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리닌그라드 Aug 18. 2022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난 길눈이 밝은 편이라 한 번 갔던 곳은 곧 잘 찾아간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는 길은 이따금씩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못 알아보는 곳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문명의 발전에 감사하며 네비게이션을 켠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한강의 기적. 긍지의 한국인 아니던가. 한낱 기계 따위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나의 길을 개척한다. 네비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끝없이 의심하며 길을 가다 보면 결국 비게이션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꺼리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아는 길로 가야만 하고 내가 모르는 길로 인도하는 이 네비게이션은 바보인 것이다. 모든 것은 내 계획과 동일해야 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야 한다. 그런 나에게 계획 없이 티켓 한 장만 들고 떠나는 배낭여행? 그런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한 번은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된 훈련을 받고 몇 주가 지나면 공중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생전 다정한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들들이 이 날만큼은 세상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다. 누가 보면 몇십년만에 연락이 된 모자마냥 눈물 콧물을 다 빼며 효심을 드러내 보인다.


 나 역시 지극한 효심을 보여드리고자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이런 일은 내 시나리오에 없었다. 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황하기 시작했고, 점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불안에 떨던 나는 결국 개인정비 시간에 소대장을 찾아갔고 온갖 얼차려 이후 소대장이 직접 어머니와 통화를 해주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었고, 직접 통화를 해준 소대장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지 싶다.




 그때 소대장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통화가 안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외부에서 먼저 연락이 올 테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가서 청소나 하라고.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은 담대함이나 엄청난 용기가 아니었다. 불안을 이겨내는 것은 그저 작은 믿음이었다. 별일 없을 거라는 믿음,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는 믿음.


 믿음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은 불안의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나의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는 근거, 나의 미래가 행복할 것이라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확실한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노력이  근거라고 생각한다. 도착할 명확한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한 길을 걷는 오늘의 노력이 나의 긍정적인 미래를 믿게 하는 근거가 된다. 불확실성이라는 불안의 근거를 없애는 확실한 목적지를 네비게이션에 찍어야 한다.



 우리는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보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Ktx를 타고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풍경을 지나친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다양한 장소와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게 된다. 복잡한 도심과 한적한 시골, 넓은 호수와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빛 들녘, 그리고 길고 어두운 터널까지.


 우리는 인생에서 잠시 지나고 있는 터널을 우리 삶의 종점이라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창 밖 풍경에 있지 않다. 우리의 목적지는 우리가 들고 있는 티켓에 적혀있다.

 어떤 티켓을 살것인지는 그대의 몫이다. 가고싶은곳, 가야하는곳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창 밖의 풍경이 아닌 도착할 그곳이 어디인지 바라보자.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주저앉을 시련이 아닌 지나가야 될 선로가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는가? 불안의 의심들은 끝까지 나를 쫓아올 것이다. 그때 우리 손에 있는 티켓의 목적지를 확인하자. 우리가 정한 목적지가 맞다면,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삶이라는 열차가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그 믿음의 근거를 가지고 달려가자.



 정차역에선 잠시 쉬어가며, 아름다운 풍경엔 감탄도 하며, 그러나 반드시 목적지까지. 서슴없이, 망설임 없이, 의심없이.











John Mayer - Stop This Train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푸른 기와에게 휴식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