는 벽지, 바닥재, 타일, 싱크대, 조명 등의 마감재이다. 색 조합에 자신 없으면, 가장 기본적인 색으로 집을 짓고, 가구로 색을 맞추는게 최선의 선택이다.


우리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끊임 없는 도전을 받았다. 싱크대를 맞추러 가면 색색이 아름다운 싱크대를 추천 받고, 벽지를 가면 그 놈의 포인트를 꼭 강렬한 색으로 하기를 권유받는다. 타일 중간에 꽃 장식을 넣는다는 것을 정말 힘들게 말렸다. 업자는 본인이 번거로운걸 해준다는데도 싫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도 했다.


이런 느낌의 타일을 추천해주었다. 장미꽃 타일과 거울의 꽃무늬가 정말 환상적 콜라보다. 건축업자들이 깔맞춤을 참 잘한다.



그만큼 건축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강렬한 색깔과 꽃무늬를 좋아한다. 예전의 어떤 건축 업자는 본인이 신축 주택을 짓고, 방 하나를 온통 붉은색으로 디자인해주었다는 자랑을 했다. 다른 곳은 건축주 마음대로 하더라도, 안방 만은 본인이 우겨서 완전 붉은색으로 디자인했다면서, 덕분에 그 다음해 아가가 생겼다고도 했다. 물론 건축주마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겠지만, 시뻘건 벽지와 붉은 조명이 가득한 방에서 어떻게 잠을 자야할지 나로서는 상상이 안간다.


정리해보자면,

1. 뛰어난 인테리어 전문가를 통해 인테리어 설계를 별도로 받은 것이 아니라면, 색감은 가구로 맞추는게 나을 것 같다.

2. 벽지는 종이 도배지로 하자. 우리는 처음에 올 화이트로 했다가, 요즈음 옅은 회색이나, 블루 그레이가 예뻐서 부분적으로 포인트를 두기도 하였다. 또한 예전의 콘크리트 집은 건조가 덜 되어서 첫 도배지를 싹 뜯기도 하였다. 첫 도배는 종이로 하고, 추후 필요하다면 실크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3. 바닥재는 개인적으로 강화마루를 쓰려고 한다. 타일은 정말 관리가 어렵고, 요리할 때 기름이 좀 튀면 집 전체가 스케이트 장이 된다. 메지도 자주 떨어진다. 장판도 선호하는 편이긴한데, 가구 옮길 때 마음이 참 어려워진다. 새집일 수록 가구 옮길 일이 많다. 강마루 계열은 본드를 쓰기 때문에 건강에 분명 좋지 않다. 가격도 비싸다. 강화마루도 물이 들어간 걸 방치하면 그 부분이 떠버리는 등 단점도 있지만, 조립식이라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강한 재질이라 관리하기도 어렵지 않다. 아주 밝은 색감의 강화마루를 추천한다.

4. 조명은 매입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낫다. 메인 조명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것보다는 작은 매입등을 쭉 나열하는 것이 금액이나 디자인 면에서 더 나은 것 같다. 

 


나홀로 건축을 하다 보면, 기타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이상한 곳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한편으로는 건축 과정마다 자재를 조금씩 더 좋은걸 쓰다보니, 건축의 막판인 마감재에서는 이미 예산을 초월한 경우도 있다.


마감재에 관한 글을 쓰다보니, 너무 값 싼 자재만 추천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자금이 많은 분들은 이런 글을 참고할 필요도 없다. 비싼 자재가 고급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물론 꽃무늬 실크와 노란 원목마루처럼 값 비싼 자재가 고급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괜찮은 집을 짓는데 목적이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황토 벽돌로 내장을 마감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자기집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금이 많지 않은 초보 건축주 입장에서, 너무나 고려할게 많은 집짓기 과정에서, 조금 더 저렴한 비용을 괜찮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건축 관련 글을 기고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질문을 받는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런 방법도 괜찮은데", "너무 개인 선호를 단정적으로 제시한 것 아니냐" 등이다. 우리가 집을 지으면서 가장 어려웠던게 바로 그 부분이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훌륭한 건축자재도 정말 많다. 건축박람회 가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경험한 것을 단정적으로 썼다. 훌륭한 건축 관련 글과 책이 많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 후회를 남기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건축한 방법과 자재의 선택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건축하는 동안 너무 마음 고생하지 않고, 건축 후에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집을 짓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제 건축 과정으로는 조경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직접 잔디 심기, 휀스 설치하기 등을 쓰고, 전원주택 건축 독학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장 마지막 글에서는 35평 기준으로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을 정리할 것이다. 35평 주택이면 조경까지 약 1억5천이면 충분히 마음에 드는 집을 지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학으로 만족스러운 집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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