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아름다움을 갈망하라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여자들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또 아름다움을 갈망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일단 자신이 획득한 아름다음을 통해 기쁨을 누릴 권리가 있다. 물론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주 타당하기 그지없는 이 논리적 전개방식의 앞에 '인형'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애기는 좀 복잡해진다.

누가 뭐라 해도 인형은 아름답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인형들도 있겠지만, 모든 인형은 그 나름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그 디테일을 파악하고 천착하는 건 개인의 몫일 테지만.

아름다운 인형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누리는 기쁨은 크다. 그리고 그 기쁨 속에서, 어느 새 나는 한없이 아름다움에 굶주린 자신을 발견한다.
나 자신은 결코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나를 가꾸는 데 써야 할 열정을 인형을 가꾸는 데 쓰기 시작했다. 마치 엄마가 딸에게 쏟는 것과도 같은 열정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을 향한 나의 갈망 뒤에는,

나의 준엄하고도 비통한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가끔은 겉으로 내비칠 수 없는 욕망을 자신에게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왜 나는 너희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내게 보여주듯 타인에게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냐고.

답은 간단하다 .

나는 아름답지 않은 거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이 내가 아름다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아름다움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 있고, 또 그걸 누릴 줄 아는 감각이 있는 한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어차피 청춘의 아름다움은 한계에 이르게 되므로,

억울해할 것도 없이 나는 마냥 내 앞에 주어진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갈망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거나 다름없는 다나이드의 욕망이라는 사실이 함정이긴 하지만. 뭐 인간의 욕망이 다 그런 것 아닐까.

그래서 모든 인형 매니아들은 끝없는 증삭의 욕구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비록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어쩌면 인형의 욕망도 끝이 없을지 모르겠다.아름다움은 끝없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먹어치우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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