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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Sep 04. 2022

작은 풀잎아, 여린 꽃잎아

질기고 귀한 생명아


 키우던 작은 화분 하나가 죽었다. 요 며칠 일이 바빠 응달진 곳에 놔두었더니 뿌리부터 말라 노랗게 변해버렸다. 하는 수없이 뿌리째 털어 화단에 뿌리고 남은 화분은 다른 식물을 사 올 때까지 화단 옆에 두었다.


 그런데 어디서 씨앗 하나가 날아왔는지, 화분에 남은 흙 위로 작은 이파리 하나가 돋아났다. 화분의 한 복판도 아닌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쳐 살고자 하는 새싹을 나는 차마 치울 수 없었다.



 마침내 잡초는 꽃잎을 터트렸다. 모진 바람과 햇살 아래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전력으로 노란 꽃잎 다섯 장을 피워냈다. 누군가에 의해 존재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 존재해 냈다.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해를 피할 그늘을, 바람을 막을 담벼락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몰래 흙 한켠에 자리 잡고, 살기만을 바랐다. 그렇게 피워낸 노란 꽃잎은 마치 나에게 좁은 화분 하나 내어줘 고맙다며 보여준 보답만도 같았다.




 내버려 두자 생명이 일하기 시작했다. 나의 일을 멈추자 미물의 일이 시작되었다. 생명의 그 존귀함은 손가락 한마디도 안 되는 새싹의 발버둥 속에서 가장 명확하게 빛나고 있었다. 햇빛을 받고,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며 잡초는 존재했다.


 씨앗은, 그저 살고자 했고 생명은 아름다움 자체가 되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하던 잡초는 꽃잎으로 말미암아 완벽한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때로 세상이 우리를 키워주는 시간이 아닐까. 나의 힘으로 안될 때, 피할 곳조차 없을 때, 그저 나의 모태 된 이 세상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내리쬐는 햇빛 아래 거하며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에 흠뻑 젖어도 본다면, 어디에선가 우리도 알지 못하던 줄기에서 예상치 못한 작은 꽃잎 하나 피어나지 않겠는가.


 흘러감에 따라 세상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다. 생명이 피고 지고, 날이 개고 저물며, 꽃잎이 만개하고 떨어진다.






질경이, 담쟁이, 이 지긋지긋한 생명들아

누가 너희에게 살라고 명령했기에

그렇게 사력을 다해 살아가느냐


작은 풀잎아, 여린 꽃잎아

질기고 귀한 이 생명아











Keira Knightley - Lost Stars​​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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