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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May 27. 2022

맑은 밤하늘 (에필로그)

밝은 밤하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별을 참 좋아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았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가끔 밤임에도 흘러가는 구름이 보일 정도로 날이 맑게 갠날이면 어머니와 마당에 나와 도란도란 별을 보며 얘기했었다. 성경에 나오는 삼성의 띠를 묶었다는 구절의 삼성이 지금의 오리온자리다 라는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별들을 볼 때 손가락 한마디만큼도 안 떨어져 있는 것 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저 많은 별들이 어떻게 각자의 자리에서 참견하지 않고 묵묵히 빛나고 있을까 생각했다.

 수많은 군중 속을 살아갈 때 가끔 내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아니어도 나의 자리를 대체할만한 수많은 대체제 가운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별은 빅뱅의 순간 빛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남은 물질들의 부유물이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체 위에 살아가는 우리도 태초에 빛이 되지 못한 물질들로 만들어졌다. 나나 저 하늘 위 별이나, 푸른 지구나 붉은 태양이나 다 하나의 어머니, 하나의 역사를 공유한 셈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감히 가늠도 못하리만치 멀리 있던 별들과 광활한 저 우주가 바로 내 옆에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나와 살갗을 부대끼며 공존하는 존재라고 생각이 들었다.


 별들은 과연 무엇인가 엄청난 사명이 있어서 그 자리를 지키고 떠있을까. 그저 어느 순간엔가 자신이 그곳에 있었기에 그냥 지금도 떠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 자체만으로 아름다움이 되었고 하나의 별자리, 하나의 은하수, 하나의 밤하늘을 이루며 존재한다.

 오늘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곳에서 작지나마 반딧불이와 같은 빛을 보일 때 그 빛들이 모여 하나의 밤하늘을 이룰 것이다. 그런 우리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예쁘게 반짝거리는 작은 은하수 시냇가가 될 것이다.



 

 우리 이제 서로 작별을 나누자, 두 개의 별처럼,

 저 엄청난 밤의 크기로 따로 떨어진,

 그거야 하나의 가까움이려니, 아득함을 가늠하여

 가장 먼 것에서 스스로를 알아보는

 -릴케











'맑은 밤하늘' 과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kaliningra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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