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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Nov 01. 2022

매일 아침마다의 부활

오늘은 기적이다.


 난 꿈을 잘 꾸지 않는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을 잔다. 커피를 세잔이고 네잔이고 들이부어도 해가 지면 잔다. 그것도 아주 잘 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한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날이 밝으면 눈꺼풀이 열린다. 어째서인지 해가 떠있을 땐 잠에 들지가 않는다. 새벽에 어쩌다 한 번 깨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날 하루가 유달리 길다.


 그렇게 전원이 꺼지는듯한 완전한 잠을 자고 일어날 때면, 갑자기 번뜩 떠지는 눈 속으로 아침 햇살이 와르르 쏟아진다. 그때 나는 마치 부활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개운함에서 오는 황홀함은 다른 어떤 감정보다 더욱 즐겁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부활하는 기분으로 하루를 산다.



 아침에 부활하듯이 깨는 날이면 그날 하루가 달라진다. 태도와 말투, 마음가짐 등 모든 방면에서 긍정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사소한 것에 감사한다.

 부활한 사람에게 그 하루가 얼마나 감사하겠는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그 전날 눈을 감으며 그토록 애원하던 다음날을 얻었는데.


 부활은 기적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이유 또한 예수의 부활이다.




 오늘이란 것은 기적이다. 어제 나는 수십 개의 건널목을 건너면서도 무사했고,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지도 않았다. 편안하게 잘 수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나에게 비쳤다.

 어제와 똑같이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 일상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누군가가 간절히 원했을 똑같지만 다른 하루, 똑같지만 다른 태양을 떠있는 오늘에 내가 있다.


 한 번은 동료가 도시락을 싸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비싼 점심값을 아껴 기념일에 좋은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서라고 답해줬다. 나는 그런 동료의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나만의 기준을 통과한 호텔의 식당을 추천해주었다.

 그런 사소한 대화중 나는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한번 행복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지 않은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기적과 같은 오늘을 물 쓰듯 쓰고 있구나. 입시를 위해 몇 년, 취직을 위해 몇 개월, 비싼 식사를 위해 며칠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한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도 분명 행복할 수 있는 작은 징표가 있을터. 무심결에 행복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아쉬워진다.


 클로버가 핀 들판을 보면 수많은 세잎클로버 사이로 가끔 네잎클로버가 보인다. 쉽게 만날 수 없기에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한다. 그런데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쩌다 한 번 있을 행운을 바라면서, 우리 곁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행복을 잘근잘근 밟고 지나간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넘치게 행복하리라. 행복 위를 뒹굴 수 있으리라.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삶,

 모든 것을 기적으로 여기고 사는 삶,

 나는 모든 것을 기적으로 여기고 감사하며 살터이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










Julian Lage - Nocturne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https://brunch.co.kr/@kaliningrad/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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